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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도요새]

작성자낭만대통령|작성시간26.06.23|조회수0 목록 댓글 0

시 [도요새]

 

- 박덕은 
 
순천만 갯벌로 날아들고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대략 열흘 동안 쉬지도 않고 날아온 철새

소금기와 갯내음과 물안개 묻은 발자국을 한 번도 뭍에 내려놓지 않고 날아왔다

새들은 발목에 파도 소리 대신 적막과 생의 한계를 묻히며 맹목적인 자세로 날아왔다

목이 마르면 몇 평의 유쾌한 구름 그늘에 부리를 적시고, 고단하면 해질녘 노을 어깨에 기댔다

도요새는 이곳 갯벌에서 잠시 머물다가 몇 주 후면 다시 번식지인 러시아나 알래스카로 날아간다
어느 한곳에서 강렬하게 받았던 인상을 잊을 수 없어

먼 훗날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비행하려는 의지

그곳으로 향하는 뜨겁게 사무친 그리움이 비행 의지가 된 것일까

천둥 번개와 비행기 등 여기저기 덫이 잠복해 있는 공중도

즐거운 상상으로 자라는 그리움을 꺾을 수는 없다

바람의 심장과 예측할 수 없는 생의 변수를 뚫고 질주하는 힘이 곧 그리움인 것이다
그럴 때마다 첫사랑의 기억으로 행복했던 그 호수로 생각의 나래를 펼쳐 날아간다

그 호수에는 맨발로 허공을 달려온 달빛이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수면을 움켜쥐고 있다

달콤한 속삭임처럼 물이랑 가득한 윤슬이 반짝이는 일가(一家)를 이루고 있다

저 환한 일가의 일원이 되어 물결체로 써 내려갔던 그 시절의 설렘을 자분자분 읽어나간다

그렇게 수면에 비친 달과 별들의 은유에 찰랑찰랑 귀기울이다가 일상으로 돌아오곤 한다

허공을 가득 채운 몸붓이 되어 흘림체 문장들을 빠르게 써 내려간다

한마음 한뜻으로 허공의 빈칸들을 채우면서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그 첫사랑 같은 문장에게 날아갈 것이다

늘 함께했던 호수를 떠올리며 위로를 받을 것이다

다시 군무를 펼친다

그 문장, 그 군무에 추억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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