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야지...

작성자달밤|작성시간24.02.04|조회수1,003 목록 댓글 6

방황의 늪에서 깨어나야지
어쩌자고
이 깊은 심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가

현역에서 은퇴하고
꼭,
삶에서 물러난 것처럼
무기력하게 어기적거리는 생활...

깨어나야지...
일어나야지...
가자,
바람을 맞으러 동해로가자.

잠자던 적마(레드킹)을 몰고
길로 나서니
목덜미를 가르는 차가움

정신이 소롯이 돋는다
몽롱한 꿈에서 깨어난다

용담호는 만수로 풍만하고
길은 호젓하여 한가롭다
겨울길이란 대저
춥고 외로워야 제맛이지

무주 영동을 지나 황간으로 올라서니 제법 시골길이 나타난다. 상주까지는 구불배기 언덕길과 지기재 분수령을 넘어야 한다.

우렁대는 적마를
바람에 띄워
한마리 칼새가 된다

다가드는 뱀같은 길을따라
좌로 누이고 우로 누인다
몸도 따라 같이 눕는다
마음이 땅바닥을 스친다
아찔아찔하다

상주 문경 예천을
순식간에 지나쳐
영주 태백을 뒤로하니
울진 금강송터널이 눈앞인데

아차차,
미끄덩~
꽁무니가 돈다

속도를 늦추고 보니
길바닥은 젖어있고
산 숲에는 눈이 허연데
차가운 겨울비가
안개같은 서릿발로
나리고 있다

이미
튀겨오른 땅비는
구두와 바짓댕이를
까맣게 적시고 있다

에라이 가자
고까잇것
쫌 젖으면 어때
울적했던 가슴은
닥쳐오는 바람에 다 말랐쟎아

동해바다는 늙지도 않는가

함성으로 돌을 치는 파도는
끝없이 밀려들고
바닷바람의 기세는 더욱 날카롭다.

바다여
너는 지치질 않고 변치 않커늘
나는 왜 늙어 가는가

너는 무심하여 탓함이 없는데
나는 왜 서럽단 말이냐

하룻밤을
죽변등대 밑
용추곶의 절벽에서
동해바다와 함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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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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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닥 | 작성시간 24.02.04 멋지십니다
  • 작성자보라둥이(곽명진) | 작성시간 24.02.05 형님 멋집니당 👍 👍 👍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실버라이더 | 작성시간 24.02.05 멋지십니다 늘 건강하시고 안운하십시요
  • 작성자실버라이더 | 작성시간 24.02.05 멋지십니다 늘 건강하시고 안운하십시요
  • 작성자응암동늑대 | 작성시간 24.02.08 형님 대단하십니다
    오랫만에 카페에 와서보니 형님 글을 보고 댓글을 달아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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