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6일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 우리는 여러 방면으로 제자들에게 당신을 증명해 보이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작성자길아녜스작성시간20.04.16조회수17 목록 댓글 12020년 4월 16일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 우리는 여러 방면으로 제자들에게 당신을 증명해 보이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바로 나다"(루카 24,39).
엠마오로 가다가 예수님을 만나고는 예루살렘으로 되돌아온 두 제자가 동료 제자들과 모여 부활 체험을 나눌 때, 바로 그 현장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껏 나눈 이야기가 무색하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루카 24,37)하지요.
"나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 당신을 잡으러 온 무리에게 "나다"(요한 18,5.8) 하셨던 장엄하고 위엄에 찬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또 모세에게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 하셨던 하느님의 자기 소개 또한 알고 있지요.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다시 한 번 "나다" 하고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나를 만져 보아라"(루카 24,39).
급기야 예수님은 당신을 만지라고 하십니다. 육화하신 하느님, 인성을 지니신 성자께서 공생활 기간 동안 제자들과 실제로 몸을 부딪히며 사셨지요. 부활하신 그분이 살과 뼈를 지니신 존재임을 제자들이 직접 감지하도록 허용하십니다.
사람뿐 아니라 생명 있는 모든 존재에게 만진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만짐을 통해 아기는 엄마를 느끼고, 아픈 배도 낫고, 움츠러든 어깨도 펴집니다.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이들 간의 터치는 존중과 사랑, 치유와 위로, 지지와 격려의 소통이고 확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 앞에서 잡수셨다"(루카 24,43).
먹는 것 또한 생명 있는 모든 존재의 보편적 행위입니다. 섭취함으로써 생명을 이어갈 힘을 얻고, 함께 나누어 먹음으로써 관계를 형성하지요.
인간의 육적 한계를 뛰어넘어 부활하신 분이 뭐가 아쉬워 먹을 것을 찾으셨겠습니까! 그분은 당신을 먹으라고 내어주기까지 하신 분이니 먹는 행위에 그만큼 큰 의미를 담고 계실 것 같습니다. 또 어쩌면 예수님은 생전에 제자들과 가장 빈번히 하셨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으신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렇듯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다"라는 익숙한 계시로, 뼈와 살을 지닌 존재임을 만져 확인하라는 허용으로, 직접 그들 앞에서 음식을 잡수심으로 "바로 내가 너희를 사랑하던 스승 예수다"라고 역설하고 계신 겁니다.
제1독서에서는 어제에 이어 불구자였다가 치유받은 이가 등장합니다.
"이 예수님의 이름에 대한 믿음 때문에"(사도 3,16)
기적에 경탄하는 백성들 앞에서 베드로는 겸허히 밝힙니다. 이 놀라운 일을 이루신 분은 예수님이시고, 이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그분 이름에 대한 "믿음"이었다고 말입니다. 기적은 자기들 힘이나 능력이 아니라 믿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제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믿음입니다. 사실 성경 안에는 믿지 못하는 무수한 이유들이 등장합니다. 기쁜 나머지 믿지 못하고, 두려워서 믿지 못하고, 출신 때문에 믿지 못하고, 율법에 어긋난다고 믿지 못합니다. 믿음은 퍽 단순한 결단이라 믿는 데에는 구구하게 이유를 붙일 필요가 없는데, 믿지 못하는 데는 이처럼 이유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루카 24,45).
부활하신 분의 존재는 그분의 수난과 죽음이 성경에 기록된 내용의 완수임을 깨달을 때 진실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 주십니다. 이로써 제자들은 한 발 한 발 부활의 증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갑니다. 스스로 할 수 없으니 예수님께서 하나씩 해 주시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당신의 이름을 알려 주시고, 만지게 하시고, 먹고 마시며 함께 살아가십니다. 그러니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활짝 열어 부활하신 주님을 찾읍시다. 그분은 멀리 계시지 않고, 성화나 조각상에 고정되어 계시지도 않습니다. 우리 곁에서 웃고 우는 이들, 성내고 환호하는 이들, 우리를 자극하고 성장시키는 모든 이들 안에 계시는 주님을 만납시다. 이것이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에게 열어놓으신 부활의 의미입니다.
오늘 특별히 6년 전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소중한 이들을 기억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있으리라 굳게 믿습니다. 그들을 기리며, 지금 온 인류가 겪는 비극과 함께 우리 기도에 맡겨진 영혼들도 잊지 않겠습니다. 한계를 지닌 우리 작고 보잘것없는 인간에게 부활은 그래서 희망입니다.
♡알타반의 말씀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