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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꽃자리]

작성자낭만대통령|작성시간26.06.23|조회수0 목록 댓글 0

시 [꽃자리]

 

- 박덕은

꽃이 진다

숨가쁘게 출렁인 한 생이 사라지고 없다

한때 꽃의 생각과 감정을 환하게 피웠던 자리가

제 기억의 주소지만 매달고 또 다른 계절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텅 빈 고요로 풀어 쓴 저 꽃자리가 평온하고 아름답다

사람들은 꽃자리를 꽃이 피어나는 자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와 정반대다

꽃자리는 꽃이 달려 있다가 떨어진 자리다

꽃자리에는 가고 없는 꽃의 기억만 아름답게 머물러 있다
꽃의 뒷모습 같은 저 꽃자리처럼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꽃의 아름다움 때문에 꽃멀미가 나서 마음이 뭉클했던 것일까
꽃이 져도 그 기억으로 피어나는 꽃자리는 아름답다

바람이 불어온다

꽃을 환하게 했던 노랑 꽃술의 화법과 붉은 꽃잎의 예의가

꽃자리에 머물다 간다

꽃술의 화법 같은 열정과 응원 그리고 꽃잎의 예의 같은 다정한 격려가

꽃자리처럼 저리 아름답게 남아 있다
태양이 서산마루를 넘어가고 없다

태양의 꽃자리처럼 노을이 아름답다

하루라는 생의 무게를 내려놓은 저 꽃자리가 오늘따라 붉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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