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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유 게 시 판

품격의 무게

작성자*오드리|작성시간26.06.16|조회수21 목록 댓글 0


                  조근수

품격은
값비싼 옷 한 벌에 있지 않고,
높은 자리에 앉아
세상을 굽어보는 눈길에도 있지 않다.

이른 새벽 눈을 뜨고
구겨진 이불을 가지런히 펴는 손길,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에서
휴지 한 장 주워 드는 마음,
그런 사소한 하루가 모여
한 사람의 품격을 만든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는 날보다
뜻밖의 비를 맞는 날이 더 많고,
웃을 일보다
한숨짓는 일이 더 많다.

그러나 품격은
비를 피하는 사람에게서보다
비를 맞으면서도
다른 사람 우산부터 챙기는 사람에게서 빛난다.

세상은 늘 빠르게 달리라 하지만
강물은 서두르지 않고도 바다에 이르고,
나무는 조급해하지 않고도
푸른 숲을 이룬다.

삶도 그렇다.
한 걸음 늦더라도 바르게 걷는 길,
조금 손해 보더라도 정직하게 사는 길,
그 길 위에 품격이라는 꽃이 핀다.

시장 골목 국밥집에서
주인과 손님이 안부를 묻고,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보는 사람끼리 날씨를 이야기하며,

아파트 현관에서
먼저 인사하는 작은 미소 하나.
세상은 거창한 말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정으로 굴러간다.

철학은 먼 산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식어 가는 밥상 앞에서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내가 옳을 때보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아는 마음,
그것이 인생이 가르치는 가장 깊은 철학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강은 깊을수록 소리를 낮춘다.
사람 또한 많이 알수록
함부로 말하지 않게 되고,
많이 겪을수록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품격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침묵의 깊이에서 자라고,
재산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넓이에서 자란다.

오늘도 우리는
빵 한 조각을 나누고,
따뜻한 차 한 잔을 권하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에
서로의 하루를 위로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세월은 머리에 흰 눈을 내리고,
얼굴에는 주름이라는 강을 새기지만,
사람의 품격은
그 세월을 먹고 더욱 깊어진다.

결국 인생이란
얼마나 높이 올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따뜻하게 머물렀느냐의 이야기.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넉넉하게 나누었느냐의 이야기.

그리고 먼 훗날
이름도 직함도 모두 바람에 흩어진 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하나.
"참 좋은 사람이었지."
그 한마디를 남기는 삶,

그것이 품격이고,
그것이 세월이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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