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녹원](시) - 교정본
- 소정희
사그락 사그락
댓잎들의 합창 소리
서로 토닥여 주니
휘청거린 노곤함
수묵화에 잠재우는
이 시간
통통히 살진 추억 꺼내
사랑 노래 부르며
온종일
그대 곁에 머물고픈 마음
구름처럼 몰려 온다.
[치잣꽃](시) - 교정본
- 한선이
매서운 계절
홀로 견딜 수 없을 때
덮어준 이불 한 장의 사랑
봄꽃 잔치 후
핀 꽃송이
백색 날개 속 노란 방울들
초록 잔치에
초대된 자리
선물은 향기 채운 호리병
가을이면 주머니 달고 나와
그리운 엄마
색색의 무지개떡 된다.
[감꽃 질 때면](시) - 교정본
- 임순이
뭉게구름이
달빛 떠난 자리
배회한다
시간이
바람에 매달려
목 길게 뻗으면
안방 등진 노모
자맥질하는 빛살 아래로
그늘 한 자락 끌어당긴다
산비둘기의
경계 없는 곡예 놀음에
치마폭에 풋사랑 떨어진다
한켠 모서리에 끼어 웅크리다
낯선 발톱으로 꺾어져 쓰러지고
때론 뜀박질에 까맣게 묻힌다
동공 풀리면서
부챗살같이 드러누운
저 마른 꽃이파리
새벽 설잠
열망에 한 움큼 꿰어 엮은
떨떠름한 추억 흔적으로 남기고
풋풋함 놓을 수 없어
영글어 가는 가을의 저녁 초대하며
독백의 옹알이로 서 있다.
[안으로 자라는 나무](시) - 교정본
- 전예라
긴 침묵 빚어진 흙빛의 숨결 품고
속울음 달궈진 밤을 묵묵히 견뎌낸다
장인匠人의 체온으로 익힌 그리움 입고
보름달로 피어나는 고요
붉은 혀로 어둠 속 핥아가며
불바다 건넌 사연 뼛골 깊이 녹아들면
꺼뭇꺼뭇 그을린 한숨, 가빠지는 호흡에
아린 아픔마저 묵은 향내 난다
장독 위에 흥건히 널린 장맛,
처마 끝에서 툭툭 떨어지는 햇살이
퀴퀴한 바람까지 간장 빛깔로 치대어 가며
설움마저 익혀온 가슴
담장 너머 오가는 눈물 쉬어갈 곳은
둥근 기다림 품은 당산나무 그늘뿐
비워낼수록 여유 쌓이고
내어줄수록 온기로 깊어지는
세월의 결 곱게 접힌 여백 속에서
달빛 스민 향기 은은히 번진다.
[은목서](시) ㅡ교정본
ㅡ 강대문
아침 안개 고요히 흐르는 강변길
연둣빛 잎새 마음 흔들고 갈 때
하얀 꽃망울로 추억 부른다
그 무덥던 여름
파문 일렁이며 설렘으로 다가와
떨림 속 마주잡던 그 손길
맑은 미소 눈가 맴돌 때
웃음 한 조각
꽃향기로 피어나던 그녀
서로가 마주했던
어찌할 수 없는 갈림길에
아련함 남기고 떠나갔지만
세월에 갈리어 간 길모퉁이
숨결 닿는 곳마다
아픔으로 피어나고
그리움은 보랏빛 향기 되어
한 그루 나무로 자라고 있다.
[청파](시) ㅡ교정본
-조순주(순향)
해안가 피어난 한 송이 꽃
깊은 마음 우아하게 미소 짓는다
밤이면 파도 한 장 베고
심연에 닿을 수 있을까
배려 속에
그리움 잠재운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
물기 마른 날 없어
전하지 못한 밀어
수평선에 맡긴다
애처로운 파도 끝내 부서지지만
바다를 가슴에 품고
푸른 물결의 여인으로
오롯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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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의 나그네] ㅡ원본
-조순주(순향)
해안가 피어난 한 송이 꽃
깊고도 고운 마음 우아하게 미소 짓는다
밤이면 파도 한 장 베고 심연에 닿을 수 있을까 배려 속에 그리움 잠재운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 물기 마른날 없어 전하지 못한 밀어 수평선에 맡긴다
애처로운 파도 끝내 부서지지만 바다를 가슴에 품고 푸른 물결의 여인으로 남는다.
은목서/원본
강대문
아침 안개 고요히 흐르는 강변길
연둣빛 잎새 푸름에 지쳐 마음 흔들고 갈 때
은빛 고운 나무
하얀 꽃망울로 추억 부른다
그 무덥던 여름
파문 일렁이며
깊은 곳 설렘으로 다가와
떨림속 마주잡던 그 손길
맑은 미소 눈가 맴돌 때
굽은 웃음 한 조각
흰 꽃향기로 피어나던 그녀
서로가 마주했던
어찌할 수 없는 갈림길 앞에
아련함만 남기고 떠나갔지만
세월에 갈리어간 길모퉁이
숨결 닿는 곳마다
아픔으로 피어나고 그리움은
보랏빛 향기 되어
한 그루 나무로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