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시) - 교정본
- 김봉숙
강둑에 민들레꽃 필 때에도
바닷가에
해당화 붉게 지는 동안에도
짐을 꾸렸다
마지막 발령장 받아 든 뒤에도
어디든
어느 시간이든 길 찾는
나는 집시였다.
[파도](시) ㅡ교정본
ㅡ 훈화초 변재일
끝없이
밀려 오는
여러 물결들
알 수 없는
저 표정 안에
깊은 심연 담고 있다
속절없이
어디로
쓸려갈까
앞서 간
난파선 위에
까치발로 서서
쓴웃음 짓는다.
[진료실](시) ㅡ교정본
ㅡ 김전자
약봉지 텅 비자
긴 의자에 앉아 연신 옷 끝 훔친다
화단가 나무 그늘에 재채기 숨기고
간질 간질 피부는 소매로 들어간다
오랫동안 알약 몇 개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간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보다
피어나는 저 꽃이라는 글자 곁에 앉는다
붉은 반점처럼 지겨움 잊고
초록빛을 처방 받는다.
[연지 꽃밭에서](시) ㅡ교정본
ㅡ 김영자
1
말갛게 피어나
심지 하나
밝히고
틈 비집던 바람등에
순백으로 돌아와
한 겹씩 고요 벗긴다
푸른 생 지나며
수초 사이 일렁이는
저 숨결
바람결은
어디로 향해야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
2
뿌리에서 꽃 진 자리까지
서성이고 또 서성이며
전설의 빛에 지문 찍는다
햇살의 잰걸음이 잘게 마름질하면
굴레에서 벗어나
서럽게 농익은 눈물이 툭툭 터진다
잎새에 내려앉은 침묵
둥그런 매듭들이
뭉텅 뭉텅 내리는 꽃비
억수로 쏟아지는 그리움
달강 건너온 길 위에서
오래된 사랑을 만난다
마음에 뜨는 달
저릿한 순정이
한 꺼풀씩 벗겨질 때
빈자리 남겨두고
첫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득한 봄날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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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꽃밭에서]원본
김영자
1)
맑갛게 피어난 그대 앞에
길 잃은 심지 하나 밝히고
틈새 비집던 바람등에
순백의 빙점으로 돌아와
한겹씩 고요를 벗긴다
푸른 생을 지나며
수초사이 일렁이는 숨결
바람결은 어디로가야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
2)
뿌리에서 꽃진 자리까지
서성이고 또 서성이며
전설의 빛에 지문을 찍는다
햇살의 잰걸음이 잘게 마름질하면
굴레에서 벗어나
서럽게 농익은
붉은 눈물들이 툭툭 터진다
푸른 잎새에 내려앉은 침묵
둥그런 매듭들이
뭉텅 뭉텅 쏱아지는 꽃비
억수로 쏱아지는 그리움의 길이었을까
달강 건너온
오래된 사랑, 너를 만난다
마음에 뜨는 달
저릿한 순정이
한 꺼풀씩 벗겨질 때
당신 위해 오래된 빈자리 남겨두고
첫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득한 신화 속 봄날로 흐른다.
진료실/원본
김전자
약봉지 텅빈다
긴 의자에 앉아 연신 옷 끝을 훔친다
화단가 나무 그늘에 재체기 숨기고
간질 간질 피부는 소매로 들어간다
오랫동안 알약 몇개
버리지 못한체 살아간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보다 피어나는 저 꽃이라는 글자가 내옆에
앉는다 붉은 반점처럼
지겨움도 잊은채
방금 초록빛 6월을
처방 받는다
파도 ㅡ원본
훈화초 변재일
끝 없이
밀려 오는
여러 얼굴의 물결
알 수 없는
표정 안에
깊은 심연을 담고 있다
누가 속절 없이
어디서 어디로
쓸려갔을까
앞서 간
난파선 조각 위에
까치발로 서서
격세 파랑을 오르내린다
수평선에
흰구름
밀려 왔다 밀려 가면
서편 하늘가
붉은 노을
쓴웃음 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