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35](시) - 교정본 B안
- 이서현
목포 앞바다 거친 물결
물의 가슴팍에 박힌 결연함으로
최후의 보루 쌓기 위해 스크럼 짜는 물살들이
검푸른 숨 토해내던 날
검은 그림자 파도 위로 밀려오고
강강수월래의 둥근 노래는 끊어지지 않았다
늑골을 관통하는 분노의 힘으로
어린것과 귀가의 다정한 표정 지키기 위해
손과 맘 엮어 이어지는 원은
춤이 아니라 성벽이었고
노래가 아니라 조국 지키는 기도 되어
이 땅의 밤하늘에 남아 있다
쌓이고 쌓인 울분이 몸 밖으로 흘러나오고
최전선의 비장함이 씨줄과 날줄로 스며들어
치마폭마다 돌 담아 나르던
또 하나의 손길
행주산성
가냘픈 어깨 위에 나라의 무게 얹고
한마디 불평 없이 걸어가던 발걸음
걸치고 입는 방식으로
저고리와 치마 먹어치우며 하루를 연명하지만
그건 단지 옷이 아니었다
전장의 화살 이겨낸 의지였고
쓰러지는 역사 붙들어 세운
여인들의 붉은 심장이었다
한복은 옷이 아니다
눈속에서 피어나는 설중매처럼
말없이 피어나 나라 지킨
수천년 세월 속에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겨레의 꽃이다.
[한복·35](시) - 교정본
- 이서현
목포 앞바다 거친 물결
검푸른 숨 토해내던 날
검은 그림자 파도 위로 밀려오고
강강수월래의 둥근 노래는 끊어지지 않았다
손과 맘 엮어 이어지는 원은
춤이 아니라 성벽이었고
노래가 아니라 조국 지키는 기도 되어
이 땅의 밤하늘에 남아 있다
치마폭마다 돌 담아 나르던
또 하나의 손길
행주산성
가냘픈 어깨 위에 나라의 무게 얹고
한마디 불평 없이 걸어가던 발걸음
그건 단지 옷이 아니었다
전장의 화살 이겨낸 의지였고
쓰러지는 역사 붙들어 세운
여인들의 붉은 심장이었다
한복은 옷이 아니다
눈속에서 피어나는 설중매처럼
말없이 피어나 나라 지킨
수천년 세월 속에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겨레의 꽃이다.
[눈금 하나](시) - 교정본
- 윤석채
아내는 서울 가고
혼밥하는 날
나는 아침 짓는다
쌀을 씻고
물은 얼마나 채울까
밥물 붓는 손끝에
어머니가 보인다
밥물을
조금 더 부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끝내 더 붓는다
진밥을 차려놓고
‘어머니, 식사하세요’
대답이
없다.
[접어둔 하늘](시) - 교정본
- 윤석채
어둠이 채 마르기 전
부엌에 먼저 불씨 하나 밝히던 손
식은 밥상 위에
햇살 얹어 두던 그 낮은 숨결
찬바람 불어도
문풍지 붙들던 그대
아이들의 연 띄우느라
작은 꿈 하나 오래 서랍 속에 닫아 두었다
젊은 날의 빛이
마루 끝에서 천천히 기울 때까지
같은 저녁을 건너면서도
그림자의 길이 헤아리지 못했다
서랍 깊이 눌려 있던
마른 꽃잎 하나
접힌 모서리 펴자
늦은 발자국처럼 봄빛 찾아와
해가 다 저물기 전
식어 가는 창에도 찬란한 노을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