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출근시간이 끝나고 이른 시간에 도착한 많은 중국 일본 관광객들이 명동 만두집 앞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무심히 그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있던 내게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다가오더라구요. 어설픈 영어를 섞어서 만두 1개만 달라더군요. 잠시 선녀의 미모에 홀린 저는 선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만두를 건냈습니다. 맛나게 김치만두를 먹던 선녀가 안되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를 섞어서 "난대무! 난대문!"이라고 묻더군여. 너무나 순식간에 "남대문"을 묻고 있음을 깨달은 저는 그 좁은 통로를 순식간에 빠져나가 직접 손으로 가르키면서 만두집에서 남대문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안되는 영어와 일어 그리고 한국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해드렸답니다. 물론 제 눈은 그 선녀의 얼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더랬죠.
"아~~~ 하잇!하잇!"을 연발하던 선녀가 "아리가또, 아리가또"하며 미소를 제게 던지더군요. 이미 선녀에게 홀린 저는 벌게진 얼굴로 "부끄럽구요.. 부끄럽구여.."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곤 선녀는 만두를 맛있게 먹으며 자신의 아버지는 한국사람이고 어머니는 일본사람임을 설명하더군요. 이미 정신을 잃은 저는 그 대답과는 상관없이 그저... 발그레한 제 얼굴을 디밀며 미소만 보내고 말았죠. 그리곤 그곳을 떠나 제가 가르쳐준 방향대로 가더라구요. 그렇게 몇시간이나 지났을까요?
두어시간쯤 지났을까요? 다시 그 선녀가 만두집 앞에 나타나는거에요. 그러더니 또 안되는 영어와 일어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남대문을 잘 찾았고, 덕분에 쉽게 관광을 하게 되었다며 감사하다고 말을 했더랬죠. 이미 혼이 나간 저는 그 선녀의 고맙다는 말에 튀기던 만두는 아랑곳 않고 만두집을 눈깜짝할 사이에 뛰쳐나가서는 "유아 베리 뷰티플 워먼... 유아 베리 뷰티플" 을 외쳐댔답니다. 얼굴이 조금 벌개진 그 선녀는 만연의 미소를 머금으며 "아리가또, 아리가또"하고는 저 멀리로 떠나갔답니다. 그 선녀가 가는 방향에 얼굴을 고정한 채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때 뒤에 있던 손님이 "저... 만두 타는거 같은데요..." 아 씨바, 꼭 이런 순간에....
돌아와 보니 만두는 팔기 힘들정도로 타버렸더군요. 하지만 그 만두는 이미 선녀에게 번재를 바치는 제사음식이 된 거라 생각하며 새로 만두를 튀겼답니다.
아~~~~, 일어라도 좀 했더라면.... 아~~~ 영어라도 좀 했더라면.....
그치만 아직도 선녀를 만났다는 제 마음은 둥둥 떠있기만 하더라는... 정신 못차리는 40대 독거노인 노총각의 만두집 통신이었습니다. 꾸벅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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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까만콩 작성시간 11.10.27 아직은 어린 독거노인의 로맨스여 영원하라~~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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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나비날다 작성시간 11.10.27 ㅋㅋ 기둘려봐유~또 선녀가 내려오갔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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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해피보이 작성시간 11.10.30 박목사님 여기서 모해? 만두 다태우고... 이런식으로 할꺼면 잘 할때까정 평생 나랑 만두튀기자! 그날 절 보자마자 발그레한 얼굴로 '형 나 선녀봤어요를 외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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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해피보이 작성시간 11.10.30 박목사님의 표정이 생각납니다. 선녀는 또온다. 만두튀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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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에꾸리 작성시간 11.11.02 가끔 나도 선녀형 나무꾼을 본답니다 그들은 가끔 지상에 내려와 시름에 빠지고 쭈그리 면만 상대하던 인간들에게 눈부신 용안 한 번 선사하고 가지요. 고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요. 외계인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