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중수 상량문(宗家重修上樑文) 졸재(拙齋) 류원지(柳元之) 찬
사물이 이루어지고 무너지고 하는 것은 운수가 있도다. 아! 병화에 걸려 무너진 끝에 건물을 얽어서 엮는 일이 사람에게 달렸으니, 연작(燕雀)의 경하가 새로 들끓고 방래(方來)의 조목을 펼쳐서 열도다. 관극(貫克)이 이미 열려 규모에 맞게 완성하도다. 일진이 좋아 일은 반만 하여도 효과는 곱절이었도다.
삼가 생각건대 우리 선조이신 전서부군(典書府君)이 이 땅에 창시하셔서 이미 200여 년이 지났으니, 사직을 하여 영화를 그만두신 것은 무슨 마음에서 그러신 것이었던가? 백세토록 헌거를 타고 관면을 쓰시는 고위직에 계셨으면서 모형나무를 자르고 가시나무 숲을 헤치며 뜻에 맞게 생활하셨으니, 한 구비의 은둔처를 부친이 만들고 아들이 조술하였도다. 그렇기에 연익(燕翼)에게 끼친 바가 우연히 아니도다. 대나무가 우뚝 자라고 소나무가 무성하도다. 역시 일찍이 새가 사간(斯干)1)에서 깃털을 바꾸는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처음에 왕한(王翰)이 이웃에 집터를 가려 나란히 살게 됨으로써 비롯되었다.
아득히 세대가 거듭되어 인척과 친척이 마침내 모두 위서(魏舒)2)의 집터 가리기에 귀의하여 거연히 우리 국가를 회복하였도다. 판서 부군이 뒤를 이어 영화를 날리려 그 아름다움을 다 이루었다. 찬성 부군은 고혹(蠱惑)을 온축하고 덕을 쌓고 삼가 완성된 규범을 준수하여, 검약과 근검의 덕을 무궁하게 밝히시니, 꽃과 열매를 거두어 자기에게 갖추었네. 제 터가 아니면 어이 쌓으며, 끼쳐온 것이 아니면 어이 받으리?
개창하는 데는 반드시 선도하는 이가 있는 법이니, 마치 나무가 뿌리에서 시작하고 물이 수원에서 시작하듯이 하여 멀리 갈수록 점점 커지는 것과 같았다. 증 영의정 부군이 용과 봉을 떨치고 무성하게 하며 옥처럼 빛나고 금처럼 굳건하게 하여 빼어난 기운을 용문에서 접수하여,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의 한 맥이 겹겹 표지를 한우(漢右)에서 빼어나게 하였다. 구기자나무와 잣나무는 천 길로 세간에서 벗어나 시절을 부식하고, 기둥과 서까래는 집에 있으되 소문이 드러나도다. 추정(趨庭)하여 『시』와 『예』를 닦고 대대로 빼어난 덕을 강생하니, 이에 어질고 현명한 이들을 탄생하도다.
증 참판 부군은 훈지(壎篪)를 교대로 불어 부윤(孚尹)이 곁으로 창성하여 숭산(嵩山)과 화산(華山)의 옥석은 순수함을 구아(丘阿)에서 응결시키고, 사우(師友)의 연원은 이굴(理窟)에서 정미함과 추솔함을 고찰하도다. 우도(牛刀:예악)를 사방 100리의 작은 마을에서 시험하고, 천리마의 발을 장추(長楸)에서 굽히셨다. 부인(夫人)의 판여(板輿)는 고을의 존귀한 대우와 양성을 극도로 받았고, 자서(子壻)의 상홀(床笏)은 문미(門楣)에 영광스런 빛을 흘리게 하였다. 끝에는 임진년의 병란(임진왜란)을 당하여 분려(焚旅)를 순순하게 길들여서 땅을 쓸듯이 하였다.
봄가을로 상로(霜露)를 받들 때면 임시의 묘사에 표리(表裏)를 모셔 둔 것을 걱정하고, 관례나 혼사의 행사 때는 차서를 잃어버린 것을 늘 한탄하였다. 장령 부군이 가정을 꾸리시는 것이 나날이 얕아지고, 처사 부군이 세상을 버리심은 마음과 세상이 어긋나고 말았다. 이에 가까스로 동상(東床)을 영건하였으나 정침(正寢)은 영건할 겨를이 없었다.
주인이 이로써 천발하고, 후사(後事)가 장차 앞서의 공력보다 훨씬 많아지게 되었다. 육지로 운반하고 강에 띄워 가져와서 신령한 재목을 대산(岱山)의 가에 모으고, 왼쪽에서 재고 오른쪽으로 끌어 오묘한 생각을 노반(魯般)처럼 드러내니, 100길의 담장이 모두 흥기하여 현란하고, 뭇 공역이 함께 토목을 일으켜 은성하여라.
한공(韓公)의 계사(雞社)가 툭 트이게 견산(見山)의 중당(中堂)이 되었고, 문씨(文氏)의 목천(木天)은 불운(拂雲)의 온전한 가옥을 환상적으로 만들어 내었네. 높낮이가 순서대로 되어 있고, 서늘하고 따스함이 계절에 합당하다. 벽과 문은 노을을 열어 보이고, 맑은 무지개가 한밤에 비춘다. 바람이 선선한 규방이 별자리처럼 늘어서 있다. 상서로운 기운이 아침을 맞이하여 고요하게 함양하고 있다.
10리에 소나무 그늘이 평평하게 임하고 있고, 한 길 전체가 백사장이 눈처럼 펼쳐져 있다. 차가운 서리가 새벽에 떨어져 비단 장막을 남쪽 기슭에 얽어두고, 밝은 달이 한밤에 걸려 얼음 바퀴를 동쪽 모서리에서 굴리고 있다. 한가한 속에 시와 술로 즐기는 것은 섬계(剡溪)의 뱃전에서 하기 알맞고, 물외(物外)의 풍연(風煙)은 도원(桃源)의 길 위에 들어선 듯하다. 허명한 기운이 먼 곳으로 향하여 맑은 기운을 처마와 서까래로 받아들이니 은약(隱約)하여 그 속에 거쳐하면서 충막한 마음을 궤석(几席)에서 양성한다.
상류의 형승을 점유하여 한 언덕의 봉긋함을 전적으로 차지하였다. 종친들은 동쪽 밭길에 있지 않고 북쪽 길에 거처할 것을 터 가렸고, 붕우와 유람객이 때때로 와서 혹은 어리석은 용의 이야기를 변설하고 겁회(劫灰)를 담론한다. 그러니 어찌 반드시 운몽택(雲夢澤)에 들어갈 필요가 있으랴? 여덟, 아홉의 흉금이 장차 은둔하려고 한다.
병풍이 서너 첩 겹겹이 늘어서 길게 뻗어 있고, 하계(河界)의 길은 갈리어 곧바로 곤륜산에서 파생해 나왔다. 저녁 봉우리는 구름 속으로 참예하여, 왼쪽 허벅지를 봉도(봉래섬)에서 잃어버렸다. 천태산의 적성(赤城)이오, 낭풍(閬風)의 현포(玄圃)라도 반드시 이보다 더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간(井幹)과 여초(麗譙), 제운(齊雲)과 낙성(落星)은 무엇인가? 계단과 뜰은 과거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선생의 헛기침과 기침 소리를 듣는 듯하다. 대청과 안방은 의연하야 마치 연신(燕申)에 참여하시는 얼굴빛을 모시고 서 있는 듯하다.
경행(經行)은 끼치신 발자취가 아닌 것이 없기에 감개하여 마지않는다. 당시에 처하시기도 하고 거하시기도 하며 일어나시기도 하고 잠자리에 드시기도 하였으니, 그 자리를 밟아보면서 그 예식을 거행하매 너의 방에 적절하고 너의 집에 적절하다는 말이 이것을 가리키는 듯하다. 즐거운 일이 바야흐로 많아서 해마다 사벽을 두른 방안에서 즐겁게 웃는 소리가 시끌시끌하고, 학문하는 종자가 끊어지지 않아서 날마다 『시』와 『서』에서 한 격을 늘리고 있다. 풍월(風月)의 쌍청(雙淸)을 각인하고 아랑(兒郞)의 육위(六偉)를 칭송하노라.
삼가 바라건대 상량한 뒤에 벌열이 점점 높아지고 풍류가 더욱 멀어져 오산(梧山)의 봉황이 깃을 펼쳐 아홉 구령이 연달아 있듯이 하고, 연꽃 핀 물에 거북이 털이 떠서 상서로운 광휘가 오색으로 빛난다. 거문고 줄을 붉은 비단으로 만들고 아랫부분에 구멍을 내어 여운을 요금(瑤琴)으로 다스린다.
청간(靑簡)은 정신세계를 그대로 전하여 옛 우물을 긴 두레박줄로 퍼 올린다. 잠자코 기구(箕裘)를 이어 대대로 내려온 가업이 실추되지 않고서 충효를 가풍으로 하기 바란다.
宗家重修上樑文 庚寅
成毁有數。粤罹兵火之餘。締構在人。新騰燕雀之賀。展拓方來之條貫。克開已成之規模。日吉辰良。事半功倍。恭惟我先祖典書府君。創始玆土二百餘年。乞身辭榮。何心百歲軒冕。翦荊披棘。適意一曲菟裘。父作之子述之。所以貽燕翼者不偶。竹苞矣松茂矣。亦嘗有鳥革于斯干。始因王翰之卜隣。緬焉累世姻婭。終歸魏舒之宅相。居然復我邦家。判書府君踵武翹英。聿濟厥美。贊成府君蓄蠱積德。恪守成規。昭儉勤于不竆。斂華實而在己。匪基曷築。匪貽曷受。有開必先。若木于根。若水于源。漸遠彌大。贈領議政府君龍章鳳蔚玉渾金剛。接秀氣於龍門。河洛一脈。挺層標於漢右。杞梓千尋。出世而爲扶時棟樑。在家則聞趨庭詩禮。降生世德。載誕仁賢。贈參判府君壎箎迭吹。孚尹旁暢。嵩華玉石。鍾純粹於丘阿。師友淵源。考精麤於理窟。試牛刀於百里。踠驥足於長楸。夫人板輿。極州里之尊養。子壻床笏。動門楣之榮光。末屬執徐之遭兵。馴致焚旅而掃地。春秋霜露之奉。每患假宮。表裏冠婚之行。常歎失次。掌令府君之持家日淺。處士府君之棄世心違。玆僅營於東床。擧未遑於正寢。主人。式闡後事。將多前功。陸運川浮。集靈材於岱畎。左尋右引。呈妙思於魯般。爛百堵之俱興。殷衆役之齊作。韓公雞社。敞爲見山中堂。文氏木天。幻出拂雲全屋。高下順序。凉燠合時。壁戶霞開。晴虹照夜。風閨宿列。瑞氣迎朝。靜涵十里松陰。平臨一道沙雪。寒霜曉落。縈錦幕於南涯。朗月宵懸。輾冰輪於東角。閒中詩酒。宜在剡溪舟邊。物外風煙。似入桃源道上。虛明向遠。納灝氣於簷楹。隱約居中。養沖襟於几席。占上流之形勝。專一丘之陂陁。宗黨相於。不在東阡居北陌。朋遊時至。或辨癡龍談劫灰。何須雲夢八九胷。且隱屛風三四疊。長河界道。分直派於崑山。晩峯參雲。失左股於蓬島。天台赤城閬風玄圃。未必過之。井幹麗譙齊雲落星。夫何爲者。階庭不異。如聞謦欬之音。堂奧依然。若侍燕申之色。經行無非遺躅。感慨不歇當年。爰處爰居。載興載寢。踐其位而行其禮。宜爾室而安爾家。樂事方多。年年喧四壁之歡笑。文種不絶。日日長一格於詩書。印風月之雙淸。頌兒郞之六偉。伏願上樑之後。閥閱增高。風流更遠。梧山鳳羽。彩聯九苞。蓮水龜毛。祥輝五色。朱絃疏越。理餘韻於瑤琴。靑傳神。汲古井於脩綆。佇繼箕裘世業。不失忠孝家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