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디딤돌]
- 박덕은
냇물에 몸 담그고 자신의 등을 내준 의연한 태도, 거기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적군의 말발굽 소리 같은 태풍과 어둠에도 기가 죽지 않고 낮과 밤을 버틴 저 끈기
찬물에 발목 젖지 않게 안부와 안녕을 건네주고, 정오의 호기심까지 건네주고 있다
돌무늬 속 돌의 시간을 따라가면, 빙하기의 얼음 신전과 신생대의 불의 신전이 보이고, 홍수와 가뭄의 계절까지 보인다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물의 발길질과 날선 어둠의 입질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용돌이치는 물살 같은 뒷소리에 마음이 심란하다
생각의 물살은 어지러워 중심 잡기 힘들고, 자칫 물살에 휩쓸릴 것 같다
건너야 할 마음의 냇물에는 너무 멀리 놓여 있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잠시 일렁이는 물결의 이야기를 듣거나 물풀의 초록 얼굴 바라보며 내일을 기획한다
이윽고 가슴에 쌓인 바람소리를 흘려보내며 햇살 두근대는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등과 시간과 노력을 내주는 것
천 개의 어둠과 천 개의 물살을 견디며 해일처럼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을 잠재우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
이는 몇 번의 장마와 몇 번의 살얼음 낀 물소리를 한자리에서 듣겠다는 것이다
냇물을 건너기 위해 발을 옮긴다
제멋대로 나아가는 물길의 속성을 누그러뜨릴 수 없어, 날선 입의 물살이 거세다
밤에는 수면 위로 달빛과 고요를 게워놓고, 낮에는 두근대는 햇살을 들어올리며 중심을 받친다
일이 범람해도 뒷소리가 우우우 일어나 무성해도,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킨다
해가 지고 있다
한번의 들숨과 날숨으로 하루를 달려온 오후가 하늘가에 있는 허공의 개울을 건너고 있다
땅거미를 몰고 오는 시간의 물살이 거세다
오후는 겁먹은 징징거림도 없이 허공의 냇물에 놓인 해질녘을 밟으며 건너가고 있다
노을이 붉은 날개깃을 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