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심장부 대구
마요네즈는 겉보기에 단순한 식품이지만 그 속에는 놀라울 정도의 화학지식이 담겨 있다. 서양에서 마요네즈를 만드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기술이지만 화학의 원리를 밝혀내기 전부터 화학의 원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달걀을 살펴보자. 달걀은 75%가 물이고 단백질과 지방이 각각 약10%씩 들어 있다.
서양에서는 달걀의 노른자위만 분리해서 식용유를 넣은 후 저어서 마요네즈를 만들어 먹는다. 노른자위를 이용해 물과 식용유가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극복하는 것이다. 즉 달걀의 노른자위에 들어 있는 레시틴이라는 분자가 작은 식용유 방울을 둘러싸면 물과 섞여 에멀전이라는 안정된 상태가 된다. 여기에 식초와 향료를 넣으면 바로 마요네즈가 되는 것이다.
긴 막대기 모양의 레시틴 분자의 한 쪽 끝은 물 분자를 좋아하고 다른 쪽 끝은 기름 분자를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상극인 물과 기름 사이에 좋은 중재자 역할을 한다. 노른자위
마요네즈는 달걀노른자, 식용유, 식초나 레몬즙을 주재료로 하여 기름을 유화시켜 만든 프랑스식 반고체형 드레싱입니다.
햇반의 온도
여호진
어둠과 형광불빛이 통성명을 하는 늦은 저녁
식탁은 벼랑도 없는 사막을 펼쳐놓았다
창문 밖으로 사람들이 유령처럼 흘렀다
나의 취향이 끼어들 틈이 없는 완벽한 레시피
뜨거움 속에 없는 온기를 찾아, 돌아서면
허기가 부풀어 오른다
풍경을 밀어낸 편의점 뒤쪽에서
면벽하는 내일이 된 시간
몸을 있는 대로 구겨 넣은 가파른 등에
방부된 푸른 불빛이 그렁그렁 파문을 그린다
허기의 집은 텅 빈 유곽처럼 밤과 함께 깊어진다
피가 따뜻해지는 골목이 있었다
자꾸만 거짓말이 되어가는 오늘의 온도 말고
집밥이라는 말을 따라
조팝꽃처럼 퍼지던 식구들
기억 속의 집은 너무 멀어
발목을 내놓은 채 갇혀버렸다
입김처럼 흩어지는 만개한 적막
온몸에 오돌토돌 열꽃을 피운다
제풀에 익은 꽃이 물집처럼 터지고
늘 공복인 그림자가 뜯겨나간 손톱으로 밤을
할퀴며 선회한다
꾸역꾸역 나를 파먹고 있다
한 세계를 욱여넣고도 속일 수 없는 허기로
밀폐된 바깥이 너무 멀다
비정한 레시피
이인기
냉장된 야근 몇 조각
말린 감정 하나 넣고
서류에 간을 맞춘다
입사 동기는 알아서 국물 맛을 낸다
윗사람의 눈치를 잘게 썰고
고분고분한 미소를 뿌려 입맛을 돋운다
말 한 스푼 표정의 농도까지 셈이 빠른 그의 레시피
나는 진심을 우린 육수를 끓여도
상사의 입맛을 관통하지 못했다
조미된 사람만 담아내는 승진 그릇
나의 그릇엔
염도가 높고 당도는 낮다고 쓰여 있다
가끔은 나도 고개를 숙인다
한 움큼의 말에 감미료를 섞고
웃음 갈아 넣어도
싱겁고 감칠맛이 없다는 나의 레시피
늘어진 넥타이로 식탁을 닦고
눌어붙은 하루의 그을림에
눈물 두 스푼 섞어 마시며
실패한 레시피를 뒤적이고 있다
내일은 달큰하길 기도하며
비굴 레시피
안현미
재료
비굴 24개 / 대파 1대 / 마늘 4알
눈물 1큰술 / 미증유의 시간 24h
만드는 법
1. 비굴을 흐르는 물에 얼른 흔들어 씻어낸다.
2. 찌그러진 냄비에 대파, 마늘, 미증유의 시간을 붓고 팔팔 끓인다.
3. 비굴이 끓어서 국물에 비굴 맛이 우러나고 비굴이 탱글탱글하게 익으면 먹는다
그러니까 오늘은
비굴을 잔굴, 석화, 홍굴, 보살굴, 석사처럼
영양이 듬뿍 들어있는 굴의 한 종류라고 읽고 싶다
생각건대 한순간도 비굴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으므로
비굴은 나를 시 쓰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체하게 하고
이별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당신을 향한 뼈 없는 마음을 간직하게 하고
그 마음이 뼈 없는 몸이 되어 비굴이 된 것이니
그러니까 내일 당도할 오늘도
나는 비굴하고 비굴하다
팔팔 끓인 뼈 없는 마음과 몸인
비굴을 당신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부부레시피 / 박종인
소문이 TV 속으로 들어가 집집마다 주방을 차리고
눈길을 잡아당긴다
남자는 누워서 지시하고 그에 따라 요리하는 여자
이들 부부의 손이 닿을 때마다 손맛이 난다
맛난 요리를 먹어 본 입들이 소문을 몰고
먼 길이 한달음에 맛보고자 차를 맡긴다
숨이 멎은 오렌지색 카레라도 간을 맞추면 멀뚱멀뚱 눈을 뜨고
탈이 난 소화기관도 여자가 조몰락거리면 작동한다
꿀꺽 감탄을 삼키는 눈과 귀에 누군가 마이크를 들이댄다
취재 중인 남편에게 아내는 음식 특유의 성질 대로가
좋은 거라고 인공조미료의 접근을 제지시킨다
서로의 배려 또한 일미
남편의 입에선 연신 맛난 음식이 쏟아진다
남편을 대신한 손발이 자진해서 요리하고부터
포장해간 눈과 귀가, 소문을 일파만파 키웠단다
화면이 여과 없이 감칠맛을 실어 나르고
카메라가 두 분 참 잘 어울린다고 응수한다
보기 좋게 대답을 쟁반에 받쳐 내놓는 아내에게
남편은 몇 %의 쉐프냐고 묻는다
120%라고 일류 주방장으로 대접하는 아내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살고 싶단다 그런데
남편은 한사코 다른 그릇에 담기고 싶단다
의아한 입맛에 카메라가 묻는다
달콤한 여자가 나 같은 떨떠름한 반신불수 만나
평생 기름밥만 먹었다고, 카센터
중풍 맞은 남편이 쓰게 웃는다
젓갈 레시피 외 2편
신진향
그럴수록 내장을 싹싹 발라야 해
구두 뒤축 물러앉도록 헤엄쳐 다닌 지느러미까지
간이고 쓸개며 허파까지 뒤집어 소금 치고
패랭이 채송화 맨드라미 붉은 성기들이
박장대소하는 여름을 건너가는 사이
낯간지러움에 웃지 못하게
싹싹 비벼 놓는 거야
집을 나설 때 아가리 속에
차곡차곡 어제의 내장들을 쌓아둬
상처 따윈 상관없는 것처럼
두꺼워지는 얼굴을 입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처럼
그대를 만나지 못한 어제처럼 싱싱해지기
뼈가 무른 족속이라 해도 상관없이
속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끄떡없이
나는 길을 헤엄쳐, 꿈을 꿔 날아올라
상기된 볼 붉어지는 독
입을 열면 삭지 않은 말이 나올까 두려워
세 겹 광목으로 칭칭 동여매
당신들의 조언이 나를 잊게 할까 겁내지 않을 거야
뚜껑이 열려도 숨 쉬는 호흡기를 지닌
오랜 시간이 있으니
뼈를 넣고 대가리를 디밀어
난 우묵한 장독으로 들어가 앉아
소금 한 바가지를 지르고
밑이 가려워 시간을 비벼대
닳고 닳고 부풀다 사라진 날 것의 이름
기억이 온전치 않았다 변명치 않고
기어이 다 녹여 낼 테야
냄새나는 몸뚱어리라도 어쩔,
찬바람에 드는 밑동 눈을 감고 생각해
샛노랗고 하얀 그 곳에 닿을
샛, 파란에 닿을
우습게 보지 마
진짠 말이지 곰삭은 액체의 뼈맛
그 안에 들어서면 같이 어우러져
흔적도 없는 컴컴한 수도사의
기도 같은 거야
네가 잘 있기를 바라는
이름 따윈 뭔 상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