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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 묵자(墨子)와 예수

작성자하늘바다|작성시간16.08.01|조회수345 목록 댓글 0

철학이야기 : 다시 쓰는 유레카
(1부. 우주 / 9장.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의지)


    90. 묵자(墨子)와 예수

    중국의 예수라 불렸던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적(翟)이고 성은 묵(墨)씨라 하나 분명치 않다. 어떤 학자는 그가 묵형이라는 형벌을 받았기 때문에 ‘묵씨(墨氏)’라 불렸다고 한다. 묵형이란 죄인의 얼굴에 죄명을 먹으로 떠 넣는 형벌이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에도 도둑질을 하면 얼굴에 '도(盜)'자를 문신처럼 새겨 넣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주나라에서는 지배층인 귀족은 형벌로 다스리지 않았고, 피지배층인 평민과 천민에게만 형벌을 가했다. 그렇다면 묵자는 형벌로 다스려지는 하층민이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또 어떤 학자는 묵자의 피부가 검었기 때문에 ‘묵씨’라 불렸다고 한다. 태어난 나라도 불분명하고, 태어나고 죽은 해도 확실하지 않다. 대체로 공자보다 조금 뒤, 맹자보다 조금 앞인 춘추전국시대 초기에 사셨던 분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은 수많은 나라들이 얽히고설켜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던 약육강식의 시기이다. 그런 시절에 묵자는 전쟁을 반대한 평화주의자였다. 그는 뛰어난 과학자였고 기술자였으며, 많은 도구들을 개발하였다. 묵자가 만든 도구 가운데는 전쟁 무기가 많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공격 무기가 아닌 방어용 무기였다. 묵자가 만든 방어용 무기들은 약소국 제후들로부터 환영을 받았고, 그래서 그는 송나라의 대부 벼슬에 오를 수 있었다.


(춘추전국시대의 중국. 묵자는 송나라, 공자는 노나라, 맹자는 추나라 출신이고 후에 진(秦)나라의 진시황에 의하여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가 형성된다.)

    묵자(墨子 B.C 470년?~391년?)는 예수와 같이 만민의 사랑을 주창한 겸애주의자였다. 묵자가 예수보다 500살 정도 더 많기 때문에 '예수도 묵자와 같이'라고 말해야 하지만 예수는 워낙 초특급 슈퍼스타다 보니 편의상 이리 말하겠다. 겸애(兼愛)란 자신을 사랑하듯이 다른 사람도 똑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묵자의 여러 책과 사상 중에 비공론(非攻論)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유가(儒家)의 인(仁)도 똑같이 사랑을 주장하지만 유가(儒家)는 사람을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으로 나누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즉 신분을 구분하고 인정하며,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尊卑親疎)의 구별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데 반하여, 겸애는 무차별의 사랑인 점이 다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마태22,39)'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루카6,27.32)'

    '우리가 마땅히 복종해야 하는 하늘의 뜻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세상의 모든 사람을 널리 사랑하는 것이다. 하늘은 정의를 원하고 불의를 싫어할 뿐 아니라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상이나 벌을 준다.(묵자)'

    예수의 말을 묵자가 한말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예수와 묵자의 사랑 정신은 닮았다.

    예수나 묵자. 그리고 대부분의 선지자들이 설파하는 사랑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이타의 사랑이며 모든 사람과 사람을 넘어서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박애의 사랑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곧 자기와 자기집단만을 사랑하는 이기적 사랑으로 바꾸어 생각한다. 누군가 이런말을 했다한다.

   '부처는 불자가 아니고 예수는 크리스찬이 아니다.'

   묵자의 겸애사상도 도도한 춘추전국시대의 영웅주의 패권의 욕망에 빛을 보지 못하였고, 예수나 부처를 따른다는 종교들의 사랑과 자비의 마음도 거대한 자본의 권력 앞에 힘없이 무릎 꿇은 작금의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인류에게 깨달음이란 사유의 사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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