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 시절](자서전) - 교정본
-박명자
광주광역시 서구 세하동 동하마을에서 살았다. 부모님은 하우스와 농사를 지었다.
아버지 박재석과 어머니 김아기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빠 2명 언니 3명 그리고 아래로는 남동생 1명이 있다.
합하여 3남 4녀 7남매 중 나는 여섯 번째다.
어머니는 나를 39세에 낳았으니 지금 같으면 첫 애도 그 나이에 낳는 시대다.
그때는 노산이지만 나의 남동생은 42세에 낳았다.
딸을 4명 낳다가 내가 남자애 터 팔았다고 나를 더 예뻐하신 것 같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6.25가 일어났다. 우리 큰집은 동하 마을에서 대밭도 넓고 사랑채 안채가 뚝뚝 떨어져 있었다. 집터가 아주 넓어서 총소리가 쾅쾅 나면 무서워서 큰집 대나무 밑으로 언니와 큰집 조카들이랑 조용히 숨은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두 살 위인 언니와 함께 입학을 했다.
그때 전쟁이 터져 언니는 입학 시기를 놓쳤기에 나와 함께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선생님은 우리 자매가 같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합반을 함께 해준 적은 없었다.
언니도 공부를 잘 했다.
1반 2반밖에 없었지만 1반은 71명, 2반은 75명정도 되었다.
교실이 없어 천막에서 수업을 받았는데 비가 오면 다라이를 가져다가 빗물을 받아냈다.
그리고 오전반 오후반을 오가며 책가방도 없이 보자기에 책을 돌돌 말아서 허리춤에 묶고 달음질을 했다. 달리다 보면 양은으로 만든 필통에서는 연필심 부러지지 말라고 제재소에서 나뭇가루를 담아 필통 속에 넣어도 연필은 부러져 있었다.
비가 올 때는 지푸라기로 엮은 등받이 같은 걸로 둘러쓰고 약 11km 떨어진 학교에 갔다.
그 몰골로 천막 교실의 바닥은 흙에다 빗물이 고인데는 질퍽거리고 행여 바닥에 도구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조심히 행동했다.
그래도 친구들과는 재미있어서 소곤소곤 깔깔대다가 반장한테 들키면 책받침으로 머리통을 맞기도 했다.
지금도 나의 모교는 세하동에 송학초등학교로 후진 양성을 잘 하고 있다.
또 그때는 사친회비를 안 가져가면 점심 시간에 집으로 돌려보냈다.
부모님들은 들에 나가 안 계신데도 돌려보냈다.
사친회비 밀린 사람 가져오라고 그러면 할 수 없이 집에 갔다.
빈털터리로 돌아와서 선생님과 눈을 못 맞추었다.
우선 배고픔 해결이 1순위이니까 어머니가 품앗이 일을 가면 점심 때는 졸랑졸랑 어머니 옆에서 밥을 얻어먹던 시절이었다.
200평 논 1마지기에 쌀 2가마 수확하는 시절이라 보릿고개를 겪고 6.25를 겪고 하고 싶은 공부도 못하며 살았다.
보릿고개란 작년에 농사 지은 쌀은 떨어지고 보리 타작은 아직 이르고 하니 덜 익은 보리를 끊어다 도구통에 찧어서 보리죽을 끓여 먹은 것이다.
나도 어려서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어린 나의 생각으로는 이렇다. 배고픔이 풀린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대 외국에서 통일벼를 수입해다 심어서 논 200평당 쌀 7~8가마가 나왔으니 얼마나 배가 불렀겠는가.
그래서 식생활이 해결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태어나서 결혼 때까지 내가 살던 우리 마을은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고 연꽃 속 정각이 3곳이나 자리 잡고 있었다.
옛날에 성춘향전 영화도 촬영한 곳이다. 지금도 구름다리도 있고 경관이 좋아 서구 세화동에 만귀정이라고 문화재로 지정돼서 더 유명해진것 같다.
봄이면 학교 소풍 장소로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동네가 변해서 입구부터 궁궐 같은 까페가 자리를 차지하고 주말이면 인파로 꽉 차 있다.
오랫동안 거주하던 동네 분들은 늙고 아프고 돌아가셨다.
나의 친정도 부모님 모두 돌아가신 지는 50년이 됐다.
큰오빠 내외분도 돌아가신 지가 6~7년 됐나 싶다.
내가 키운 조카도 70이 된 것 같다.
도시 사람들이 외곽지역으로 땅을 사서 땅 값도 비싸고 집들도 삐까 번쩍 지어서 많이 변했다.
내가 어렸을 적 쏘다니던 오솔길 같은 골목길은 없고 차가 다닐 만큼 넓은 길이 생겼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장학금이 없던 시절이라 중학교는 아예 꿈도 못 꾸었다.
또한 1년에 1번씩 공동 우물을 친구들과 함께 샘물을 퍼서 버리고 샘 속에 들어가서 깨끗이 청소했다. 다음날 아침이면 맑은 물이 철철 흘러 넘쳤다.
청소한 보람이 있어 동네 어른들한테 칭찬을 많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