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달](시) - 교정본
- 윤유자
초승달
어스름녘 어디든지 따라오고
반갑다는 듯이
고개 끄덕이며 환한 미소 짓는다
상현달
저 창문 열면 문 앞에
웃고 반기며
오랫동안 머문다
보름달
세상 환하게 품어 주며
땅으로 떨어질 듯
자신을 과시한다
하현달
한밤중에도 길 가르쳐 주며
추억 접어
별에게 건넨다
그믐달
다음 만남을 준비하며
늘 다른 모습으로
새벽 내내 내 곁을 맴돈다.
[세상에 이런 일이](시) - 교정본
- 고대륜
딱새 부부 둥지 틀어
사랑이 옥동자 낳았다
꼬물꼬물 귀여운 새끼들
애지중지 품어주고 먹이는데
뜬금없이 남의 둥지에
알 낳은 무례한 뻐꾹새
아직 눈도 뜨지 않는 꿈틀이
무정한 궁둥이로 뒷발질
딱새 새끼 둥지 밖으로 덜커덩
딱새는 뻐꾹 새끼들도
한결같이 아껴주고 먹여 준다
뻐꾹뻐꾹 뻐꾹새, 노래 잘하는
로맨틱한 새인 줄 알았는데
천하에 몹쓸 얌체족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모정의 눈물](시조) - 교정본
- 정경균
가정에 가족들이 웃음꽃 머금는다
딸집에 진돗개가 한 쌍이 분양되어
새끼를 출산하여서 총애받고 자란다
금이냐 사랑이냐 마음껏 뛰놀다가
어느 날 담을 넘어 도로에 방황하다
자동차 충돌 사고로 어린 생명 잃었다
엄마는 삼 일 동안 단식에 눈물 고여
짐승도 먼저 떠난 자식을 못 잊어 해
그리움 쌓이고 쌓여 피눈물에 젖는다.
[그대 있는 곳까지](시) - 교정본
- 김정원(김정순)
저 영원의 물결 끝에서
그대 이름 하나 붙들고 선다
닿지 못하는 거리인데도
그리움은 왜 이토록
환희의 길을 밝히는지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아득한 시간의 다리 위에서
그대 있는 곳까지 가고 싶다
눈물처럼 맑은 침묵으로
그대 있는 곳까지
사랑은 천천히 흐르고 있다.
[타작마당에서](시) - 교정본
- 양경희
텅 빈 뼈마디에
푸르디푸른 숨 밀어올린다
무거운 햇살만큼 여물어 가는 대지의 갈비뼈
초록빛 접어두고 황금 물결로 일렁인다
바람 스치면
한쪽으로 몸 기울여
귀 연다
사그락 사그락
보리의 속삭임 누런 파문 일으키며
설레임 다가온다
탈곡기 소리 밭고랑 휘저으면
죽정이 광풍에 휘날려
빙글빙글 밭고랑에 털썩
낟알만 끌어안고 곳간으로
향하는 어머니
누가 낟알이고 누가 죽정이였던가
우린 한몸
너 없으면 내가 없고
나 없인 너가 없다
바람이 야멸차게 나누어도
기나긴 겨울 서로 부둥켜안고
견딘 무게는 나눌 수 없는 몸
타작마당에서
각자 쓰임의 시간이 다르게 준비된
서로 다른 행선지 부여받은 우리는 한 뿌리.
[제라늄](시) - 교정본
- 유순애
베란다 난간 위 작은 화분
계절 잊은 불꽃
아침이 유리창 넘어 발 담그면
금세 뜨거운 불씨 되어
햇살의 심장에 조용히 불붙이고
어스름한 저녁 내려앉으면
하루의 마침표 밝히는
작은 등불 되어
낮게 가라앉아 붉은 숨 고른다
고작 한 줌의 흙
그 메마른 곳에 가냘픈 뿌리 박고서
세상 다 태울 듯
오늘도 붉은 생을 꼿꼿이 밀어올린다.
[먼 그림자](디카시) - 교정본
ㅡ 고난희
한 서린 여인의 정조
비바람 속 대나무 울음에
달빛조차 서러운 혼 품어 주고
한 자 한 자 물위에
님 향한 자취 남긴다.
[비 오는 날](시) ㅡ교정본
- 향촌 오희숙
촉촉한 풀뿌리
손끝 얼얼하도록 뽑는다
뭉텅이로 올라온 이 흙덩이
떼내지 못한 그리움일까
켜켜이 쌓인 연민
빗물에 헹궈낸 상념일까.
[홍쌀리](시) ㅡ교정본
ㅡ 조규칠/덕산
백운산 자락 섬진강 아우른 마을
꽃향기 안개 피어나고 눈송이 꽃가지 춤 아름답다
청매실 농원 부농 꿈 날개 달아
산골 마을 담장 오르내리며 매화 지붕 희다
전망대 흔들거리는 보자기 펄럭이고
섬진강 물줄기 꽃향에 취해 머뭇거린다
길가에 선 장독대 안
숙성된 장내음 코끝 만져 추억 피운다
지리산 낮은 산골
매실향 넘치고 홍매화 어우러져 호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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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그림자
고난희
한 서린 여인의 정조
비바람 속 대나무 울음에
달빛조차 섧은 혼 품어주고
한자 한자 물위에 기록
님 향한 자취 남긴다.
[ 비 오는 날] 원본-향촌
촉촉한 풀뿌리
손끝 얼얼하도록 뽑는다
뭉텅이로 올라온 흙덩이는
떼내지 못한 그리움일까
켜켜이 쌓인 연민
빗물에 헹궈낸 상념.
[홍쌀리] ㅡ원본
조규칠/덕산
백운산 자락 섬진강 아우른 작은 마을
꽃향기 안개 피어나고 눈송이 꽃가지 춤 아름답다
청매실 농원 부농 꿈 날개 달아
산골 마을 담장 오르내리며 매화 지붕 희다
전망대 흔들거리는 하얀 보자기 펄럭이고
섬진강 물줄기 꽃 향에 취해 머뭇거린다
길가에 선 장독대 안
숙성된 장 향기 코끝 만져 추억 피운다
지리산 낮은 산골
매실 향 넘치고 홍매화 어울려 호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