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는 쌈채와 파를 참으로 좋아합니다. 고기를 먹을 때 정작 고기보다 쌈채와 파를 한 바구니 먹곤합니다. 그 덕에 태균이의 쌈채와 파에 대한 사랑은 도를 넘을 정도입니다. 어쩌다 고깃집을 가면 쌈 더 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쌈을 싸가지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상추수확을 많이 하는 계절의 이야기이지만, 암튼 태균이는 상추와 파 대왕입니다. 정기적으로 쌈을 먹지 않으면 화를 낼 정도니까요... 제가 상추를 참으로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자주 접하다보니 중독이 된 듯 합니다.
올해는 파 값이 너무 비싸서 파 마음껏 먹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파 한단에 5~6천원선이었으니 그래서 올해는 파테크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집 베란다에서 파 키워먹으면서, 재테크에서 '재'대신 '파'단어를 넣은 시대를 반영한 신조어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것도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파 한단에 2천원도 하지 않으니 파새끼라고 할 수 있는 실파는 꽤 많이 묶인 한 다발이 2천원이면 뒤집어 씁니다.
오늘은 실파 3단을 사다가 밭에 심었습니다. 월 수 금 학교에 출근하기로 잠정 계획하고 오늘은 짐도 정리할 요량이었으나 여기저기 호기심이 동해서 결국 바쁘게 보냈습니다. 첫 날 신나게 도예를 해보겠다는 계획은 난관에 부딪쳤는데요, 오늘부터 도예를 할 것이라고 너무 강조했는지, 도예가 뭔지 잘 아는 준이의 거부가 만만치 않습니다. 뭘 하자고 했을 때 거부하는 준이가 아닌데, 도예를 위해서는 흙을 만져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거부가 너무 완강합니다. 이렇게 '아니야 아니야'를 외치며 안 하겠다고 버티면 정말 이겨낼 도리가 없습니다. 아직 촉각방어가 심해서,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다가도 이렇게 배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하는 수 없이 태균이하고만 도예방으로 향하는데, 준이가 같이 안 나왔다고 태균이가 징얼징얼댑니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어져서 만난 도예공방 주인내외. 이천에서 오래 도자기 예술을 하다가 혹독한 경쟁에 지치고 예술지향인들이 대체적으로 그렇듯 사업적인 부분을 자신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고민고민하다가 선택한 영흥도행... 세상살이에 다소 어눌할 것 같은 남편의 선택에 어쩔 수 없이 영흥도에 와서 정착한 지 1년. 최선을 다해 상담을 해주고, 제가 하려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자신들의 고민도 서슴치 않게 털어놓아주고... 그렇게 우리는 공방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식 수업은 다음 주 화요일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편하게 진행해보자는 기분좋은 마무리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커가는 우리 아이들이 도예배우기를 좀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지역탐방은 안산 시민시장 5일장을 가보는 것이었는데요, 마침 5일이 장날이라 가 보았는데, 모란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소박합니다. 이제는 고층 아파트에 둘러쌓여 나름 정비를 하고 시설의 현대화를 꾀하는 모란시장과 마찬가지로 안산 시민시장도 깜짝놀란 정도의 신축 고층 아파트가 자그마한 재래시장을 내려다보며 서로 걸맞지 않는 조화를 어찌 맞추어갈지 참으로 위태한 모습입니다. 아마도 재래시장이 양보하는 것으로 결판이 날 것 같습니다. 위압적인 고층 아파트는 이제 막 신축이 되서 그 최신 기술의 성이라 두 장소의 모습은 너무 모순되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재래라는 것은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재래가 다 옳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재래라는 것에 향수가 느껴지는 것은 진정한 인간적 측면에서 그 냄새가 정겨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알고보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동물입니다. 돌아갈 재래의 자리가 없는 것은 그저 경쟁과 자기안존만이 존재하는 싸늘한 삶의 모습일 것입니다.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이런 세태는 결코 우호적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는 잘 짜여지고 준비된 행정의 손길이 있어야만 하는데, 그것도 보장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은 위태한 소규모 재래시장의 모습처럼, 나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퇴각할 수도 없는 빛바랜 모습 그것같아보입니다. 영원한 사회 속의 이방인, 발달장애 성년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초라한 재래시장에서 비추어지는지... 역사와 전통이 너무 무색해서 착잡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녁 무렵이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드럼연주, 아마 드럼에 빠진 누군가 열심히 연습을 하는 듯 합니다. 때로 노래소리까지 곁들여지는 것 보면 어설픈 뮤지션들의 취미활동이 아닐까 합니다. 언제 한번 시간내서 구경가봐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