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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스런 문학회 2026년 06월 08일(월)

작성자낭만대통령|작성시간26.06.09|조회수2 목록 댓글 0

10/17
[철길](시) - 교정본 B안

      조휘문

탯줄 달고 나온
천진한 아이의 웃음소리마냥
연둣빛 봄이 벙그러지고
이글거림을 숭배하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치렁치렁 장문의 이야기 풀어놓는
선로변 수양버들은 자주 놀라더니 휘늘어진다

몸 밖으로 흘러나온 발자국들이 
초조와 불안으로 저녁을 서성거려도
닿지 않아 마땅한 거리
멀어지지 않아 다정한 간격
긴 터널을 지나온 당신과 나의 평행선
건반 같은 침목을 지나간다

흘려보내지 못하고 방치된 밤이 무거워
생의 안쪽에서 눌러 삼킨 아픔으로
덜컹거리다 때로는 숨죽였고
때로는 우는 소리를 내면서도 같은 집에 이르는
한 악장을 연주하는 악기처럼

질주하는 서사와 칙칙폭폭의 묘사가 
기차의 칸 수만큼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쉼표로 찍힌 역에 들러 숨을 돌리고
다시 내미는 등에 업힌 듯
나는 차창에 기대어
창 밖에 비친 나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나와 나 사이, 당신과 나 사이
한 방향을 향한 씨줄을 따라
흔들리지 않으려 날줄을 짜 넣었다

부부가 나란히 걸어간다.

 

 

 

 

[밥솥](수필) - 교정본

- 성훈 김선일

덧없이 흐르는 시간에도 가끔 어스름 내리기 전 말없는 속삭임에 손짓으로 기웃거리는 그날을 따라가 본다. 비 내리는 바람결 저 골목길 모퉁이의 그늘을 본다.
고등학교 1학년 월산동 골목길 단칸 자취방은 노을에 젖어서도 노랗고 붉은 햇살로 뜨겁기만 했다.
그날도 학교에 다녀와 저녁밥을 짓기 위해 샘터에서 쌀 한 됫박에 물 부어 손으로 비비고 있었다.
그때 골목길 쪽 유리창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그 손 멈추고 다가갔다. 그러나 골목길은 고요할 뿐 귀끝 스치는 바람만 휑하니 스쳐 갈 뿐이었다.
쌀 씻어 솥에 담아 적당한 물 추스리고 손바닥으로 수위 측정 후 뚜껑 닫았다. 곤로에 불을 붙이기 전 또 다시 똑똑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에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누군가 장난질하는 아이들인가 싶어 둘러 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곤로에 불 붙인 후 차분히 차가운 방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 잠시 밤하늘을 장식할 별밤을 "어찌 내 안에 담을까"에 대해 사유할 즈음 또 다시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잽싸게 일어나 문을 열고 대다 보았다.
그 짪은 순간에도 문 두드린 사람은 온데간데 없기에 무지 빠른 놈이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저쪽 골목 끝을 바라보니 모르는 여고생 두 명이 내게 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 있었다.
갓 촌놈은 순간 생각했다.
설마 남학생한테 여학생이 먼저 손짓하는 일은 없겠지 하고 아는 사람 부르나 보다 싶어 다른 집을 둘러보았다. 설마 내가 아니겠거니 하고 그냥 문을 닫고 다시 누웠다.
그 이후 또 다시 문 두드리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순간 밀려드는 아쉬움에 먹먹한 숨결을 다독여야 했다.
심심하던 차에 잠시 허전함을 느끼며 누군가의 호의를 무시한 호기심 어린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한번 지나간 인연을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거라 마음 달래며 그저 가슴에 아쉬움으로 담아 두기로 했다.
그녀들은 더 이상 인연의 뿌리를 한 순간의 유희인 양 그 어떤 추억의 꼬리도 배려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별밤을 사유하는 가슴 속에 그 언제라도 별빛 넘어 생각탑 그 뒤에는 그늘이 있다는 사실과 시간의 샘터에는 흘러버린 물이라도 그 원천에 씨앗이 자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젊은 시절 여고생 그 마음 언저리에 실망의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다. 역시 내게도 충분히 전달되어 홀로 밥솥에 가스불 땡길 때면 한 쪽 가슴켠에 시나리오로 꿈틀거린다는 사실과, 이내 서녘으로 기웃거리는 나의 동행은 사고의 늪에서 아쉬움으로 시절의 밤이슬로 젖어들곤 한다는 사실이다. 

2026. 유월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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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철길

      조휘문

탯줄 달고 나온
천진한 아이의 웃음소리마냥
연둣빛 봄이 벙그러지고
선로변 수양버들은 자주 놀라더니 휘늘어진다

닿지 않아 마땅한 거리
멀어지지 않아 다정한 간격
긴 터널을 지나온 당신과 나의 평행선
건반 같은 침목을 지나간다

덜컹거리다 때로는 숨 죽였고
때로는 우는 소리를 내면서도 같은 집에 이르는
한 악장을 연주하는 악기처럼

쉼표로 찍힌 역에 들러 숨을 돌리고
다시 내미는 등에 업힌 듯
나는 차창에 기대어
창 밖에 비친 나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나와 나 사이, 당신과 나 사이
한 방향을 향한 씨줄을 따라
흔들리지 않으려 날줄을 짜 넣었다

부,부가 나란히 걸어간다

 

 

 

밥솥(수필) - 성훈 김선일

덧없이 흐르는 시간에도 가끔 어스름 내리기 전 말없는 속삭임에 손짓으로 기웃거리는 그 날을 따라 비내리는 바람결 저 골목길 모퉁이의 그늘을 본다.

고등학교 1학년 월산동 골목길 단칸 자칫방은 노을에 젖어서도 노랗고 붉은 햇살로 뜨겁기만 했다.
그날도 학교에 다녀 와 저녁밥을 짓기 위해 샘터에서 쌀 한댓박에 물부어 손으로 비비고 있었다.

그때 골목길 쪽 유리창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그 손 멈추고 다가갔다. 그러나 골목길은 고요할 뿐 귀끝 스치는 바람만 휑하니 스쳐 갈 뿐이었다.

쌀 씻어 솥에 담아 적당한 물 추스리고 손바닥 눌러 수위 측정 후 뚜껑 닫아 곤로에 불을 붙이기 전 또 다시 똑똑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에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누군가 장난질하는 아이들인가 싶어 둘러 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곤로에 불 붙인 후 차분히 차가운 방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 잠시 밤하늘을 장식할 별밤을 "어찌 내 안에 담을까" 사유할 즈음 또 다시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잽싸게 일어나 문을 열고 대다 보았다.

그 짪은 순간에도 문 두드린 사람은 온데 간데 없기에 무지 빠른 놈이구나 생각하고 저쪽 골목끝을 바라보니 모르는 여고생 두명이 내게 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 있었다.
갓 촌놈은 순간 생각했다
설마 남학생한테 여학생이 먼저 손짓하는 일은 없겠지 하고 아는 사람 부르나 보다 싶어 다른 집을 둘러 본 후 설마 내가 아니겠거니 하고 그냥 문을 닫고 다시 누웠다.

그 이후 또 다시 문 두드리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순간 밀려드는 아쉬움에 먹먹한 숨결을 다독여야 했다.
심심하던차에 잠시 허전함을 느끼며 누군가의 호의를 무시한 호기심 어린 살폿한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한번 지나간 인연을 다시 되돌릴 수 없을거라 마음 달래며 그저 가슴에 아쉬움으로 담아 두기로 했다.

그녀들은 더 이상 인연의 뿌리를 한 순간의 유희인 양 그 어떤 추억의 꼬리도 배려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별밤을 사유하는 가슴 속에 그 언제라도 별빛 넘어 생각탑 그 뒤에는 그늘이 있다는 사실과 시간의 샘터에는 흘러버린 물이라도 그 원천에 씨앗이 자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젊은 시절 여고생 그 마음 언저리에 실망의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고 역시 내게도 충분히 전달되어 홀로 밥솥에 가스불 땡길때면 한 쪽 가슴켠에 시나리오로 꿈틀거린다는 사실과, 이내 서녁으로 기웃거리는 나의 동행은 사고의 늪에서 아쉬움으로 시절의 밤이슬로 젖어들곤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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