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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일기

[영흥도 세월]서해는 안개에 젖어

작성자태균맘|작성시간22.02.11|조회수184 목록 댓글 2

거의 매일 시화방조제 긴 길을 달리는 것은 저에게는 축복이자 행복입니다. 시야가 넓디넓게 탁트인 바다 윗길을 수 키로 달리면서 정말 많은 부분을 상기하게 합니다. 매번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대기의 날씨와 때로 바닷물이 검회색으로 일렁이거나 암청색으로 그 깊이를 가름할 수 없게 하기도 하고, 갯벌이 드넓게 드러날 때도 모두 멋진 풍광들입니다. 이렇게 자연의 광대함을 직접적으로 마주보며 바람을 가르는 경험은 매번 하면서도 조금도 질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달리지 않으면 보고싶을 정도이죠...

겨울이 들고나는 길목에서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서리와 안개입니다. 겨울이 올 때도 그렇지만 갈 때도 밤과 낮의 시간길이가 바뀌면서 빨리 오려는 것과 가지않으려는 것 사이의 간극으로 하루 기온차가 아주 심해집니다. 여름과 겨울이 되었다는 것은 기온의 간극이 안정을 이뤄서 밤낮으로 덥거나 춥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때로 5,6월에 더워진 날들을 경험하면 여름이 왔다고 아우성치지면 여름이 오는 것도 잘 지켜보면 밤까지 더운 건 7,8월 뿐입니다.

그런 간극의 충돌 속에 봄과 가을은 묘한 자연현상들을 만들어내게 되는데요, 오늘은 완전 '서해는 안개에 젖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완벽한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가 이런 경우인데 정말 한치 앞도 가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해의 각도가 올라가면서 일부 지역은 약간이나마 시야확보가 회복되었지만 시화방조제는 요지부동, 그토록 지독한 안개가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두터운 해무입니다. 바닷길 사이를 가른 긴 방조제는 양쪽에서 밀려드는 해무에 젖어 나 말고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속도줄이고 혹시라도 뒷차가 내 차를 못 볼 수도 있기에 자동차라이트와 깜빡이까지 다 켜고 운전하면서 넓은 시야풍광을 선사하던 그 길이 이렇게 위험할 수도 있구나 경험하게 됩니다. 실제로 안개 속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냈던 트럭 하나는 완전 옆으로 누워버려 대부도들어오는 길은 완전 정체가 되어있습니다. 보이지않음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있을 수 없겠으나 무리하지 않는 것임을 드러누운 대형트럭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문득 '파리는 안개에 젖어'라는 오래된 영화가 생각납니다. 평범해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문제를 잔뜩 안고 파리에서 이방인처럼 살고있는 한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가 파리의 안개에 잘 빚대어 있습니다. 불안, 초조, 갈등, 앞을 볼 수 없는 삶의 무예측성,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받게되는 정신적 문제로 인한 오해의 시선 등, 그야말로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안개적 요소들이 다 드러나있는 영화였는데요...

이제 갓 영흥도에 입도한 한 이방인은 발달장애 청년을 두 명을 데리고 살고 있으며 불투명한 당장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어 어제는 밤 11시까지 동네청년 두 명을 고용해서 펜션을 단장했습니다. 어제 갑자기 초대받은 사회취약계층 자녀돌보미 공부방에서 거기 운영자를 도와주며 안면을 트고 저녁도 함께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태균이의 도예작품이 너무 멋져서 감탄에 감탄을 했는데요 비록 선생님의 아이디어가 주였겠지만 태균이 손길이 많이 보태졌다는 것은 안개가 확 걷히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오늘의 안개만큼이나 아직 제 삶도 오리무중이며, 안개가 주는 불안과 초조함, 불투명, 불확실 등이 오늘 서해의 안개처럼 짙게 시야를 흐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못난 아들 태균이가 늘 옆에 있어 저의 안개같은 시야들을 밝게 해주고 있으니 이런 날 제가 태균이에게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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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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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에 | 작성시간 22.02.11 맨 위 작품은 옛날 조상님들이 질긴 넝쿨껍질로 엮어 짠 반짇고리를 연상시켜 넘 좋습니다.

    * 미래는 너무 진한 안개밭이어서 이 순간만 보고 삽니다. 그림이로 인해 그렇게 살게 됩니다.🙏🥀
  • 작성자이쁜소나기 | 작성시간 22.02.11 바구니 모양 정말 멋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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