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누적 수강생이 175만명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제가 누적 수강생의 숫자를 자랑하고 싶은게 아니구요. 그 숫자가 많다고, 적다고, 그 얘기를 하고싶은것도 아니구요. 그 안에 똑같은 선생이, 똑같은 지문을 여러분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 화면을 보시고 있는 친구들 안에도 1등급도, 9등급도 나란히 존재합니다. 왜 내가 똑같은 수험생들을 똑같은 강의를 가지고 가르쳤는데 어떤 친구들은 1등급이 되고 어떤 친구들은 9등급이 되냐구요.
제 수험생중에, 할아버지 이야기를 잠깐 전해드릴까 합니다. 오늘 처음 얘기를 시작합니다. 사실은 그 할아버지가, 제가 강의를 할때요. 제 현장강의의 대부분 수험생들이 200명이 넘게 앉아있습니다, 최소. 그런데 그 200명이 넘게 앉아있는 학생중에 유독 할아버님이요, 제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습니다. 근데 여러분들도 제 수업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불쑥불쑥 반말이 튀어나올때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야 이해 했어?" 이러고 있는데 할아버님이랑 눈이 마주치면 내가 얼마나 부끄럽겠니. (중략)
단순히 제 강의실에는 19세, 18세, 20세, 수험생만 듣는게 아니라 참 나이드신 분들이 많이 듣습니다. 근데 그 중에 70대 노인분을 가르친건 제 인생에 처음이었거든요.
그게 사실은 10여년 전의 일입니다. 근데 어쨌든 그 분이 앉아계시니까 제가 부담스러운거예요. 대체 이 분이 손자 대신 듣는것도 아니신 것 같고. 왜 수업을 듣는지가 너무 궁금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 할아버님한테 '왜 수업 들으세요?' 라고 물어볼 용기는 없었어요. 그리고 제 마음속에 되게 못된건데, '안될거야.'라고 제가 나름대로 폄하한거죠. 애기들도 분사 어려워 죽겠는데 알아는 들으실까? 애기들도 이게 시제가 문제가 조금만 바뀌어도 다 틀려갖고 오는데 할아버님이 따라는 오실까?
저를 너무 무색하게 만들정도로 열심히 수업을 들으셨던 분입니다. 첫날 수업을 들으셨을 땐 "필기하지 마세요" 하니깐 막 손이 어떻게 둘지를 몰라갖고 할아버님이 눈동자가 막 굴러가고 "야 이거 무슨 말인지 이해 돼?" 5형식, 보어, 막 이런 얘기들이 나오니까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들으시는 것 같았어요.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 앉아계신거예요. 교무실에서 너무 유명한 할아버님이셨어요. 왜냐면 영어 수업만 듣는게 아니었고 국어도, 수학도, 뭐 과학도 들으셨던가?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선생님들마다 무슨 얘기 하다가 할아버지 하면 "어? 선생님 수업도 들으세요?" "제 수업도 들어요" "할아버지 왜 수업 듣는대요?" 아무도 감히 여쭤보신 적은 없습니다.
어느 날 제가 아주 용기를 냈습니다. "할아버님, 왜 수업을 들으세요? 여쭤봐도 됩니까?" 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할아버지가 저랑 1년 2개월 정도 공부를 하셨습니다. 겨울방학부터 수업을 들으신게 아니라 한 8월달 정도부터 수업을 들으셨구요. 그리고 그 다음년도 쭉 수능커리를 다 들으신거죠. 몇 개월 지난 다음에 제가 여쭤봤습니다. 왜 공부를 하십니까. "꿈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보니까 수능을 보는게 꿈이래요. 그리고 자기는 수능을 보고, 한의대 시험을 보는게 꿈이시라고 말씀하시는거예요. 주변에 있는 19세, 18세, 고2, 고3 아이들이 킥킥거리고 웃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한의대 가고싶단다." 하면서. 그래서 제가 솔직히 말씀드렸죠, 저의 못된 마음. '힘드실텐데. 안되실텐데.' 그런 마음이 저도 있었습니다.
근데 할아버지 말씀이 되게 가관이셨어요. 자기가 어렸을 때는, 그 당시 70대셨으니까, 어렸을 때는 전쟁나고 먹고 사는게 너무 바빴다고. 그런데 조금 이제 먹고 살 만 해지니까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고 자기를 돌볼 겨를이 하나도 없으셨다고. 그런데 이제 자식들도 다 시집 장가를 다 가고 나니, 이제 나도 먹을만해지고 여유도 생겼는데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었다고. 난 공부를 하고 싶다고. 그리고 수능을 보고 싶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수능에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학력 제한은 있을지 몰라도. 학력도 검정고시 이상이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할아버님이 수능을 보신다고 하니까 열심히, 그것도 굉장히 열심히 하셨거든요. 오히려 가끔씩, 저 가끔 얘기하는데요, 전 잘난 척 하고 자뻑이 심한 1등급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자기가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 모든 걸 다 이해하고 있는지 자뻑이 심하고 열심히 하지 않는 1등급을 싫어합니다. 전 간절하고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뭐라도 더 배우고 싶어하는, 그런 2등급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할아버님이 그러셨어요. 아무것도 모르시니깐요, 하라는 대로 하시는거죠. 아무것도 모르시는 거니깐요, 창피한게 없으신거죠. 뭐가 끝나면 수시로 질문하려고 오셨구요, 뭐가 끝나면 옆에 있는 고 1이 됐든, 고 2가 됐든 뭔지 물어봤구요.
1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수능이 끝나고 나면 저희 교무실에서 아이들이 정시 가나다군 상담을 하겠다고 찾아오거든요. 우린 수업이 없어도 사실은 교무실에 쫙 앉아있습니다.
새벽같이 할아버님이 오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오셨는데, 검정 비닐을 갖고 오셨습니다. 검정 비닐. 학생들이 대부분 선생님들을 찾아올 땐, '선생님 감사합니다' 꽃, 케익, 뭐 이런거 갖고 오는데요. "할아버님 검정 비닐은 뭐예요?" 그랬더니, 새벽에 경동 시장에 가셔서 인절미를. 새롭게 아주 따끈따끈한, 저 갑자기 또 울컥합니다. 선생님들한테 너무 감사한데 주고 싶은 게, 자기가 성의를 보일 수 있는 게 지금 막 떼온 정말 따끈따끈한 그 인절미여서, 그걸 경동시장에 막 뛰어 가서 새벽에 갖고, 할아버님이 품에 끼고 오신거죠. 선생님들한테 식지 않은 걸 주고싶어서. 그래서 저희가 물어봤죠. 선생님, 어떻게 되셨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합격 명단에 있더라. 라고 말씀하셨어요.
다 놀랬습니다. 그리고 거기 있는 선생님들 다 같이 울었습니다. 인절미 먹으면서. 저 갑자기 또 울컥하는데요, 다 너무 감사하게 잘 먹겠다고. 근데 할아버지 그 뒷 말씀이 더 멋있으셨습니다. 일단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자기가 피난 나오면서 그 때 그 뭐라그러죠? 미군 부대에 있어서 영어를 말 할 수는 있었는데, 수능에 나오는 게 뭔지도 몰랐고, 자기는 ABC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근데 로즈리 선생님이 욕을 하시든, 화를 내시든, 뭐가 됐든 나를 1년 반 동안 잘 가르쳐 주셔서 내가 여기까지 왔고, 그리고 선생님한테 다른 건 다 됐는데 제가 항상 말했던 Self is to me. (틀리면 고칠게요 들리는대로 적어서ㅠㅠ)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거 다 신경 꺼. 너가 너만 믿으면 돼.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거 니가 증명하면 돼. 라고 했던, 제가 수업시간에 했던 말을 기억하고 계셨던거예요. 거기에 용기를 얻고 긍정의 희망을 얻어서 여기까지 잘 달려왔다고.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인절미 주시면서. 제가 10년 전이니까 아마 얼마나 나이가 어렸겠어요. 저도 막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했죠. 그 뒤에 말씀이 훨씬 더 멋있으셨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그럼 이제 등록은 하셔야죠. 했더니, 제가 왜 등록합니까. 전 등록을 안할겁니다, 하시는거예요. 남들이 가고싶다는 그 한의대에, 가장 좋은 학교에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안가시겠다는거예요. 왜 안가십니까, 하니깐요. 나이가 70인데 내가 지금 거기에 들어가서 침술 배우고 뭐 해서, 나와서 한들 손 떨려서 이거 남들한테 침이나 주겠냐. 내 꿈은 뭐였었냐면, 나는 수능을 보고 싶고, 공부 하고 싶었고, 한의대 시험을 보고싶었던거지, 내가 한의대에 합격해서 한의사가 되는게 내 꿈은 아니었다. 생각해봐라. 내가 등록을 포기하면, 대기자 1번이 있잖아요.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20대 친구가, 분명히 멋진 한의사가 될건데, 나 같은 중늙은이가 여기서 한의사 되겠다고 등록 해버리면 그건 국가의 낭비가 아니겠냐. 난 이쯤에서 멋있게 물러난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게 해주신 여기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한다. 인절미 주시고 가셨다니깐요. 그래서 우리가 그 때 교무실에 앉아서 얼마나 넋 놓고 울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제가 여러분들한테, 수업시간에도 가끔 그 얘기 했죠. 난 니가 1등급인지 9등급인지 관심이 없어. 그리고 니가 1등급인지 9등급인지 알고 싶지도 않아. 지금의 니 성적이 니 성적이 아닐테니까. 우리가 수능 그 날만 잘보면 돼. 제가 할아버지한테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죠. 안될거라고 가정했었습니다. 안될거라고, 힘드실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을 바꿔주셔서, 실존 인물이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했었죠. 그래서 그 할아버지 보고 기적같은 일들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는구나. 내가 잘 가르친다고 해서, 수험생들이 무조건 1등급이 되는건 아닙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지만 제가 처음에 뭐라고 했어요. 저 누적 수강생 그렇게 많은데요, 그 안에 1등급도 있고 9등급도 있습니다 했잖아요.
결국엔, 여러분들이 얼마나 잘 따라오시느냐. 그게 여러분들의 가장 큰 선물이 될겁니다. 그래서 오늘부터도 또, 다시 말하지만, 자기 자신을 버리는 짓은 하지 마세요. 힘들면, 사람이니까 잠깐 쉬었다 갈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뒤돌아가시진 말라고 했던거 기억나시죠. 남들이 다 여러분들을 폄하하고 안믿어줄수도 있어요. 그러나 여러분들이 여러분들을 버리시는 순간, 여러분들은 아마, 단순히 수능이 아니어도 세상 어디를 나가서도 반드시 더 힘들겁니다. 자기 자신을 믿는, 그래서 기적같은 주인공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