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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목수 아카데미

초보목수일기 스물, '아, 숭례문! 아,구럼비!'

작성자신재두|작성시간12.03.09|조회수194 목록 댓글 2

역사, 시대정신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에서 한옥목수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역사'라는 주제는 딛고 선 땅처럼 '본연'의 의미를 가진다. 현대인이, 종종 꺼내보는 옛 일기처럼 역사를 추억해도 지장은 없으나, 목수는 눈만 뜨면 한옥 짓는 부재에서 역사를 만난다. 하여 한옥목수에게 '역사'는 '지금'과 다르지 않은 실감체계다. 역사... 편린에 대한 저장량이 많다고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라 하지 않는다. 연표는 잊었어도 당대를 관통한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사람이면 깊은 논의로 나갈 수 있다.

 

숭례문 방화, 기막힌 이유

 

작년 일본의 원전사고는 세계에서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간분기점을 설정해 주었다. '일본 원전사고 원년, 일년.. 이렇게. 4년 전 숭례문 방화사건도 내게는 시간분기점을 재설정해야 할 충격이었다. '숭례문 방화 원년, 일년, 사년... 충격은 나로 하여금 미루어 두었던 '목수의 길'을 재촉하기까지 하였으니 내가, 좀 이상한 사람이긴 하다. 그런데 정말로 기막힌 것은 '방화의 이유'였다. 어느 할아버지가 용인의 자기 땅 보상금이 적다는 이유로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이다!

 

숭례문 복원, 목수의 절망

 

많은 사람들이 불 탄 숭례문을 찾아 조문하였다. 눈물흘리며 역사에 미안하다고 했다. 그 때쯤, 사람중에도 역사적인 무게를 가진 분들이 차례로 서거하였다. 눈물 마르지 않는 한국이 이어졌으나 그럼에도 나는 비교할 수 없이 숭례문의 소실이 슬펐다. '역사적인' 분들의 절명이 어찌 '역사' 그 자체의 죽음보다 무거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사람들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다. 많은 목수들이 참여하여 숭례문 복원공사가 4년간 진행되어 어제 상량식이 있었다. 상량문을 보다가 목수로, 절망스러워 졌다.

 

파괴, 더러운 시대정신

 

'시대정신'을 간혹 생각한다. 당대에서 다음시대를 연계한다고 여긴다. 조선의 숭례문과 한국의 숭례문은 서로 다른 설득력을 가지지만, 두 시대가 만나는 상징이자 역사관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국가의 첫째 보물이 되었고.
어제 복원 상량문에는 "숭례문의 소실이 문화유산을 소홀히 방치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적었단다. 귀가 의심스러웠다. 이게 반성하는 말인가 싶다. 정치인 말로 '유감'이라는 말이 있다. 모두 말장난이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기에도 보존된 저 숭례문을, 땅 보상액이 적다고 불지른 문제는 '소홀히 방치'한 문제가 아니다. '탐욕'으로 어떤 파괴의 짓도 서슴지 않는 이 더러운 시대의 '더러운 시대정신'이 본질적인 문제아닌가! '경제적 탐욕'앞에서는 천륜도 인륜도 없는 이 시대에 저까짓 문화유산이 무에 중요할 것인가! 생각해 본다. 우리는 그렇지 않을까? 한옥을 짓는 목수는 저 숭례문 불지른 노인 채종기와 과연 다를까?

 

제주, 구럼비

 

숭례문 복원 상량식이 진행되던 날, 세계 문화유산 제주도에서 구럼비가 폭약에 부서졌다. 사람의 역사전개에서 만들어진 상징물 '숭례문'보다 더 엄중하고 위대한 것이 '자연'이다. 사람을 넘는 가치, 가치 중에 가치가 '자연'에게 있다. 한국 2012년, '해군기지'라는 탐욕의 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막아서는 사람조차 개처럼 짓밟으며 세계 문화유산으로 특정된 '자연'에게 폭약을 동원하여 파괴를 가했다. 까짓, 땅 보상액이 적으면 숭례문에 불질러도 되는데, 저까짓 문화유산 폭파하면 뭐 어떻겠는가!

 

한옥목수, 사명의식

 

사명감을 가지는 많은 선한 사람들이 있다. 감성의 공유는 '눈물'의 카타르시스에서 머문다. 죽은 숭례문에 조문하던 그 북받음의 기운은 시간이 지나면 허공에 흩어지지 '구럼비'를 지키려는 동질의 기운이 되지 않는다. 내가 한옥을 짓는 목수로서 '문화유산의 승계'에 실낱같이 연계된 사람이니 같은 한옥목수들에 호소한다. "문화유산을 지키려면, 사명감에 그치지 말고 사명의식을 가져주시라!"고. 직업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 더 주체가 되자고 호소한다.

 

오버랩

 

아무래도 쉽게 잊을 것 같지 않다. 어제, 눈으로는 세계문화유산 '구럼비'에 대한 국가의 파괴행위를 보면서 귀로는 국가가 주관한 복원 숭례문의 상량식을 들었다. "문화유산을 소홀히 방치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주절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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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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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대50소21이기원 | 작성시간 12.03.14 탐욕의 소치, 힘의 원리에 지배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 작성자금샘 | 작성시간 12.04.02 댓글을 달려다 갑자기 밀려드는 절망감....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이었다고 정의할까 생각하니...진정성 문제이기는 하나 우리 모두 책이이라고 주절거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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