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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모 극장 앞에 터를 잡은 어느 panhandler(거지)는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은근하게 협박을 한다는군요.
즉, 자기한테 돈을 안 주면
"영화의 결말을 공개하겠다"고 약을 올리면서 말이지요.
그쯤 되면 관객은 황당해하다가도
그 panhandler의 밉지 않은 아이디어가 깜찍하기도 해서
유쾌하게 동전 몇 닢을 건네게 되겠지요.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spoiler라는 말도 너리 사용되고 있는데요,
중요한 정보를 미리 공개해서 김빠지게 만드는 글...아시죠?
저도 본의 아니게 그런 spoiler의 역할을 했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답니다.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가 개봉되던 해의 일입니다.
보통 수입/배급사들이 새 영화를 들여오면
수입/배급사의 직원들과 제가 함께 자막이 없는 상태로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영화를 본 소감을 나누거나 예상관객을 예측해보곤 한답니다.
그런데 <식스 센스>를 처음 보던 날은
수입/배급사인 Buena Vista International Korea의 직원들에게 바쁜 업무가 생겨서
저 혼자만 먼저 보게 됐답니다.
저만을 위한 preview였던 셈이지요.
<식스 센스>를 본 관객들이라면
그 때의 제 소감이 어땠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마디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죠.
영화를 보고 나서 BVI-Korea의 사무실에 들렀더니
영화사 직원들이 저한테 영화가 어땠었느냐며 물어보는 거 있죠.
액션 배우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한 브루스 윌리스가
호러물에 출연했다는 것부터가 그분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 영화를 만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모든 것을 극비에 붙인 채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식스 센스>가 어떤 영화인지 아무도 짐작을 못했던 탓이어서
그 영화를 제일 먼저 본 저한테조차 그닥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전 "대답할 수 없다."고 딱 잘라서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영화가 흥행성이 없어보여서 제가 대답을 피하려는 줄로만 알고는
괜찮으니까 전부 다 얘기를 해보라는 거였습니다.
전 더욱 완강하게 대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허사였습니다.
제가 어떤 얘기를 해도 저한테 돌멩이를 던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야."
그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죠?
"에-이, 뻥치지 맙시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뜻의 이 말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이
"No way!" 혹은 "Get out of here!"인 건 잘 아시죠?
어쨋든 그들도 다음 날엔가 <식스 센스>를 봤고 전 무지하게 매운 맛을 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도입부 10분과 후반부 10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영화가 시작된 다음 10분을 넘기지 않는 시점에
관객을 확 사로잡을 장면이나 설정이 나오지 않으면
관객의 등은 객석의 등받이에 붙어버리고 말지요.
그래서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은
새 대본(script)을 받으면 간략한 줄거리(synopsis)를 먼저 읽어본 다음
그 대본을 읽을 건지 말 건지를 결정하며,
대본을 펼쳐서 도입부의 약 10쪽 분량-running time 10분에 해당-을 읽어본 다음에
대본을 계속 읽을 것인지
쓰레기통 속에 집어던질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하는군요.
할리우드의 대본은 누가 집필을 하든 형식이 똑같도록 통일이 돼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페이지 구성인데
만약에 대본이 115쪽이면 running time이 115분인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후반부의 반전이 storyline의 흐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일수록
spoiler의 악영향은 크다고 하겠지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반전"이란 표현은 이제 거의 유행어가 되다시피 했는데요
반전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가수 설운도 씨의 "샹하이 트위스트"를 한번 상상해보세요.
갑자기 웬 춤 이야기냐구요?
다 이유가 있답니다.
다리나 허리를 좌우로 "비틀면서" 추는 춤이 트위스트잖아요.
반전이란 바로 storyline을 "비틀거나 뒤집어서" 만들어낸 뜻밖의 전개를 뜻하지요.
<식스 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상황!
지금도 그걸 떠올리면 "오싹해지고 머리카락이 쭈뼛 선(creepy)"답니다.
미국에서 <식스 센스>가 개봉됐을 때 네티즌들은
"Do not let anyone spoil the storyline for you."라는 분위기의 글을
앞다투어 올리곤 했지요.
저는 그 문구를 살짝 "비틀어서" 다음과 같은 광고문구(copy line)를 만들었답니다.
* 경고: 경박한 네티즌이 영화보는 재미를 충격적으로 망쳐놓을 수 있으니 당신이 서둘러서 먼저 <식스 센스>를 보십시요.
이 광고문구는 BVI-Korea에 채택됐고
언론사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와 광고용 전단(leaflet) 등에 수록됐었답니다.
위의 영어 문구를 보면
spoiler가 어떻게 생겨난 단어인지 아시겠죠?
눈치빠른 GMP 가족이라면 이미 감을 잡으셨겠군요.
"반전"은 영어로 trwist입니다.
<다이 하드>를 만든 존 멕티어난 감독이
최근에 <베이직: Basic>이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국내 모 브랜드의 청바지를 연상하실지 모르겠지만
영화제목 은 Basic Training을 줄인 표현입니다.
미국의 특수부대 중 하나인 레인저(Ranger)의 후보생들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되는
기본군사훈련(Basic Training)을 줄여서 미국인들은 그렇게 쓴답니다.
여러 차례의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베이직>의 홍보를 위해
<베이직>의 수입사는
"<올드보이>의 반전! <베이직>의 다중반전"이란 광고문구를 만들었더군요.
"반전"이 겹겹으로 싸인 "다중반전"은 "multuple twists"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보너스 퀴즈]를 건너뛸 수는 없겠죠?
우리 말 유행어 "썰렁하다"와 연관이 있는 표현인데요
"찬물을 끼얹듯이 분위기나 흥을 깨는 사람"을 가리켜서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정답은 wet blanket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화기애애한 자리에
누군가가 물에 흠뻑 젖은 담요를 몸에 둘둘 두르고 일행들과 섞여있는 상황...!
그림이 그려지시죠?
wet blanket을 영어로 풀어보면
a person who discourages others or prevents them from enjoying themselves가
되겠구요,
"분위기 좀 깨지 마!"를 영어로 표현하고 싶으면
"Don't be such a wet blanket!"이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그럼 그 반대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서 재미있게 해주는, 붙임성 좋은 사람"을 가리켜서
icebreaker라고 합니다.
그럼 icebreaker와 연관이 있는 표현으로써
"분위기 메이커"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정답은 the life of the party입니다.
그러므로 "그녀는 분위기 메이커야."를 영어로 표현하고 싶으면
"She is the life of the party."라고 하면 됩니다.
파티에서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람이란 뜻이니까요.
참고로 icebreaker에는 "쇄빙선"의 뜻도 있습니다.
얼음을 깨뜨려서 뱃길을 만들어주는 그 배...잘 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