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프라하-카를로비
남녀 혼성 사우나
집을 떠난 지 17일째다. 오늘은 일정을 바꾸어 Praha구경을 중단하고 Karlovy Vary로 가서 온천욕을 하기로 했다. Florence Bus Terminal에서 왕복표를 요구했는데 매표원 중년여인이 왕복표를 팔면서 17Kc를 떼어먹는다. 왕복표를 사면 가는 값 120Kc, 올 때는 103Kc, 합해서 223Kc이건만 240Kc를 받아 거스름돈을 내어주지 않았다. 17Kc를 착복한 것이다. 모르고 당한 것보다 사실을 알면서 적선한 셈치고 더 따지지 않았다. Karlovy Vary 가는 손님이 많다. 한 시간 기다려 10시45분 버스를 타다. 옆자리에는 50대의 아주머니가 앉았다. 대학생 차림의 딸은 배낭을 메고 캠핑 떠나고 이 아주머니는 잠시 온천 하러 간단다. 캠핑을 떠나려 버스 창밖에 선 딸도 예쁘고 옆 아주머니도 품위가 있어 보인다.
체코의 버스값은 2시간20분 달리는데 120Kc로 우리나라 돈으로4800원꼴이니 싼 편이다. 달리는 버스 창 밖은 높은 산은 보이지 않고 벌판뿐인데 이미 추수가 끝나 황량했다. 간간 건초더미만 둥글게 쌓여 있고, 도로변 농촌주택들은 낡고 초라해 보였다. 주로 단층집들로 벽도 허물어 떨어지고 보기가 깔끔치 못하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농촌은 가난하게 사는가보다. 차는 예정보다 10여분 빨리 도착했다. 우선 점심을 먹고 시내 구경후 목욕하기로 하고 걷는데 맥도널드 햄버거집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좀 더 걸으니 Asia restaurant이 있어 들어가 보니 종업원이 캄보디아, 베트남인이란다. 혹시 한국인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다행이다. Baked noodle with chicken을 시켰더니 닭고기, 숙주나물, 면 조금이 나왔다. 먹을만하다. 밥 반공기 추가시켰다.
Karlovy vary는 체코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온천도시다. 큰 계곡에 조그마한 냇가를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도시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독일식 이름이 “칼스버그”, 맥주이름이다. 안내책자에 소개된 유명한 믈린스카 콜로나다(Mlynska Kolonada)는 많은 사람이 몰려 있을 줄 알고 찿았으나 아무리 찾아도 없다. 상점에 물으니 바로 옆의 조그만 두 개의 수도꼭지에서 56℃의 물이 졸졸 흐르는데 그 유명한 온천 컵으로 받아서 식혀 먹고 있는 곳이란다. 물맛이 비릿하고 특유했다.
대중탕을 찿았으나 건물일부는 수리중이고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온천수가 분출하는 유리로 근대적으로 지어놓은 브리댈리 콜로나다(Vridelni Kolonada)를 찾다. 분수구경도 하고 목욕할 곳을 찾았지만 2층으로 가란다. 그러나 2층에도 없었다. 어떤 사람이 테르말(Thelmal)로 가라고 했다. 그곳은 한국처럼 온천에서 때 빼고 광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호텔에서 장기간 요양 겸 목욕하기 때문에 아무데도 대중탕은 없는가 보다. Thelmal에 가서도 물어물어 사우나와 수영장 겸한 곳을 찾아가니 90Kc(3600원꼴)이다. 그러나 막상 입장하고 보니 돈을 비롯해 귀중품이 문제였다. 돈 보관소에 맡기려고 바지주머니 은밀한 곳을 다 털어도 보관 할 봉함봉투가 없다. 가방에 옷을 다 집어넣어 락카에 20Kc를 넣고 잠갔지만 영 허술해 불안했다. 그래서 safety box앞과 옷장을 번갈아 왔다 갔다 했더니 남의 속도 모르고 카운터 여자는 사우나 가려면 옷장 옆으로 돌아 올라가라고 친절히 안내까지 한다. 그 순간 불현듯 한 생각이 떠올랐다. 여행 출발 전 서울 YH 연맹 자원봉사자에게 외국 나가 온천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을 때 “돈 털리면 어쩌려고 목욕합니까?”하던 말. 그래서 온천을 안 했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는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방만 들고 가버리면 옷에, 돈에, 여권에 몽땅 털리고 오직 알몸신세이지 않은가. 수영장은 안 가고 샤워만 후닥닥 하고 가보니 짐 보관함은 안전했다. 따끈한 온천물에 잠기려고 다시 찾아 옆 사우나실에 들어가렸더니 입욕료 90Kc표를 사란다. 락카 문을 열고 나와 입장표를 찾아 가지고 가니 한 시간밖에 못 한다면서 보관함 번호를 적어 놓는다.
사우나 실은 너무 작았다. 3단으로 되어있는데 1단에 3명 정도 앉을 수 있을까? 남자 노인 2명과 나를 포함해 3명인데 거의 꽉 찾다. 거기서도 짐 보관 걱정에 본전생각이 났다. 그러나 이곳에 오기까지 고생도 많고 해서 일단 땀이나 한번 내려고 작심하고 있는데 이거 웬 떡. 눈이 번해지는 사건이 생겼다. 날씬한 미녀가 국부만 가운으로 가리고 앞가슴을 당당히 내 놓고 입장 하는게 아닌가! 조그만 유방이 귀엽다. 약간 쳐져 있고, 젖꼭지가 불그레하다. 이어서 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미녀가 입장했다. 그들은 앞가슴까지 가리고 들어오더니 2단 3단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호기심 겸 운동 겸 그녀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보려고 일어나 보니 그녀들은 자유롭게 사우나를 즐기고 있었다. 한 여인은 앞가슴을 풀고 무릎을 오므리고 그곳에 얼굴을 묻고 있다. 그러나 2단에 앉은 다른 여자는 가슴이 안 보이는 대신 밑에 가리운 타월이 제대로 안 가려져 은밀한 그곳이.... 거의 전나인 상태였다.
두 노인은 나가고 나 혼자 땀을 흘리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눈요기로 가슴 설레다. 온천욕 제대로 못하는 대신 미녀들과 혼탕 하는 사우나에서 본전 뽑으려는가 보다 하고 감사하는데 문득 맡긴 가방생각이 났다. 눈요기에 취해 신세 망치지 않나 생각되어 부랴부랴 서둘러 나와 짐 보관함을 열어보니 무사하다. 수영장은 바로 옆이다. 또 다른 어느 곳에 온천욕 spar가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심란한 마음에 체코 여자 몸 감상 한 것으로 만족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웬 일일까? 문제는 그녀들을 보고도 아무 발동도 안 걸리니 무엇이 잘못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Praha행 버스를 기다리다 날씨도 춥고, 늦게 프라하에 도착하면 저녁 먹기도 어려울 것 같아 터미널 식당에 들어갔다. 버스와 기차 종합 터미날 식당이다. 핫도그 1개, 빵 1개, 맥주 1병을 시켜 먹고 보니 핫도그 맛이 좋아서 좀 작은 것 하나 추가해 남은 맥주와 마시는데 소시지 맛이 아까 것만 못했다. 다 먹고 쟁반과 그릇을 갖다 주니 쟁반은 저쪽 쟁반 모으는 곳에, 병은 카운터에 반납하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켜 준다. 주방아줌마 시키는 대로 했더니 카운터에서 3Kc를 돌려준다. 빈 병 반납비이다. 친절하면 돈 번다는 사실을 알았다. 화장실 이용료는 역시 3Kc였다.
5시차로 바꿔탈까 기다리는데 작고 귀엽게 생긴 여자가 있기에 프라하행 맞느냐니까 그렇단다. 영어를 곧 잘 하기에 무엇하느냐고 하니 카지노에서 일한단다. 남자친구는 볼링선수라고 자랑했다. 버스에 빈자리가 있으면 5시차로 바꾸어 달라고 이 여자를 통해 부탁해 보았지만 허탕이었다. 내가 탄 차에는 빈 좌석이 눈에 뜨였다. 아침에 탄 차에는 좌석 뒷받침이 있어 안락했는데 이 차는 머리받침이 없어 졸기에도 아주 불편하다. 도착은 예정시간보다 10분 빨랐다. 지하철을 순조롭게 탈 수 있어 무난히 민박집에 도착하다. 민박집은 오가는 사람으로 부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