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5일 금요일
약간 흐림
부엌에서 풍겨오는 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깼다.
컴퓨터를 켠다. 늘 하던 순서대로 여러 개의 창을 모니터에 띄우고,
글을 써 넣을 Word 창도 몇 개 준비해 둔다. 이제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 같은 일이다.
배도 뭔가 채워 달라는 신호를 보내기에 부엌으로 갔다. 밥 한 그릇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국그릇을 들고 냄비 뚜껑을 열었다. 아침부터 내 코를 자극했던 냄새는 콩나물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배추우거지 된장국이었다.
이것도 좋아하는 국이라 한 국자 듬뿍 떠 담았다.
그런데 옆의 반찬통에 콩나물무침이 보이는 게 아닌가.
아하!
아침에 맡았던 냄새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순간, 내 코가 아직 제 기능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 오감 가운데 아직 가장 건재한 것은 후각인 듯하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다섯 가지 감각. 살아오면서 어느 기능은 너무 많이 써서였는지, 어느 기능은 세월 탓인지 하나씩 조금씩 약해졌다. 젊잖게 말하면 "나도 나이를 먹어 가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청각은 어릴 적부터 표준 이하라 일찌감치 포기한 부분이다. 외국 생활을 하며 보청기의 도움을 받으니 조금은 편해졌지만, 그래도 귀는 늘 아쉬운 존재다.
시각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육십 줄에 들어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시력검사에서 덜컥 걸렸다. 나는 왜 기계가 작동하지 않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검사 담당자는 이미 켜 놓고 내가 읽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시력 미달 판정을 받고 안경 착용 조건이 붙은 면허증을 받았다.
그래도 뭘 걸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안경은 늘 운전대 옆에만 대기 중이다.
혹시라도 검문을 당할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미각도 예전 같지 않다. "밥맛이 없다"는 말을 한 지가 벌써 오래되었다.
철없던 투정인 줄 알았는데, 돌이켜 보니 맛을 느끼는 능력도 조금씩 줄어든 것이었다.
촉각은 어떨까?
사람마다 추위를 더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더위를 더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추위를 유난히 싫어했다. 그래서 지금도 여름이 코앞에 올 때까지 내복을 입고 지낸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손끝의 감각도 예전만 못하다. 작은 물건을 집을 때나 미세한 느낌을 알아차릴 때 둔해진
것을 보면 촉각 역시 세월을 피해 가지는 못한 모양이다.
사람이 가진 오감(五感)은 외부 세계를 느끼는 다섯 가지 기본 감각을 말한다.
- 시각(視覺) — 눈으로 보는 감각
- 청각(聽覺) — 귀로 듣는 감각
- 후각(嗅覺) — 코로 냄새 맡는 감각
- 미각(味覺) — 혀로 맛을 느끼는 감각
- 촉각(觸覺) — 피부로 접촉, 압력, 온도, 통증 등을 느끼는 감각
오늘 아침 나는 분명 콩나물 냄새를 맡으며 일어났다.
그래서 멀리서도 오늘 메뉴가 콩나물국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국통을 열어 보니 콩나물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내 후각도 드디어 고장이 났나 싶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콩나물은 이미 삶아 양념해 반찬통에 담겨 있었다. 결국 범인은 콩나물무침이었고,
내 코는 또 한 번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해 보였다.
그래, 아직은 코 하나만큼은 자랑할 만하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오감 가운데 가장 자신 있는 감각이 아직 남아 있나요?
카페장님 콕언냐는 벌써 도깨비에게 홀린 것 같다고 푸념하시던데,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불지방의 위엄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줄지 않았다는 사실!
그 기능만은 아직도 현역이십니다여. ^^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청산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5 가을나라님, 시각 외에는 잘 유지되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과 균형감각이 예전 같지 않아 어깨며 허리며 여기저기 신호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검사 잘 받으시고, 큰 이상 없이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몸무게 조절도 말은 쉽지만 실천은 참 어렵더군요. ㅎㅎ
그리고 책 이야기는 과찬이십니다. 책을 여러 권 낸 작가는 아닙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글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끄적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 쓰는 사람처럼 보였나 봅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늘 평안한 날 되십시오 -
작성자반처녀 작성시간 26.06.05 나이들면 모든게 노화의현상이
나타나니 당연이곳저곳 약해지지요
쑤기도 청력이 떨어지는거 같아요
다른건 그냥저냥 쓸만한거같은데
개또한 기능이 약해지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청산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6 맞습니다. 나이 들면 몸 여기저기서 "이제 좀 쉬엄쉬엄 쓰소" 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더군요.
청력도 예전 같지 않고, 기억력도 가끔은 딴청을 부립니다.
그래도 웃을 일 찾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맛난 것 먹을 줄 알면 아직은 현역 아닐까요?
사람은 그 대신 연륜과 너그러움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쓸만한 것들 잘 챙기시며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
작성자콕언냐 작성시간 26.06.07 누구 말처럼 뚫린 구멍마다 고장이 난다 더니,
시력은 말할 수 없이 저하 되었고,
청력은 엊그제는 한 쪽 귀가 잘 안 들린 다는 걸 알았고,
알레르기 비염으로 40년이 넘어 후각을 거의 잃고
치아는 앞니만 제외하고 다 남의 것이고 ㅎㅎㅎ
그런데도 매일 감사하고 신이 나는 이 할망구는
제 정신인가? ㅎㅎ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청산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7 콕언냐님, 그 정도면 몸은 조금씩 고장 나도 마음은 완전 최신형 같습니다. ㅎㅎ
웃을 수 있고 감사할 수 있으면 이미 충분히 건강하신 거지요.
오늘도 신나게 웃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