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꽤 일찍부터 특정인과의 사람관계의 속성을 빨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있었던 듯 합니다.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어서가 아니라, 특정인과의 관계 시작 속에서 목격되는 행동을 통해 경계해야 되는지 혹은 경계를 풀고 관계발전을 해도 되는지의 눈치발이 있었던 듯 한데요, 제가 가장 경계했던 유형이 바로 금사빠였습니다.
금사빠 유형의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지인들 속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금사빠 유형의 사람들이 특별히 사회적으로 범죄나 문제를 일으키는 비율은 적지만 개인적 인간관계에서 무척 상처주는 일을 자주 만들어낼 가능성은 높습니다. 다가올 때는 갑자기 습격하듯 열정적으로 다가왔다가 내 의사와는 크게 관계없이 차갑게 돌변하는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금사빠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성향의 줄임말이니 그 대상이 사람이기도 하겠지만 취미, 수집, 스포츠, 쇼핑, 공부 등등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금사빠의 대상이 내가 될 때는 달콤할 수 있으나 지속성 측면이 치명적이라 금사빠와의 관계는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마련입니다. 비단 사람관계에서 뿐 아니라, 나의 가까운 사람이 계속 대상을 바꿔가며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수집을 한다면 그것도 지켜보기 참으로 힘들기는 합니다.
사실 금사빠의 문제의 근본은 충동성과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해야하는 자유의지와 자신감 충만의 결합입니다. 이건 돌아보면 ADHD기질의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금사빠의 근본문제는 ADHD와는 달리 뇌 자체성장의 문제보다는 도파민이란 물질의 부족현상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도파민은 측두엽에서 생성되어 측두엽과 전두엽을 연결하는 노선을 타고 전두엽에서 강하게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이 전반적인 흐름이 부족한 경우 도파민 자극행위에 몰입하게 됩니다.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부산에 살면서 자주 서울을 가야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 서울(전두엽)과 부산(측두엽)의 연결노선은 내 생활에 아주 중요합니다. 비행기도 있고, 기차 버스편도 있으며 때로 자가운전을 통해 왕복하기도 합니다. 비행기나 기차 버스편이 빠르고 편하기는 하지만 역까지 가야하는 수고로움이 있는 반면 자가운전의 경우 곧바로 오고갈 수는 있지만 시간도 그렇고 몸이 아주 피곤하게 됩니다. 교통편이 없던 시절에는 걸어서 가기도 했으니 이런 경우 한달은 걸려야 가능할겁니다.
각자 생각해보면 측두엽과 전두엽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통로신경망이 약할수록 다양한 정신적 행동적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연결망의 취약성은 전두엽 성장을 미성숙하게 되므로 대부분의 정신적 행동적 문제의 발상지가 전두엽 미성숙에 놓여있습니다. 경기발작, 강박, 분노조절의 어려움, 극도의 이기성, 사이코패스기질, 잦은 폭행 등은 분명 전두엽 미성숙의 결과인 것은 맞습니다.
금사빠들은 그런 면에서 전두엽 성장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즉 측두엽과 전두엽을 연결하는 뇌신경망은 괜찮을 수 있으나 문제는 그 뇌신경망을 가로지르며 내 인지와 감정, 행동의 상당부분을 책임지는 도파민이 현저히 부족할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시 서울-부산 노선을 대입해보면, 비행기편은 있긴하나 만약 하루 1회선 밖에 없다면 당장 서울을 가야할 경우 쉽지 않습니다. 기차나 버스가 하루 1편만 있다면? 이것 역시 자주 가는데 큰 걸림돌입니다.
전두엽과 측두엽을 연결하는 항공망이나 고속도로, 고속철로 (연결뇌신경망)가 아무리 잘 구축되어 있어도 그 노선을 달려야하는 항공기나 버스 기차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면? 차값이 너무 비싸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몇 대 없다면? 등등 그 도로망에 충분히 채워야하는 각종 교통편은 부족함없이, 즉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가동되어야 합니다. 이 교통편이 바로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입니다.
금사빠 성향은 바로 뇌 속에 시원한 도로망을 만들어놓고도 그 도로망을 이용한 교통편이 현저히 부족할 때 나타나게 됩니다. 일시적으로 마음에 드는 상대나 물건, 취미 등을 접하게 되면 폭발적으로 교통량(도파민의 활성화)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자석에 끌리는 철처럼 그저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도파민폭발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폭발적인 도파민 방출의 짜릿함을 잊지못하기에 빠져든 대상을 내 것으로 만들기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넘어 선물공세나 돈아끼지 않음 등등의 과다한 적극적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 적극성의 도가 클수록 위험성은 커지는데 순간적 쟁취를 위해 과도한 행동을 할 수도 있고, 막상 쟁취하고나면 빨리 관심이 식기때문에 상대방을 아주 혼란스럽게 합니다.
연애에 빠졌을 때의 도파민 뇌점령상태와 코카인과 같은 마약을 접했을 때의 도파민 점령상태는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첫번째 MRI사진은 연애에 빠져있을 때 도파민지수이고 두번째 사진 중 왼쪽 사진이 마약했을 때의 도파민지수입니다. 두번째 사진 오른쪽은 일반사람들의 평범한 도파민지수를 보여줍니다.
도파민은 우리 뇌 속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들을 하게 되는데 아래에서 설명한 것을 해석해보면
*보상체계/자극선택과 끌림 salience
*기쁨과 쾌락
*동작기능, 소근육가동
*스스로에 대한 통제, 억압
*심장리듬을 비롯한 인체건강 일관성 유지
이렇게 중요한 도파민이란 물질은 전두엽에서 전적으로 가동한다는데 그 가치가 더 큽니다. 도파민의 역할 중에서 우리는 현저성으로 해석되는 salience라는 용어를 눈여겨 보아야합니다. 도파민의 현저성이란 너른 세상에서 다양한 정보를 보고들으면서 내게 필요한 자극을 선택하는 것을 말하는데, 금사빠들의 행태는 바로 이 현저성을 지극히 단숨에 성취해 보려는 충동성과 성급함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연애가 초기 불타오르던 때같지 않은 것처럼 보통은 불타오르던 연애감정이 상대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 정서적 유대 등으로 차츰 변모해갑니다. 이런 점에서 책임감을 갖거나 정서적 유대가 안 맞으면 이별을 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금사빠들은 일시적 도파민 중독에서 헤어나면 차갑게 변모하면서 또다른 대상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기에, 금사빠 기질로 인해 벌어진 사건들을 마무리에 늘 쫒기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그토록 사랑한다 외쳤던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어찌 쉬울 수가 있을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 금사빠 대상이 된 적이 몇 번있습니다. 친구사이라도 얼마든지 이런 것이 작동합니다. 돌이켜봐도 아찔한 경험이고, 순진하고 어린 마음에 상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쉽게 털어놓지도 못하니 무척 힘들었던 경험입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 금사빠기질이 다른 데로 옮겨가서 해방되었지만 금사빠 대상이 되서 그 소용돌이 속에 있을 때는 사실 괴로움 그 자체입니다.
그래도 금사빠들은 지나친 집착이나 스토킹을 하는 이들보다는 집중시간이 짧아서 다행일지 모릅니다. 집착이나 스토킹은 전두엽 성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기에 뇌과학적으로도 금사빠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금사빠 기질이 있다면 그 자신도 불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 적절한 도파민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그래서 금사빠들에게는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마약수준으로 도파민을 상승시켜버리는 원리의 ADHD약물은 초기에만 도움이 될 뿐 장기복용은 더 큰 고갈을 가져오기 때문에 오히려 악이 될 수 있습니다. 안전한 도파민 올려주고 유지시켜주는 보충제를 꾸준히 해주는 것은 꼭 필요하고 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도파민의 중요한 보상과 현저성의 기능은 도파민이 지극히 부족할 때, 중독과 금사빠라는 문제성 단기집중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것이니 적절한 도파민 수위조절은 건강한 생활의 핵심입니다. 금사빠는 그 대상과 주변사람들도 힘들지만 결국 본인이 가장 힘듭니다. 금사빠 성향은 반드시 뭔가를 저지르고야 말기에, 열기가 시들해지고 나면 그것을 보상하거나 만회하는 절차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과거에 친하게 지내던 어떤 교수님은 결혼을 4번이나 했습니다. 마지막 결혼은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3번의 결혼 모두 그야말로 금사빠 결혼이었습니다. 2번째까지는 그런대로 잘 해결되었으나 3번째 결혼은 상대가 작정했는지 결혼생활은 없고 단물만 쪽쪽 빨아먹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4번째 결혼을 했다는 것이 놀랍지만 이제 나이가 있으니 4번째는 정착이 되었을런지 문득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