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곡선의 매력]
- 박덕은
직선의 고속도로는 속도를 쫓아가는 포식자들이 가속의 고삐를 풀지 않아 숨 막힌다
국도는 달과 꽃의 문양 닮은 곡선의 길들이 시선 끝에서 자라고 있어 여유롭다
국도는 곡선을 놓아기르며 나무와 새소리까지 방목하고 있어, 가는 길이 행복하다
국도를 이용하면 가로수길과 천변길이 마음을 잡아끈다
몸의 곡선을 흰빛으로 풀어놓은 백로가 수평의 나래 접고 천변의 물속을 걷고 있다
백로의 부리에서 날개를 지나 지상으로 흘러내리는 곡선이 평온해 보인다
심심한 아침이 첨벙거리는 백로의 발짓에 기분이 좋은지 그 낯빛이 환하다
속도를 숭배하는 직선은 인위적이고 교만하지만
유연한 곡선은 주변과의 어우러짐으로 여유가 있다
배려라는 곡선의 힘에는 타인의 비탈을 받쳐주는 넉넉함이 있다
유연한 곡선의 은유는 아픔의 배후까지 슬쩍 헤아려 주며 타인을 끌어안는다
이웃과의 어울림이라는 곡선의 말씀 같은 국도를 따라 달린다
독선적인 직선의 고속도로가 아닌 곡선의 국도는 배려심 많은 여인처럼 여유롭다
길가에 꽃이 활짝 피어 있다
곡선은 언제 오밀조밀한 꽃을 낳아 지상에 뿌리내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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