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실문예창작 방그레 문학회
(지도 교수 박덕은)
[절반이 지났다](시) - 교정본
- 박명자
일 년의 한쪽 날개가
조용히 접혔다
새해 첫날 품었던 다짐들은
어떤 건 싹나서 꽃 피고
어떤 건 아직 씨앗으로 남아
흙속에서 잠잔다
봄비가 몇 번 지나가고
푸르른 나무가 짙어질 즈음
문득 돌아보니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가 있었다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시간
남은 날들은
아직 반쪽의 하늘처럼 넓다
지나간 날을 아까워하기보다
남은 계절에 마음을 심어 본다
절반이 갔다는 건
절반이 남았다는 뜻
오늘의 작은 걸음 하나가
다가올 계절의 따스한
기억이 되길.
[단비](시) - 교정본
- 임금남
하늘이 AI 시대를 개척해 나갈
준비 중
푸른 하늘 흰구름은 도피 중
비와 손잡은 먹구름 약비는
고가 경매에 낙찰
금값에 사들인 다목적 영양제
한바탕 세상에 맛 보이자
시간 초월하며 마라톤 실력 보이더니
그 기록 놀랍다
튼실한 가지
하루하루 커가는
이세 모습 바라보며
자신의 기력 다 빼앗기면서도
오로지 자식 위해 기도한다
스피드로 쫓아가는 성장 속도
우리도 저 식물처럼
영양제 한바탕으로 질병 이기는
강자의 힘을 길러내자.
[행운목](시) - 교정본
- 양희옥
몇 년간 푸른 잎만 무성히
한자리 지키더니
별로 볼품없는
하얀 쌀알 같은 꽃을 피워낸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온 방 가득 향기 넘친다
코 벌름거리며
베란다로 나가서 주인공을 찾는다
마치 하늘에서 보내온 편지처럼
은은하고 도도히 향기 발산한다
작고 수수하지만
나드 향보다 좋다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피어난 꽃이어서일까
그 속에는
묵묵히 견뎌온 날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이지 않는 축복 하나가
조용히 문턱 넘어와
매혹시킨다.
[사랑·10](시) - 교정본
- 이여울
그대는
여백에 묻힌
한 알의 저녁별
품에 안을수록
더 깊이 빛나는 발자취
매일 그 별빛 주워
빈 마음의 처마에 걸어 둔다
비 오는 날이면
그 빛은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바람 부는 밤이면
균열 속에 둥지 튼다
보고 싶다는 말 대신
달빛 한 장을 접어 보낸다
그대는 그 달빛 읽고
먼 하늘에서 꽃 한 송이로 피어난다
사랑은 함께 있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외로움 품어주는 일
오늘도
불씨 안고
메아리 되지 않는 그리움으로
천천히 여명 밝힌다.
[그리움](시) - 교정본
- 모정자
눈뜨면 온몸 적시는
그 모습 울컥
살며시 환한 웃음 짓고
품에 안기는 듯
기다려 언제든 함께
예쁜 미소 서로 마주해
남겨진 큰 대망 되어
언제라도 또 다시
가슴 안에 품고 품어
파노라마 띄운다.
[미련](시) ㅡ교정본
ㅡ 박영애
바싹 마른 잎사귀
붙들고
어쩌자고
저러는지
12월에 핀 라일락은
애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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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ㅡ원본
바싹 마른
잎사귀
붙들고
어쩌자고
저러는지
12월에 핀
라일락은
애잔 하기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