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치료는 참으로 온 몸을 써야하는 고난의 과정입니다. 처음으로 시간에 걸쳐 임플란트를 통한 어금니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더불어서 치료불가한 또다른 어금니를 발치했는데 이 과정 하나하나가 온 몸을 진저리치게 만듭니다. 과거 치아를 잘 관리했든 안 했든 이 연령이 되면 불가피한 측면이 바로 치과보전치료인 듯 합니다.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타고난 건강에 더이상 자만따위는 하지 말고 이제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번의 부상을 겪어보니 그것으로 인해 뭔가 노년의 건강리듬에 살짝 파열음이 발생한 듯한 느낌입니다. 저녁먹자!는 민속촌 카페사장님의 잦은 제안도 슬금슬금 피하며 저의 일상을 관리해가고 있습니다. 서울에 기거하시는 연로하신 장모님까지 제주도로 모셔왔으니 어제는 모두 수산한못에 집합했습니다. 민속촌카페 일마치고 산책온 시간이 우리의 수산한못 걷기와 시간이 맞아떨어져 가능했습니다.
수산한못 가기 전, 성산읍사무소에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준이 유류지원금 지급대상인데 왜 안 받아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니 이게 웬 꽁돈? 사실 꽁돈은 아니지요. 이번에 준이 여름옷과 신발장만에 비용이 들어갔으니 이런 비용들을 준이집에 청구하는 것도 아니어서 정부에서 어찌 이를 알고 전화까지 해주는지... 그래도 준이를 위해 지급된 돈이니 간만에 준이좋아하는 햄버거도 사주고...
물론 태균이가 더 신이 났지만 롯데리아 햄버거도 두 녀석이 신나서 먹습니다. 롯데리아 햄버거, 예전보다야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글로벌제품들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맛입니다. 햄버거로 배를 채운 덕분인지 수산한못 걷는 두 녀석의 발걸음에 기운이 넘칩니다. 92세 노모께 인사드리는데 연세에 비해 정정하고도 깨끗한 얼굴이 어찌나 보기좋던지... 부드러운 파바 블루베리 롤케익을 하나 선물해 드렸습니다.
매일 와도 매일의 변화를 제게 드러내고 싶다는 듯, 하루하루의 풍경이 어제같지 않습니다. 불쑥불쑥 솟아오른 연못 위 연꽃봉우리들이 조만간 만개해가며 세상을 정화하고 싶어할겁니다. 주변에는 반딧불이까지 넘쳐날 정도로 청정한 자연 그대로입니다. 4, 5월 고사리를 그렇게 내어주더니 이제 또다른 선물들을 듬뿍 주고 있는 셈입니다.
엄마라는 나무줄기에 들러붙어 하늘 끝까지라도 따라올 듯한 녀석들처럼 그래도 꼿꼿이 하늘로 향하는 거대한 소나무가 저의 삶입니다. 제주도 정착을 위해 '우리집'을 지으려는 꽤 넓은 임야를 둘러보던 중 마치 태균이와 저의 삶같은 나무 한 그루가 꽤 인상적입니다. 꼿꼿이 버티는 소나무보다는 악착같이 줄기를 타고 오르는 기생나무의 옭아맨 자태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지금 살고있는 집에서만 벗어나면 제주도에서의 정착준비는 끝날 듯 합니다. 어서빨리 현재 집에서의 거주가 끝나길 바래고 바래봅니다. 밤낮없이 천정에서 쥐가 뛰어다니는 이 기막힌 현실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빨리 벗어날 시간이 되기를 준비하는 것 뿐! 우리 집에는 긴 산책로까지 만들어 놓으려고 합니다. 수산한못에 비교할 수야 없겠지만 수산한못을 가끔가도 되는 길이의 산책로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니... 상상만 해도 행복합니다!
멋진 일몰을 바라보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이 순조로움에 감사를 드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