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 12(열두)개와 배 21(스물한)개를 더하면 몇 개일까?”
“32개”
“12(십이)+21(이십일)=33(삼십삼)이잖아!”
여기서 열둘, 스물하나는 한글이고 십이, 이십일은 한자다. 또한 1, 2, 3은 아라비아 숫자로 그 글의 형태가 규칙성이 없어 그림과도 같다. 아이들이 수학을 이해하는 데 이것이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알게 하기 위해, 필자는 강연장에서 엄마들에게 아이들과 똑같은 문제를 엄마들이 잘 모르는 로마자와 독일어, 중국어를 이용해 문제를 내보았다.
“사과 ⅩⅡ(즈뵐프)개와 배 ⅩⅩⅠ(아인운트 즈반지히)개를 더하면 몇 개인가요? 바로 ⅩⅡ(쓰으 알)+ⅩⅩⅠ(알쓰으 이)=ⅩⅩⅢ(싼쓰으 싼)입니다”라고 설명하자, 모두들 한결같이 “머리가 복잡해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여기서 느낄 수 있듯 문제는 수리가 아니라 ‘언어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발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Ⅰ’ 는 ‘1’이라 쓰고 ‘일/하나’라고 읽고, ‘Ⅱ’ 는 ‘2’라 쓰고 ‘이/둘’이라 읽는 것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이런 개념을 메모리게임을 통해 재미있게 익히게 하자.
여기까지는 언어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수리적인 부분은 5, 10과 같은 수가 얼마나 크고 작은지, 이 수들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투명한 컵 두 개에 구슬 다섯 개를 아이에게 주고 나누어 넣으라고 해보자. 가령 아이가 2개, 3개로 나누어 넣으면 종위 위에 2와 3을 쓰게 하고 그 사이에 ‘+’ 표시를 해서 ‘2+3=5’라고 직접 쓰게 한다. 또 하나와 넷으로 나누었으면 위와 같이 ‘1+4=5’라고 쓰게 한다. 빼기는 이와 반대로 두 개와 세 개의 구슬이 들어 있는 컵에서 두 개가 담겨 있는 컵 한 개를 치우면 빼기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5-2=3이라고 쓰게 하는 것이다. 수를 조합하고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덧셈과 뺄셈을 쉽게 익힐 수 있다.
‘문장제 문제’에서 필요한 과제해결 능력은 아무리 긴 문장이라도 차분히 읽고 그 문장에서 지시하는 대로 수행하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예컨대 엄마들은 새 휴대폰을 설명서대로 사용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이때 누군가 “이렇게 하시면 돼요” 하면서 작동법을 보여주며 해보라고 하면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혹시 아이들에게 수학을 이렇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긴 ‘문장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할 때 휴대폰 사용법을 보여주듯 교사가 문제를 읽고 풀어 보이면서 그와 유사한 문제를 풀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풀게 한다면, 아이들은 ‘문장제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확한 개념이다. 공배수 개념을 설명할 때 쉽지 않은 것은 수학을 이해하지 않고 반복을 통해 외웠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수’란 ‘어떤 수에 1배, 2배, 3배한 수’라고 나온다. ‘2×3=6’이라 했을 때 배수를 3이라고 하기 쉽다. 이것보다는 ‘어떤 수에 1배, 2배, 3배, 4배해서 생겨난 수’라고 하면 답이 6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말이다.
교육이란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라 했다. 아이들이 수학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데 가르치는 사람이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교육에서 아이들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우아하고 여유 있게 헤엄치게 하고, 교사는 물속의 다리처럼 부지런하게 연구하고 노력해서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해결은 못하더라도 모순된 교육법 때문에 아이들이 얼마나 힘겨워하는지 이해하는 마음만이라도 가진다면 아이들에게 큰 힘과 용기가 될 것이다.
이 글을 쓴 김수윤 씨는…
<CLAP 잉글리시 학습법>이라는 영어 교재를 출간한 15세 소녀 최은우의 어머니다. 유럽에서 플롯을 전공한 음악가로서 유럽과 한국의 예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후학들을 지도했다. 음악에서 창안한 오감 학습법을 딸 교육에 적용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CLAP(Creative, Logical, Amusing, Passionate) 교육법’을 출간했다.
/ 여성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