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디카시) - 교정본
ㅡ 김정선
짙푸른 어둠 잠들고
심연에 빠져 조각난 꿈
두둥실 동백으로 떠오른다
살랑바람 손잡고 달리면
훠얼 훨 괜찮은 거다.
[향그러움](디카시) - 교정본
ㅡ 모정자
한없이 품어내는 사랑의 손길
소롯이 입술 적셔
환한 미소로 향기 품는다
누군가 설레임인 듯
넌지시 다가간다.
[향수](시) - 교정본
- 김덕희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아스라이 떠오르는
친구들의 얼굴
더운 여름
등에 맨 책보와 검정고무신 벗어
들꽃 핀 너더리 냇둑에 던져놓고
흐르는 물에
슬그머니 발 담그고
물장구치면서
행복해하며 떠들던
어린 시절
돌아가고파
철없던 그 시절로
그립고 그리운 고향 친구들
나 혼자 조용히 그린다.
[고인돌](시) - 교정본
- 장한별
수천년
잠든 자의 집 앞에
이름 없는 풀들이 먼저 와
머리 푼다
나래 접은 새들
돌의 낮은 이마 스치고
봄은 금 간 틈마다
뿌리 내린다
사람은 떠난 지
오래인데
살아 있는 것들만
제 몸으로 예를 올린다.
[단상·1](시) - 교정본
- 황혜란
아그들아
밥 먹었냐
밥
아그들아
밥 먹어라
밥.
[션·정혜영 부부](시) - 교정본
- 황혜란
적금 없음
보험금 없음
집 없음
그래도 행복해.
[여명을 나르는 사람들](시) - 교정본
- 이선자
새벽길 계단 뛰는 택배
그 발길들이 곤한 잠 깨고 나와
땀방울 등에 지고
달리는 발걸음
청춘들 높은 일자리
언제쯤 꽃피울지
저만큼 화려함에
엇갈림 깊어지고
심화된 임금 격차
골 깊은 세상 되어
한쪽에선 나래 펴 흥청이고
반대쪽은 한숨만 늘어나
긴 그림자 깊은 사연들
엇갈린 영혼 흔들리고
젊음의 외침 소리
허기진 현실의 길
골 깊은 이 사회
늦은 밤 창가마다 시름 한자락씩.
[민들레·1](시) - 교정본
- 이은숙
지금은
김광석의 거리,
햇볕 따사로운 방천둑
세상 환희 밝히는 웃음 하나
가녀린 몸 던져 치열히 사랑하는...
[민들레·2](시) - 교정본
- 이은숙
시간은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고 싶냐
마흔 해 사명 마침표에
햇살 한 꼬집,
비바람 한 줄기,
태풍 한 움큼 휘리릭
맛있는 시간 마시고
수백 개 하이얀 낙하산
한 자락 품고
팔공산 기슭에서 무등산까지 갓털 비행
지금 여기,
비엔날레 호숫가 돌 틈 움켜잡고
루틴처럼 시 노래 지저귀는 하루하루
어둠 속 별이 되어 주는 내 편,
몸의 하모니 가르쳐 주는 여신,
한 올 한 올 수놓은 詩의 영혼,
함께하는 행운 지니고
온 세상에 꿈 퍼진다.
[순간, 니가 술래야](시) - 교정본
- 최도순
정강이 한복판에서
꽃잎 하나 허옇게 히죽거린다
모기가 남기고 간 그 붉은 가려움
온 밤 밑줄 그어 꽃망울 맺혔다
흙먼지 날리는 십리 길
다 닳도록 긁고, 후비고, 또 긁고
기세등등한 올케의 말이 박혔을까
학교 다녀 기둥 흔들린다는
학생은 죄인일까
마당 귀퉁이 반쯤 눈뜬 나라꽃이 째려본다
어딘가 숨고 싶다
세력이 커진 꽃봉오리 뼈까지 파먹는다
어머니는 뼈다귀에 고추장 발라 불에 달궈 지지라 한다
이글거리는 불의 이빨
어머니를 익히고, 올케를 굽고, 나를 태우고
지글거리는 울부짖음 허우적대며 날아간다
그림자도 숨어버린 대낮 술래는 어디 있나
매미 소리 요란한데
울적한 가슴 홀로 울음주머니처럼 뿔룩거린다
달궈진 뼈가 희죽거린다
벌건 꽃잎이 파르르 떤다.
[그리운 제자에게](시) - 교정본
- 이향숙
새 품에 안긴 새끼새처럼
티 없이 맑기만 했던 아이야
동그란 눈망울에 고여 있던
수많은 사연들,
동자승이라는 무거운 이름 뒤에
얼마나 큰 외로움 숨기고
있었느냐
머리 깎고 향 피우며
부처님 닮아가려 애쓰던 뒷모습
결코 쉽지 않았을 그 수행의 길
어느 날 등 뒤로 저무는 노을이
엄마 품처럼 따스해 보여
남몰래 고향 하늘 보며 뒤척였겠지
봄날 꽃이 지고 푸른 여름이 와도
오지 않는 안부 기다리던 그 가녀린 어깨
품이 조금 컸던 승복과 묵직한 염주,
참 잘 어울리던 따스한 누빔조끼까지
그저 영락없는 부처의 미소였지
함께 걸었던 그 깊은 숲길이
언젠가 너와 나를 다시 잇는
단단한 인연의 끈이 되어두기를
오늘도 바람 끝에 안부를 묻는다.
[향기로 머문 자리](시조) - 교정본
- 유양업
풍요의 마음 자락 성실히 건져 올려
먼 타국 사역마다 하늘향 풍겨 놓고
오랜 날 온유한 마음 별빛 되어 빛난다
둥글게 솟는 열정 진실향 흩날리며
모자의 고운 화음 하늘문 두드리니
눈가에 잔잔한 은혜 은빛 나래 펼친다
농익은 지성의 빛 음률로 꽃피우고
빈자리 그리움도 환희를 선사하며
휘도는 가슴속 온정 귓가 머문 그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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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음]
모정자
한없이 품어내는
사랑의 손길
소롯이 입술 적셔
환한 미소로 향기
품는다
누군가 설레인듯
넌지시 다가간다.
< 아자>
김정선
짙푸른 어둠 잠들고/
심연에 빠진 조각난 꿈 /
두웅실 동백으로 떠오른다/
살랑 바람 손잡고 달리면/
훠얼 훨 괜찮은거다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