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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도둑풀]

작성자낭만대통령|작성시간26.06.23|조회수0 목록 댓글 0

[도둑풀]

 

- 박덕은

 

옷과 양말에 박혀 살갗을 콕콕 찔러대고 있어 따갑다

헛헛한 가을의 허기를 견딜 수 없어 몰래 내 몸의 담장을 넘어온 것일까

꽃이 진 서러운 기억을 어쩌지 못해 바늘 모양의 가시 돋친 말로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일까

만지면 바늘처럼 날카로운 말이 들리는 것 같다

떼로 몰려드는 신경질적인 간섭에 평온의 첫자리는 무참히 으스러진다

발길질하는 소란의 입은 자극적인 성가심을 쏟아낸다

핏발 선 해질녘은 저녁의 짐승처럼 피가 뜨거워져 가고

가슴속 아수라장은 멱살과 욕설에 잡혀 악에 받쳐 있다

반복적으로 자신을 무시한다며 악을 쓴다

날카로운 바늘의 말투로 평온한 저녁을 위협한다  

엉킨 매듭을 자르지도 풀지도 못하면서 콕콕 찔러댄다

초록을 지운 낮과 밤의 시간이 욱신거려 내게 하소연하려고 달라붙었는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가을의 살가죽이 터지도록 갈고리를 건 저 몸부림

거머리처럼 해질녘에 달라붙은 억지와 체납 고지서처럼 목소리 높이는 막무가내를 하나씩 떼어낸다

떼어내고 또 떼어내며 알 수 없는 내일에게 달라붙은 근심과 걱정도 하나씩 떼어낸다

고금리 이자처럼 늘어나는 욕심까지도 떼어낸다

저녁이 오고 있다

한낮의 무게가 들러붙은 노을도 떼어내고, 서녘의 허리춤에 매달린 해질녘도 떼어내고, 달라붙은 어스름도 떼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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