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개봉도 전에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 영화는 현지에서 아시아 영화 전문 매체로부터 '포럼 섹션 하이라이트'로 선정됐고, 상영표가 일찌감치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끝나자 묵직한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일부 배우들은 그 자리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베를린 영화제 측은 이 작품을 "비극적 역사가 남긴 트라우마를 세대를 넘어 섬세하게 비추며, 오랜 침묵을 깨는 작업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개봉은 2026년 4월 15일이다.
🔴 이름을 바꾸고 싶은 아들, 기억을 잃어버린 어머니
이야기는 단순한 듯 복잡하게 시작된다. 고등학교 2학년 영옥은 여자 이름 같다며 놀림받는 자신의 이름이 늘 불만이다.
새 학기를 맞아 민종으로 개명하고 싶지만 어머니 정순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환갑을 바라보는 늦깎이 엄마라는 것도 싫지만, 무엇보다 해가 찬란하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갑작스럽게 해리 증상을 일으키는 모습이 창피하기만 하다.
정작 그 어머니 정순은 8살 이전의 기억이 전혀 없다.
정신과 의사로부터 "끔찍한 기억을 스스로 억압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그가 서서히 기억을 복기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1948년 4월 3일 제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염혜란, 스크린의 모든 것을 폭발시키는 연기
베를린 현지 관객들은 주연 배우 염혜란의 연기에 대해 "스크린의 모든 것을 폭발시킬 정도로 웅장하다", "정말 어메이징 하다"라는 극찬을 쏟아냈다.
해외 매체 ODG는 "염혜란의 연기가 곧 역사다"라는 강렬한 한 줄 평을 남겼다. 정순 역의 염혜란은 무용 선생으로서의 우아함, 삶을 일궈온 강인함, 문득 찾아오는 해리 증상의 위태로움까지 고루 갖춘 입체적인 캐릭터를 특유의 촘촘한 연기로 표현해 냈다.
폭싹 속았어요에서 강인한 해녀로 깊은 울림을 줬던 그가 이번 작품에서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의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 비정성시와 현기증을 떠올리게 한다… 평단의 시선
현지 유력 리뷰어는 이 영화가 "허우 샤오시엔의 걸작 비정성시와 히치콕의 현기증을 상기시키는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라고 평했다.
과거의 비극적 역사와 개인의 트라우마를 미스터리 구조로 결합해 묵직한 메시지와 장르적 쾌감을 동시에 성취했다는 것이다. 베를린 영화제는 이 영화를 '아이덴티티 드라마'로 규정하며 특정 시공간을 넘어 동시대 관객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주목했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가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 부러진 화살·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의 새 이름 찾기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블랙머니 등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역사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쳐온 정지영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그 날카로움 위에 치유의 메시지를 얹었다.
제주 4·3이 여전히 공식 명칭조차 자리 잡지 못한 채 '사건'으로만 불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감독은 이 영화가 4·3의 진짜 이름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도민의 후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제주 4·3 평화재단 시나리오 대상을 수상한 각본을 바탕으로 하며, 첫 스크린 출연에 도전한 신예 신우빈이 염혜란과 진짜 모자 같은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정지영 감독, 염혜란·신우빈 주연의 〈내 이름은〉(2026년 4월 15일 개봉 예정, 배급 CJ CGV·와이드릴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