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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일기

[영흥도 세월]운수사나운 목요일

작성자태균맘|작성시간22.01.07|조회수274 목록 댓글 1

아이들 점심급식으로 고구마 야채튀김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야채튀김과 똑같은 모양과 맛을 재현해보겠다고 야심찬 실험을 하던 중, 고구마를 썰다가 순식간에 칼이 빗나가면서 오른쪽 검지손 손톱과 살을 베는 사고를 당하면서, 오늘의 운세는 순탄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요...

목요일, 도예하러 가야하는 시간에 맞춰 출발해야 함에도 엄마의 상담일이 끝날 기색이 없자 징얼대면서 급기야 엄마의 미처 끝나지도 않은 상담까지 방해하는 태균이, 시간예측이 가능해지니 좋은 것이지만 어쩌다 시간을 못 맞추면 이렇게 시달림을 당해야 합니다. 영흥도로 이사한 후 이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 눈치챈 듯 합니다.

30분이나 늦게 도예실에 도착하니 자리에 앉자마자 엄마는 얼른 가라고 합니다. 완전 엄마를 운전기사 취급합니다. ㅎㅎ 그래도 두 녀석들이 앉자마자 작업에 몰두하니 기특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태균이가 만들어낸 멋진 화병을 그대로 재현해서 준이가 작은 화병을 완성했습니다. 오늘은 준이가 그 병을 다듬고 백토칠을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이다 싶습니다. 도예하는 동안 얼른 저녁준비해서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에 서둘러 오니 집안의 냉기가 어째 평상시 분위기가 아닙니다. 불도 전혀 켜지지않고 냉장고는 이미 전원이 나간지 한참된 것 같습니다.

급하게 차단기 단자함을 찾아서 전원을 올리니 그 때서야 불이 켜지고 전원이 들어옵니다. 불은 켜졌으나 보일러 전원은 요지부동 들어올 기미가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방법을 모르니 답답할 찰라, 펑 소리가 나면서 또다시 차단기가 다 내려가 버립니다. 맛있는 저녁만들기는 글렀습니다.

일단 급한대로 한전에다 신고도 하고 이래저래 수배해서 전문 전기기사하고 연락을 취하고, 6시가 훌쩍 넘긴 이 시각에 그래도 와줄 사람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우선 태균이랑 준이도 데리고 와야하고 저녁도 먹여야해서 참으로 마음이 바쁜 저녁시간입니다.

서둘러 저녁먹여 불꺼진 집으로 돌아오니 우리집에 불이 환하게 들어와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우리집 앞에 딱 버티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저기 둘러본 전기기사가 기다렸다는 듯 위압적인 태도로 주인을 맞습니다.

그와 함께 전기의 근원을 찾아서 이리저리 탐색하며 계속해서 취조당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별히 조치할 것도 없이 전주인이 해놓은대로 사용했던 전기배선들이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여기서 살았던 세월들이 작지않았고 별탈없이 살았을 것이기에 별 문제삼지 않았던 기본 전기인프라가 이렇게 지탄을 받을 줄이야... 더불어서 저도 계속 훈계를 당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전기배선 정리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게 하면서 틈틈히 잔소리와 취조성 질문을 끼워넣습니다.

참으로 고압적인 서비스체계입니다. 잘못된 것은 고치면 되고 이를 위한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시장의 논리이건만 이 시골의 전문가는 그걸 사용하는 사람 자체의 잘못까지 꾸짖고 있습니다. 전기 한번 점검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와 다시 전기배선 재편작업을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좀 내키지 않는 기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 외곽 변방에서 늦은 시간에도 기꺼이 와준 것은 물론 도시에서는 기대하기가 쉽지는 않겠죠. 모든 게 일장일단입니다.

급한대로 전기는 들어오게 했으나 전반적인 작업은 다시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된 오늘의 사건. 태균이가 눈치챌 사이없이 일단 일상의 평화는 돌아왔으니 다행입니다. TV 안 나오고 노트북 안켜지는 상황이었으면 목요일에서 금요일 넘어가는 시간내내 시달렸을 것이니까요.

과거 태균이 밀알학교 다녔던 10대초반, 집주변 건물신축으로 전기공급이 몇시간 중단되었던 때, 집에 딱 들어서면 컴퓨터놀이로 낮시간을 보냈던 일상이 무너지자 어찌나 가정도우미를 괴롭혔는지 그녀는 그 일로 그만두었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대신해서 낮시간에 태균이를 돌봐주었는데 정전사태는 이렇게 상황을 급전환시키기도 합니다.

오늘은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귀가하는 길, 낙조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는데 일과는 땀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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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러브홀릭 안나 | 작성시간 22.01.07 글 읽는 내내 제가 긴장되게 되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은 lucky day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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