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커뮤니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마을은 살아 있다
‘살림’이란 말에는 생명이 있다. 시들어가는 것에 생기를 주고 쓰러진 것을 일으킨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던 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여성들이 뭉쳤다.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 싶다. ‘마을 살림꾼’을 꿈꾸는 동작 지역 풀뿌리 여성 단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왼쪽부터 박신연숙, 송란희, 김수정, 이경희, 김은지, 남기은 씨.
‘마을 살림’을 꿈꾸다 살림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열심히 해도 일한 티 나지 않고, 하루만 미뤄도 안 한 흔적이 가장 많이 남는 것이 집 안 살림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일상적이고 하찮아 보이는 ‘살림’ 덕분에 가족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듯이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마을 살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뜻을 모았죠.”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좋은 세상)의 박신연숙(47) 사무국장의 말이다.
2009년 3~4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좋은 세상의 첫 고민은 ‘우리 마을(상도 3~4동)을 위해 무엇을 할까?’였다.
“처음엔 마을의 생태에 관심 있었어요. 생태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거론된 시기였거든요.” 김수정(47)씨의 말이다.
마을 생태를 위한 첫 활동은 음식물 찌꺼기와 지렁이를 활용한 퇴비 만들기 운동. 좋은 퇴비가 만들어지니 텃밭이 생겼고, 도시 농부 활동과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나누는 활동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꿈틀이, 도시농부, 맛짱모임 등 소모임 활동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꾸려간다.
박신 사무국장은 “살림은 여자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성 역할 없는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세상의 특징” 이라 말한다. 마을 살림은 마을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 그래서인지 좋은 세상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주부들의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마을의 어르신부터 학생까지 많은 주민이 참여한다.
10대들은 좋은 세상의 주인 좋은 세상은 마을 사람들의 안전은 물론 청소년, 특히 10대 여성의 건강한 삶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좋은 세상이 운영하는 카페 ‘나무’는 어려움에 처한 10대 여성을 위한 지원 센터 역할도 한다.
카페 이름 나무는 “나는 무지 사랑스러워’를 줄인 말인데,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며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일방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아요. 아이들은 인턴사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카페는 정직하고 좋은 인력을 구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지요.”
이곳을 찾는 학생을 위해 인문학 강좌, 성의 올바른 인식을 위한 성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햇살이 잘 드는 카페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학생들의 얇은 지갑을 위한 저렴한 가격의 음료, 다양한 책들까지 아이들이 편안히 쉴 수 있다.
문제집을 푸는 아이, 만화책을 보는 아이, 수다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을 보니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 있다면 PC방과 노래방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마을 청소년을 위한 또래 상담도 진행했다. 코너에 꾸준히 참석하고 새로운 친구를 데려오며 또래 상담가로 활동하던 마을의 학생이 자원봉사 특례로 대학에 합격하기도 했다.
“어릴 때는 집에 없는 엄마를 원망하던 아이도 엄마가 하는 일을 알고서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죠.” 박신 사무장의 말이다.
아이들은 엄마들의 활동을 보며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바르게 살고 나누는 법을 익힌다. 이를 통해 단절된 대화가 열리기도 했다고 송란희(48)씨는 전한다.
물론 ‘돈 안되는 일’에 대한 갈등, 가치 있는 일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좋은 세상 회원들 누구나 한번 쯤은 가졌던 고민.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한다’ 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좋은 세상은 마을을 위한 모임이 좀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마을 모임이 교류하며 성과를 나누고, 학교나 기관과도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망을 형성해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을을 위한 모임이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서너 명이면 충분하답니다. 수다의 힘을 믿어도 좋아요. 마을을 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 순간이 바로 마을 커뮤니티의 시작이랍니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