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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 묵자와 예수 그리고 마르크스

작성자하늘바다|작성시간16.08.01|조회수228 목록 댓글 0

철학이야기 : 다시 쓰는 유레카
(1부. 우주 / 9장.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의지)


   91. 묵자와 예수 그리고 마르크스

    묵자의 또 다른 칭호가 있으니 그것은 고대의 칼 마르크스라는 별칭이다. 묵자의 가르침을 네 자로 줄여 말하면 겸애교리(兼愛交利)이다. 겸애 사상은 예수와 닮았고 교리 사상은 마르크스와 닮았다. 겸애(兼愛)는 서로 사랑하자는 뜻으로 정치적인 평등을 지향하고, 교리(交利)는 서로 이익을 나누어 갖자는 의미로 경제적인 평등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었다. 겸애가 이루어지면 교리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다. 자식에게 혹은 부모 형제에게 내 것을 나누는 것이 이상하지 않듯이 조금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겸애의 마음만 있다면 한 공동체의 사람에게 이익을 나누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하느님의 아들로 불리는 예수와 유물사관을 이끈 마르크스가 겸애교리라는 묵자의 한 사상에서 만난다. '사랑' 이라는 순수한 눈으로 유신론(有神論)과 유물론(唯物論)을 보면 고전역학 기반의 결정론적 사랑이 '겸애교리(兼愛交利)'라는 서로 다른 듯 같은 모양으로 표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70-80년대 유행하였던 해방신학의 모습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세상에는 하늘이 있고 하늘에는 뜻(天ㅡ意)이 있으며, 인간은 이 하늘의 뜻에 복종해야 하고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평가하는 통일된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묵자는 생각하였다.

    예수 또한 그리 생각하였다.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요한6.38)'

    묵자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처럼 하층민들이 많았는데 특히 하급무사나 기술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집단을 이루고 살며 집단의 우두머리인 거자를 중심으로 금욕적인 생활과 엄격한 규율을 철저히 지켜야 했고, 이타적인 사랑으로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을 삶의 의무요 행복으로 여겼다. 묵가의 군인들에게 전쟁은 강자의 횡포로부터 약자를 지키는 방어 전쟁만이 의미 있는 전쟁이었다. 그것은 묵가(墨家)의 신앙이고 철학이었다.

    사람들은 공자 맹자의 유가(儒家)와 노자 장자의 도가(道家)가 춘추전국시대의 양대 사상으로 생각하지만, 순자, 장자, 한비자의 책을 보면 '유묵(儒墨)'이라 하여 유가와 묵가를 대등하게 놓아 당시 묵가의 세력이 번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묵자는 춘추 전국 시대의 다른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사상을 펼쳐 보려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힘 있는 제후들은 대부분 그를 반기지 않았다. 그 까닭은 그가 비천한 계층 출신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의 사상이 지배층의 이익을 위한 부국강병책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민중을 옹호한 묵자의 사상은 진나라에 의한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어 가면서 약해지기 시작했고, 통일 이후 중앙 집권적 전제주의가 강화되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갔다. 묵자 사상의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청나라 고증학자들에 의해서이며, 오늘날 중국에서는 사회주의와의 유사성을 초점을 맞추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처럼 묵자와 그를 따르던 묵가의 사람들은 초기 그리스도교 교인들의 공동체생활의 모습도 닮아있고, 미국을 개척했던 청교도들의 검약사상도 들어있고, 그리스의 스파르타도 생각나게 하며, 어떤 부분은 종교적 비밀결사 조직과도 같았다.

    이런 묵자와 묵가가 왜 실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지를 분석하고 미래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묵자와 예수 그리고 마르크스. 이들의 공동된 키워드는 해방이다. 이 세 분의 삽화를 넣고 콜라주하였더니 한 사람의 사진이 짤려 이상하게 되었다. 그래서 '해방'이라는 검색어로 구글 검색을 하니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가장 많이 나온다. 철학자의 눈에는 무너져가는 거대한 가톨릭 교회를 늙으신 교황이 가냘픈 십자가로 떠받치고 있는 슬픈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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