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가 자유를 준다구? 나는 속았다!

작성자몽꼴로넬|작성시간08.03.06|조회수1,827 목록 댓글 56

할리...

 

할리가 자유를 준다구?  할리로 자유를 만끽한다구? 할리 라이프가 자유롭다구?

나는... 속았다!

 

누군가 나에게 묻기를....."왜 할리를 타십니까?"

내가 그에게 대답하기를...."아~ 자유지요...자유를 줍니다... 만끽합니다... 자유롭습니다.."

흐음.. 참으로 멋진 대답...!

가슴이 왠지 넓어 보이고 머리속에 뭔가 트인 것이 들어있는 것 같아 보이는 대답.....

 

그리고 그런 멋진 대답에 딱 어울리는 미즈앙센느 ~

"............"   조금 뜸을 들이고....

대답하기 전에 담배를 하나 피워 물을까?  그냥 꺼내 들기만 하자... 턱 높이로...귀 언저리에..!

눈은 감을까?  아니.. 지긋이, 지그읏이 먼 산을 응시하자!  그렇다고 눈이 풀리면 안돼!  바보같거든...

그렇지.. 그렇게 양미간에 힘을 적당히 줄 것!

목소리는? ...당연히 굵게.. 낮게... 인후가 아니라 훨씬 더 깊은 곳에서...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배어 나오는 듯한 그런 목소리...그러나 조심! ...거만하면 안돼!

거부감을 줄 수도 있거든...!

OK...!  이젠 천천히... "아~ 자유지요...자유를 줍니다... 만끽합니다... 자유롭습니다.."

나는 그런 멋진 대답을 들려주기 위해....누군가 그렇게 물어 줄 날을 기다려 왔다.

 

자유............

"왜 할리를 타는가.....?"

나는 할리에 입문하기 전에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아니!  가져보지도 타보지도 않고 답을 알다니...그 어려운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 어떻게??

"나의 깊고 넓고 풍부한 식견 때문이지..." 라고 하고싶지만, 사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일종의 cheating... 중학교 시절 수학선생님처럼 표현하자면 '간닝구'... 들은풍월 덕분이다.

나는... 오래 전.. 십수년 전부터 '할리'를 굉장히 아는 체 해왔다.

하긴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  내 주변에 Harley Davidson 이라고 Full name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란

나밖에 없었으니....

더구나 그게 미국산 바이크라든지... 겁나게 오래된 흑백영화 La Strada에서 짐파노가 타던 바로 그

'다비손' 오토바이와 같은 거 그거라든지.. 터미네이터와 히딩크가 같은 모델의 할리를 탔다든지.....

Wild Orchid 에서 미키루크가 가죽조끼만 입고 만세를 부르며 탔다든지...etc...etc...

그런 겁나게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가 무지한 가족과 친구들을 계몽하고 더 나아가 그들을 적당히 주눅들게 하기 위해서는....

할리를 더 열심히 공부하여 지식을 넓히고.. 그것을 나누어 줘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나의 고상한 사명감과 속물적인 우월감은...아직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내가 할리를 타고 있는 지금도 그들에게 오토바이는.. 안소니퀸이 타든, 아놀드가 타든, 히딩크가 타든....

피터폰다와 데니스호퍼가 타든.. 골목 치킨집 아저씨가 치킨 배달하는 빨간 50cc 스쿠터 와 똑같다...)

그리하여 ... 할리를 열심히 탐구한 결과....

"왜 할리를 타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비하여 "자유..." 라는 멋진 대답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오직 자유 때문에..... 할리를... 타는감~?"

그건 아니지... 나도 그건 아니라는 것을 알지....... 역시 들은풍월 덕분에...

할리를 타는 이유를 어찌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으랴?

속도감... 해방감... 발산감... 간지(이건 내가 잘 모르는 용어다.)... 스릴과 긴장... 과시(이건 빼자...)

진동과 소음이 주는 흥분... 넘치는 박력과 야성의 移入(나는 허약하거든...) .. 자유... 그리고 그냥....

내 견문에 의하면 십인십색.. 백인백색... 단답형 대답을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무모한 것이지.....

그렇다면.. 내가 아는 모든 이유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나열할 것인가?

그건 또 아니지..

"산이 거기에 있어서..." " 산은 산, 물은 물이로다..." ..........촌철살인의 설파!!!

나는 그런게 필요했고.. 보고 들은 수십가지 이유 중에서  "자유..." 를 내 대답으로 골랐을 뿐이다.

(그냥.......

보기 플레이어가 공을 제대로 못맞추는 이유가 수백가지 있는데 그 마지막 이유가 '그냥' 이랬던가....

'그냥 탑니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또 하나의 멋진 대답이다.  아직은 그렇게 대답할 준비가 안되어 있을 뿐....

언젠가 내공이 좀 더 쌓이면.. 반드시 그렇게 대답해 볼 것이다. 물론 그에 어울리는 미장센도 함께 준비하여...)

 

할리가 자유를 준다구?  할리로 자유를 만끽한다구? 할리 라이프가 자유롭다구?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 나는 무진 애를 써서 할리를 가졌다.

할리가 내 머리속에 들어온 십수년 전 증세가 시작되어.....

비를 맞고 돌아온 3년 전 그날부터 증세가 급속 악화되어 급기야 가슴속까지 침범하더니.. 쿨룩~~

결국.. 내 정신과 주치의 영이로부터..... "흑, 당신 어쩌다가 이렇게........" 

난치병 진단을 받기에 이르고야 말았다.

......길을 가다가 부두두둥..... 옆을 지나는 할리 라이더 발견!

나는 어느새 유원지 편의점에서 500원 넣고 레버를 움직여 곰인형을 낚시질 하듯이....

그 라이더를 갈코리로 사뿐이 들어 길 옆에 내려놓고(살며시.. 다치니까..) ...

아직 온기가 따뜻한 그 넙죽한 시트에 깊숙히 앉아 팔과 다리를 쭉 뻗고... 부두두둥.......

......빵사러 가다가 대치사거리 인도에 세워놓은 할리 발견!(다이나였던가...여러날 그자리에 있었음)

마냥 들여다 보고 만져보고 앉아보고 싶지만...

어딘가 눈에 불을 켜고 숨어있을 주인이 신경쓸까봐... 또 굉장히 없어 보일까봐....

'지나가는 행인(1)' ... 왼눈으로 살피고.. 30m를 지나친후 U 턴...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행인(2)' ... 오른눈으로 살피고.. 20m를 지나친후 U 턴...보통 걸음으로..

'지나가는 행인(3)' ... 2m 전방에서 정지!  담배를 피우며 5분간 관찰.. 그리고..시계를 보며 떠날 것!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야.... 빵사러 가야지...!)

......출근길.. 퇴근길.. 빠른 반포대교 놔두고.. 매장 쇼윈도우라도 보고싶어서 한남대교로....

그러다가 샾 밖에 주차해 놓은 할리라도 보는 날이면 횡재한 것 같고.....

......컴퓨터 배경화면.. 일주일은 로드킹.. 일주일은 울트라.. 일주일은 스프링거....일주일은 스포스터...

밤새 각 모델의 제원과 특성.. 명칭과 스타일 비교 분석....카페, 블로그에 들락날락....

역시.... 내 정신과 주치의 영이의 진단은 정확했다!  난치병.......... (병명은 까먹음)

그리고 영이의 처방 역시 정확했다!  "정 그렇다면... 사~~!"

어얼쑤~ 촌철살인의 처방전!  "사~~!"  명의로고.......

그리하여.... 난 이제 할리를 가졌다. '자유(?)' 를 가졌다. 늦은 감이 많지만....

 

그런데..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할리를 매일 보기 위해서 사무실 옆에 세워놨다. 고개를 돌리면 바로 내려다 보인다.

그래서 자주 고개를 돌린다. 구실은 많다! .. 눈이 오니까.. 바람부니까.. 맑으니까... 그리고.. 그냥...

그리고 자주(적당히) 그 옆에 간다. 시동도 걸어보고.. 먼지도 떼어내 보고...앉아도 보고...

(대치사거리 다이나 처럼 눈치 안보니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틈만 나면.. 고민한다. 어떻게 저걸 잘 탈 수 있을까?  잘 다룰 수 있을까?

틈만 나면.. 걱정한다. 이번 주에는 나갈 수 있을까?  어디로 갈까?

그리하여 마침내 휴일....

할리를 탄다 한들... 라이딩을 한다 한들...... '자유'는 못찾겠다!

손이 자유로운가?  발이 자유로운가?  머리가 자유로운가?

라이딩 중에는 그 즐기는 담배도 못피운다.  휴게소에서 피우면 되지 않느냐고....?

정지-후진-출발의 고질적 문제 때문에 그게 좀... 여의치 않다.

그러니.. 니코틴과 해갈과 배설의 욕구조차도 자유롭게 해결하지 못한다.

그래서 허기진 상태에서.. 방광이 빵빵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오는 때가 많다. 

그럼에도 할리를 못타고 공치는 휴일은.. 견딜 수 없다.  네탓, 내탓. 세상탓, 하늘탓... 성이 안풀린다.

그리고 또 일주일간 온통 할리 생각을 한다. 잘 탈 수 있을까? 다룰 수 있을까? 어디로 갈까?

그러니.... 대체 내가 바라던 '자유' 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할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할리가 나를 갖고 있다.

내가 할리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할리가 나를 타고 있다.

내가 할리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할리가 나를 다루고 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할리가 자유를 준다구?  할리로 자유를 만끽한다구? 할리 라이프가 자유롭다구?

나는... 속았다!

 

이런 나에게 주치의는 새로운 진단을 내렸다...  

1. A.H.B.S(Acute Harley Beginner Symptom : 급성할리초보증후군)... 치료 가능함!

2. C.R.I.D(Chronic Regressive Infantile Disease : 만성적퇴행성소아병)... 불치병임!

합병증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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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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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몽꼴로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08 ㅎ ㅎ ... 오늘은 밥먹고.. 커피 마시고.. 담배 피우고.. 방광도 비우고... 대성공 입니다! 좋은 휴일 되세요 삐삐님........
  • 작성자리틀보스 | 작성시간 08.03.09 자유를 빼았아간 그놈을 망치로 부쉐 버려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야생동물 | 작성시간 08.03.16 글을 무지 잘 쓰시네요 감탄하고, 즐겁게 보고 갑니다
  • 작성자버지니아1 | 작성시간 08.03.25 내가 이글을 쓴것처럼 착각에 빠짐니다,어찌하여 내상황과 이리도 딱떨어지는지 ㅎㅎㅎㅎ 급성할리초보증후군 참 멋있는 병명입니다 퇴근하면 지하주차장가서 확인하고 경비한테 잘좀 봐주라고 과일정도 상납하고 증말 더러워서 못타겠습니다 으~악
  • 답댓글 작성자몽꼴로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25 ㅋㅋ.. 제 돌팔이 주치의에 의하면... 고칠 수 있답니다.... 시간이 좀 필요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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