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 구가 중수 상량문(河上舊家重修上樑文) 졸재(拙齋) 류원지(柳元之)
영남은 산수로 이름이 나서 평소 우리 고을을 낙북이라고 칭한다. 토구(菟裘)를 끼쳐두었는데 실로 선대 대대로의 별업이다. 연하(煙霞)에 계약이 있어 꽃과 버드나무가 사사로움이 없다. 당구(堂構)의 끼친 규약을 실천하고, 미완(美完)의 옛 제도를 확장하였다. 주인은 평생 구졸(鳩拙)하고 반평생 백구와 맹약을 맺었다.
하지만 열에 여덟아홉이 결함과 틈이 있어 서까래는 바람과 해를 가리지 못하기에 수미 30년에 거듭 경영에 들어갔다. 거북점이 따르고 계획이 화합하여, 저곳으로 옮기고 이곳에다 부치기 위해 장인을 부르고 비용을 계산하여 옛것을 고치고 새것을 증보하며, 사사로운 계획을 치밀하게 갖추었다. 모두가 상감의 은혜가 드넓기 때문이다. 유휴의 손길이 충분하게 모여 이웃의 조력이 두루 온전함을 다하여 하루가 안 되어 완성되었으니, 농한기의 시절로 보아도 가하였다. 이에 석인(碩人)이 집으로 삼는 곳이 되고, 또한 동자의 노닐 곳이 되었다.
붓으로 계획하여 서너 폭의 공력을 들이지 않아도 망천(輞川)의 경승은 시통으로 나타내어 끊이지 않고 하나의 채찍으로 드러내니, 파교(灞橋)의 행장과 단풍잎에 맑은 이슬이 맺힌 광경은 고보(古步)의 가을빛을 따라 나가고, 복사꽃 뜬 가녀린 물결은 신포(新浦)의 봄 강물을 비추고 있다. 물상 바깥의 경물은 사람의 정신을 유혹하여 흥취가 다시 옅지 않다. 산간의 아침, 저녁은 그대로 한 해의 광경을 이루기에 즐거움 또한 무궁하다. 작은 은둔처를 넉넉히 점유하여 금기(襟期)가 절로 이루어지고, 상류에는 밭이 펼쳐져 청산은 기다려 주는 듯하다.
가까이 학가(鶴駕)가 날아오는 것을 따르매 녹수는 기약한 듯이 온다. 멀리 구름 그림자로부터 오는 듯하여 흐름이 위미하고 달팽이가 침을 흘려 저절로 윤택하다. 뱁새의 가지는 안정하기 쉽다.
몇 해인가 분망하게 검은 먼지 속을 달리다 하루아침에 청복을 찾아 안정하여 여기서 관례와 혼례를 올리니, 종사(從事)는 넉넉하게 한이부(韓吏部)의 이전 영화가 있다. 화복은 완연하게 그늘을 이루어 망령되게도 사마공(司馬公)의 독락(獨樂)을 희구한다. 짧은 노래를 적어 상량하는 일을 돕기로 한다.
대들보를 동쪽으로 올리니
높이 솟은 화산의 산봉우리가 허공을 갈고 있는 듯한 형상이네.
이에 바로 봉우리의 넘실대는 달빛이
미만하여 그림자가 물결 속에 떨어져 있구나.
대들보를 서쪽으로 올리니
허공에 가득한 밝은 노을과 맑은 남기(嵐氣)
무릉도원이 정녕 이곳 말고 달리 어디에 있으랴.
옥봉이 나열하길 서넛이로군.
대들보를 남쪽으로 올리니
물가 기슭에 방초가 무성하네.
아침에 삽상한 기운이 주렴 안으로 들어오더니
한바탕 가랑비가 둑을 에워싸누나.
대들보를 북쪽으로 올리니
시야를 즐겁게 해주는 상서로운 태양빛이 오색으로 영롱하여
정성스레 남산에 절하나니
망망하게 사람이 남극 노인성의 지역에 있도다.
대들보를 위로 올리니
술항아리에 갓 녹주를 빚어내어
사시사철 친구들이 방문하나니
해마다 즐거운 뜻이 무한하여라.
대들보를 아래로 올리니
서너 이랑 밭에 향기로운 채소가 집을 둘러 자라니
이것이면 생계의 구실은 넉넉한 것을
하필이면 천 칸 넓은 집을 바라랴.
삼가 바라건대 상량한 뒤에 신령한 훤초(萱草)가 늙지 않고 옥수가 늘 봄빛을 띠며, 도지게[棐几]에는 화로의 훈기가 젖어 있기를 바라노라. 이 책이 한 벽에 가득함을 사랑하여, 흙침상에서 자더라도 외물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해가 삼간(三竿) 높이에 오르면, 세세한일의 썰렁한 것들은 덜어 버리고 초심의 해후를 얻으며, 문장의 편을 엮고 덜고 하던 전통을 잇기를 바란다.
다만 바라건대 어진 자손이 나와 도덕으로 고량(膏粱)을 삼아서 부디 참된 부귀를 향유하기를 바란다. 이곳에 거하고 이곳에 처하여 나날이 번성하고 나날이 번창하기를 바란다.
河上舊家重修上樑文
嶺南名山水。素稱吾州。洛北遺菟裘。實惟先業。煙霞有契。花柳無私。踐堂構之餘規。恢美完之舊制。主人。平生鳩拙。半世鷗盟。罅漏八九椽。不蔽風日。首尾三十載。屢入經營。從龜叶謀。移彼就此。呼匠計費。改舊增新。私計綢繆。皆上恩之磅礴。遊手翕比。摠隣助之周全。不日而成。以時則可。玆爲碩人之攸宇。粤亦童子之所遊。畫筆無功。數幅輞川勝槩。詩筒不斷。一鞭灞橋行裝。楓葉淸霜。趁古步之秋色。桃花細浪。鑑新浦之春流。象外之景物惱人。興復不淺。山間之朝暮成歲。樂亦無竆。剩占小隱襟期。自成上流田地。靑山有待。近從鶴駕飛來。綠水如期。遠自雲影流委。蝸涎自潤。鷦枝易安。幾年忙走緇塵。一朝穩尋淸福。冠婚於焉從事。綽有韓吏部之前榮。花木宛其成陰。妄希司馬公之獨樂。疏爲短引。助擧脩樑。拋樑東。偃蹇花峀磨空。最是峯頭湧月。微茫影落波中。拋樑南。滿空暝靄晴嵐。桃源定在何處。玉峯羅列四三。拋樑西。汀洲芳草萋萋。朝來爽氣入簾。一陣微雨籠堤。拋樑北。欣瞻瑞日五色。亹亹拜獻南山。茫茫人在壽域。拋樑上。甕頭新釀綠漲。四時親朋相過。年年歡意無量。拋樑下。數畦香蔬遶舍。只此計活已足。何必千間廣廈。伏願上樑之後。靈萱不老。玉樹長春。棐几爐熏。愛此書滿一壁。土床眠足。任他日高三竿。捐末事之蕭條。得初心之邂逅。文章紹編剗。但願有賢子孫。道德爲膏粱。庶幾享眞富貴。爰居爰處。俾熾俾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