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참새]
- 박덕은
전깃줄에 앉아 공중의 현을 켜며 노래한다
느슨한 아침의 줄을 조율하며 목청 돋운다
허공의 틈에서 한 평의 평수를 차지하기 위해
건네지 못한 지난밤의 말줄임표 같은 소식을 짹짹짹 꺼내놓으며 발랄한 안부 묻는다
졸음 털어내며 날아오르더니 우듬지로 자리를 옮긴다
급조된 지상이 흔들리지 않게 두 발로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에서 부리에 쪼인 공중은 수다스런 서사를 쏟아낸다
이제는 입이 가려운 절경을 휘리릭 휘리릭 펼쳐놓는다
이윽고 수많은 날개가 돋더니 언어의 날갯짓 해댄다
수직으로 공중을 물고 비상하는 부리는 낱말과 문장을 끝도 없이 물고 오후 세 시의 방향으로 날아간다
언어의 공중에는 사색의 무늬인 자음과 수행 정진의 문양인 모음이 날갯짓 하고 있다
쫑긋 귀를 세워 심장에 주파수를 맞추면 묵언수행하는 천년의 나무가 보이고 상징과 은유로 피어나는 꽃들이 피어 있다
겨울을 앞둔 어느 날 택배가 온다
씨알 굵은 고구마를 꺼내자 포로롱 포로롱 새소리가 딸려 나온 듯하다
아침마다 산의 심장을 깨운 듯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종종거리는 작은 걸음으로 새소리 멍석을 깔고 앉아 입꼬리 올라간 풍경을 물어 나른다
무논이 찰방거리게 빗소리와 바람소리를 한 됫박씩 집어 넣고 찰랑이는 물결체의 궤적을 느릿느릿 읽어 나간다.
모락모락 공중에서 참새들이 하얀 허공을 끌고 날아오른 듯 소리가 요란하다
수백의 날갯짓이 공중을 매달고 저녁을 비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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