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무엇이 소중한가?
창세기 3:1-6
1. 야훼 하느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제일 간교한 것이 뱀이었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
2.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먹되,
3. 죽지 않으려거든 이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
4. 그러자 뱀이 여자를 꾀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5. 그 나무 열매를 따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
6.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 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줄 것 같아서, 그 열매를 따먹고 같이 사는 남편에게도 따주었다. 남편도 받아먹었다.
지난 6월 14일 미-이란 전쟁이 개전 107일 만에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겠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서명식을 갖기로 하였으나 호르무즈해협을 조기 개방할 수 있도록 서명 시점을 앞당겼습니다. 트럼프는 현지시각 17일에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고,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도 현지시간 18일에 최종 승인했습니다.
알려진 14개 조항을 살펴보면 사실상 "이란의 승리"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스라엘이 주장했던 전쟁의 목표인 핵 제거와 체제 붕괴를 이루지 못한 채 종전협약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 중단 ▲즉각적인 호르무즈해협 개방에도 불구하고 60일간만 무료이고 이후 이란-오만이 향후 해상 서비스와 통행 체계를 관리할 권한을 갖는 방향으로 ▲이란 동결자금 단계적 해제와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 기금 조성 ▲이에 비해 핵무기 문제에 있어서는 오바바 행정부 협상보다 뚜렷히 진전된 것이 없다는 점 등입니다.
하지만 MOU 체결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트럼프의 격노에도 네타냐후는 헤즈볼라와의 전쟁은 이란 전쟁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가을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군사작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란은 이스라엘 공습을 이유로 즉각적인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를 단행하였습니다. MOU 제1조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멈춘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죠.
이스라엘의 방해로 미-이란 전쟁이 과연 이대로 끝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이번 전쟁은 인류가 해쳐 나아가야 할 앞날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협상 중에 일방적 공격으로 시작된 국제법을 어긴 전쟁이었습니다. 2월 중순 미국과 이란은 오만에서 핵 협상을 진행 중이었고, 중재국 오만은 공습 전날인 2월 27일 “협상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각 트럼프는 네타냐후와의 회동 후 이미 이란 공격 작전 ‘장엄한 분노’의 개시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28일 오전, 미국과 이스라엘의 테헤란 공습으로 37년간 이란을 통치했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다수의 이란 정권 수뇌부가 회의 도중 사망했습니다.
② 압도적 군사력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항모전단 두 개와 첨단 정밀 무기 등을 동원했지만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해협 봉쇄를 뚫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중동우방국 내의 미군기지가 공격대상이 됨으로써 미군이 방패막이가 아닌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③ 드론과 AI가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으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 전쟁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AI 기반 무기 사용은 오작동 위험, 책임 소재 불분명, 민간인 피해 확대, 자동 확전 가능성이 있음을 각인시켰습니다.
④ 이번 전쟁으로 인한 석유 가격 폭등과 물량 부족은 세계 경제의 재앙이 되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물동량의 20%가 마비되었죠.
⑤ 전통적 동맹이 해체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나토와 한국 일본 등의 참전을 요청했지만 동맹국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미군 기지 사용까지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죠, 명분, 자국의 이익, 국내 여론 등이 영향을 미쳤던 것입니다.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동맹은 더이상 존재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깨워주었습니다.
⑥ 모든 전쟁이 그렇지만 민간인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학교가 폭격당하고, 공항이 마비되고, 전력과 의료체계가 붕괴되었죠. 식수원조차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⑦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하였습니다. 특히 드론 등 값싼 공격무기의 효율성을 보여주어 전쟁을 더 쉽게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⑧ 이번 전쟁의 가장 끔찍한 점은 최소한의 명분마저 무시한 욕망이 주도한 전쟁이란 것입니다. 미국은 페트로 달러 패권을 지키려고 이스라엘의 중동 패권 전략에 동조했습니다.
107일 동안 치러진 이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 질서의 재편과 세계 안보 환경의 변화를 예고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6월 12일,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AI 최상위 모델인 클라우드 미토스 5(Mythos 5)와 페이블 5(Fable 5)에 대해 미국 시민이 아닌 모든 외국인의 사용을 금지하라는 수출통제(export control)를 발동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 안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까지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 정부가 AI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핵. 암호기술, 반도체, 첨단 군사 장비 등과 같이 취급하겠다는 것입니다. AI 모델을 상품이 아니라 안보로 보고 최상급의 모델을 쥐고 있겠다는 계산인 거죠.
다른 하나는 중국 견제입니다. 백악관 내부에서 중국계 집단이 미토스에 접근했을 가능성과, 이를 증류(distillation)하여 역설계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AI 패권을 중국으로부터 사수하겠다는 것이죠.
같은 날, 중국에서 또 하나의 공지가 떴습니다. 바로 최신 모델인 즈푸 AI(Zhipu AI)의 GLM-5.2를 전면 개방한다는 내용입니다. 중국은 "프론티어 모델은 소수가 독점해서도 안 되고 소수의 규칙에 의해 차단되어서도 안 된다(前沿智能不应只属于少数人, 也不应被少数规则随时收回)"고 주장했습니다.
AI 첨단모델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조치는 방향은 달랐지만 결국 목표는 하나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AI 패권 사수입니다. 미국은 최첨단 AI 모델을 자기만 가지고 휘두르겠다는 것이고 중국은 AI의 표준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개방을 표방하는 중국 또한 대형 언어 모델 운영에 사전 등록제를 의무화하고, 핵심 AI 기업의 기술 인력의 출국을 비공식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하드웨어와 폐쇄 모델로 기술 종속을 설계한다면 중국은 오픈소스로 생태계 종속을 설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술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습니다. 산업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는 핵심 기제인 AI 인프라 표준을 자국이 장악하겠다는 것입니다.
AI 시대를 먼저 장악하려는 전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전쟁에서 밀리면 그 피해는 과거의 총과 칼, 탱크와 미사일, 핵폭탄보다 더 무서울 것입니다. 산업문명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전환하는 이 시점에 AI를 장착한 나라와 뒤따라 가는 나라 사이의 간격은 상상보다 훨씬 큰 격차를 만들게 되고, 극복할 수 없는 종속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AI 빅테이크 기업들은 2036년까지 부통령 밴스를 내세워 AI 기술 공화국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도 2035년까지는 AI 표준국가를 공산당이 주도해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죠, 이들 모두 세계를 호령하는 디지털 제국주의를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꿈꾸는 디지털 제국주의는 인류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만들 것입니다. 이미 많은 영화와 책들이 그 위험성을 경고해 주었죠. 참된 의미의 디지털 민주주의 확보 없는 AI 시대는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일정 중에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 한반도 평화와 국제 평화 질서에 대한 공동 관심을 논의하였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6.15 공동선언을 한 날이었죠.
이 대통령은 남북 긴장 완화, 화해와 협력,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교황청이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지지해 주도록 요청했다고 합니다. 교황도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죠.
또 이 대통령은 국제 가톨릭 대축제인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 교황의 방문을 요청했습니다. 전례에 따라 내년 레오 교황이 한국을 찾으면 요한 바오로 2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은 역대 세 번째이자, 횟수로는 네 번째 방한이 됩니다.
이번 교황과의 만남은 한국이 앞으로 세계 평화를 이끌 수 있음을 알린 사건입니다. 더욱 폭력적이고 제어할 수 없는 AI 전쟁의 확산을 막고 평화를 추구하는데 협력의 의지를 확인한 것입니다. "힘이 아니라 대화가 평화를 만든다"는 선언이었던 것이죠.
교황은 평소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와 화해가 살아있는 상태"라고 말해왔습니다. 이번 만남은 그 평화를 향한 작은 씨앗을 심는 자리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취임 후 지난 5월 15일(2026) 회칙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을 반포하였습니다.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1891)」를 반포한지 135주년에 맞추어 나온 사회 회칙입니다. 「위대한 인간성」의 부제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격을 수호함에 관하여(Sulla custodia della persona umana nel tempo dell'intelligenza artificiale)"입니다.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는 산업혁명 이후 독점 자본주의의 등장과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 등의 사회적 흐름 속에서 반포되었고, 당시의 사회 문제에 대한 교회의 대응을 담은 첫 사회 회칙이었습니다. 이 회칙은 비오 11세의 「사십 주년」(1931), 요한 23세의 「어머니요 스승」(1961), 요한 바오로 2세의 「백 주년」(1991) 회칙 등으로 보완되었습니다.
회칙 「위대한 인간성」은 인공지능(AI)을 인간 지능과 동일한 차원에 두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AI는 인간 지능의 일부 기능을 모방하지만, 신체적(corporeo)·관계적(relazionale)·도덕적(morale)·영적(spirituale) 차원을 모두 포괄하는 인간 지능 전체를 모방하지는 못한다는 것이죠.
회칙은 AI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인간을 데이터나 알고리즘으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생사(生死)를 결정하는 자율 살상 무기와 전쟁용 AI의 사용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죠. 교황은 이를 "AI는 무장해제되어야 한다" 는 표현으로 압축합니다. 통제받지 않는 경쟁을 멈추고, 국제적 규범을 통해 인간 공동선을 우선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이 소수의 이익이나 국가 패권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가난한 이들, 약자, 미래 세대를 위한 봉사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회칙은 바벨탑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며, 인간이 기술의 주인이 되어야지 기술의 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죠. 결국 진정한 발전은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지혜롭고 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는 산업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의 문명전환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빅테이크 회사들의 AI 기술입니다. 이들과 미국, 중국 등이 디지털 사회의 표준을 선점하려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죠. 이들이 꿈꾸는 미래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AI 기술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도 물음표죠. 그 전환이 인류를 포함한 피조물들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줄지도 아직 모릅니다.
위에서 소개한 레오 교황의 회칙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지금 인류 사회에 던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회로의 문명전환이 목표하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죠.
도덕경 44장에 이런 기르침이 있습니다. “이름과 몸은 어느 것이 가깝고, 몸과 재물은 어느 것이 소중하며, 얻음과 잃음은 어느 것이 괴로운가? 그런고로 지나치게 사랑하면 반드시 크게 소비하게 되고, 지나치게 쌓아두면 반드시 망하게 되느니라. 족한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 갈 수 있느니라(名與身은 孰親하고, 身與貨는 孰多하며, 得與亡은 孰病고? 是故로 甚愛면 必大費하고 多藏이면 必厚亡이니라。知足이면 不辱이요, 知止면 不殆하여 可以長久니라).”
비록 전지전능과 풍요를 약속하는 AI 문명시대라 할지라도 무엇이 소중한지 알고, 욕망에 휘둘리지 말라는 말입니다. 족한 줄 알아 욕됨 없이 살고, 멸망을 자초하지 말라는 것이죠. 더 강한 AI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전을 희생해도 되는가? 인간이 ‘멈춤의 지혜’를 가질 수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죠.
불교 초기 경전인 아함경(阿含經, Agama Sutras)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 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간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이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 만큼 그의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 아내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城)과도 같았다. 셋째 아내는 그와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움을 나눈다. 하지만 그는 넷째 아내에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남편의 뜻에 따랐다.
어느 날 남편이 머나먼 나라로 길을 떠나게 되어 첫째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하지만 냉정히 거절당한다. 가장 아꼈던 아내인데 청을 거절하자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이번에는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한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야하느냐는 것이었다. 남편은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청한다. 셋째는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같이 갈 순 없다고 완곡히 거절한다. 남편은 할 수 없이 예전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넷째 부인에게 같이 가자고 청한다. 넷째는 말한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간다.”
이 이야기의 ‘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합니다. 그리고 ‘아내’들은 살면서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고 있죠. 첫째 아내는 육체를 가리킵니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저 세상까지 육신을 데리고 갈 수는 없습니다. 둘째 아내는 재물입니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저승길을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셋째 아내는 일가, 친척, 친구들이죠. 이들도 죽음의 길을 배웅해 줄 수 있을 뿐입니다. 넷째 아내는 바로 마음입니다. 결국 죽을 때 따라나서는 것은 마음뿐인 것이죠. 이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창세기의 선악과 이야기도 오늘날 AI 기술 문명 시대에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뱀은 하와에게 ‘그 열매를 먹으면 너희 눈이 밝아져 하느님처럼 될 것’이라고 유혹했죠. 문제는 열매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신의 자리에 오르려는 욕망이었습니다. 하와는 그 열매가 먹음직스럽고, 보기에 아름답고, 사람을 지혜롭게 해줄 것 같아 따먹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AI 역시 인간에게 비슷한 유혹을 던지고 있습니다. AI는 질병을 치료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죠. 사람들은 AI가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습니다.
그러나 성서의 이야기는 지식과 능력이 커질수록 더욱 큰 책임과 절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칩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많은 정보와 강력한 통제력을 갖게 되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도 커집니다. AI가 인간의 판단을 대신하게 되면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능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또한 초인공지능(AGI)이 인간의 윤리적 판단 없이 멋대로 행동할 위험도 존재합니다. 초지능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거나, 소수의 국가와 기업에 의해 독점될 경우, 감시사회와 불평등, 민주주의의 종말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죠.
선악과 이야기가 경고하는 것은 지식 자체가 아니라 “하느님처럼 되려는 교만”입니다. AI 시대의 가장 큰 위험 역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인 것이죠. 성서는 인간이 창조주가 아니라 피조물임을 기억하라고 가르치고, 교황 레오 14세는 인간의 존엄과 양심이 어떤 알고리즘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공동선을 섬기는 도구가 되어야만 합니다. 결국 인류의 미래는 더 강한 AI를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할 지혜와 윤리를 갖추는 데 달려 있는 것이죠.
AI 시대에 패권을 다투는 미국이나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AI 민주주의 표준을 세울 유일한 나라입니다. 그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창조의 동역자로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하늘의 지혜가 넘치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