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한국의 탄생화와 부부 사랑 / 황매화, 죽단화
막걸리 한 사발에 죽단화 한송이 띄어 놓고 이 봄을 놀아본들 어떠하리.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어제에 이어 장미가문의 [황매화]와 황매화의 겹꽃이라 [겹황매화]란 별명을 가진 [죽단화]입니다. 둘 다 중국이 고향으로 오래 전에 우리나라로 전래된 작은 떨기 나무들입니다.
[황매화]는 꽃잎이 다섯장으로 색깔만 빼고는 매화꽃을 닮아 노란 매화꽃이란 의미로 [황매화]가 되었습니다. 매화와는 같은 장미과이긴 하지만 제법 먼 친척지간 이랍니다. 나무의 크기도 다 자라봐야 사람 키만하고 무엇보다도 개나리처럼 가지가 가늘어서 사군자의 으뜸으로 귀하게 대접받는 매화와는 많이 다르답니다. 가지의 색깔이 녹색인 것이 특징인데 겨울에 잎이 없을 때 녹색의 가는 가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면 황매화나 죽단화 가지일 가능성이 높답니다.
[죽단화]는 황매화의 겹꽂인데 꽃만 보면 국화를 조금 닮았습니다. 꽃이 풍성하고 봄에 활짝 풍성하게 피지만 여름이나 늦은 가을에도 한두송이씩 피어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준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홑꽃인 황매화보다는 겹꽃인 죽단화를 훨씬 많이 심습니다. 그래서 죽단화가 오늘의 대표탄생화가 되고 황매화는 주요탄생화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래도 황매화는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자생종이라 한국의 야생화 300선으로 선정되었지만, 죽단화는 사람이 꼭 심어줘야 하는 재배종으로 분류되어 야생화 300선에는 들지 못하였습니다.
황매화와 죽단화는 독이 없어 진달래처럼 화전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2017년 봄에 초등학교 동무들이 버스 한대를 대절해 순천으로 소풍을 갔답니다. 넓다란 순천만 국가정원을 관람하고 조금 늦더라도 옛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는 순천의 명물 낙안읍성도 둘러보고 올라가자 해서 성에 들렀습니다. 성 입구에 작년 늦은 가을에 심었을 꽃양배추가 겨울을 나고 꽃대를 올리고 노랗게 배추꽃을 피워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답니다. 성곽으로 올라 성을 거의 한바퀴 돌 수 있었는데 성 안의 집들이 단지 보존용, 전시용 집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산다고 합니다. 성곽을 돌면서 어느 초가집을 내려다보니 마당 한 켠 조그만 텃밭 뒤로 황매화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것이 보입니다. '평안'이란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저의 한살이 삶도 그리 순탄치는 않아 젊은 시절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 데 어느새 환갑이 다섯손가락 안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머지 않은 훗날에 도시의 번잡을 피해 시골로 내려와 사랑하는 아내와 맘에 맞는 몇 친구들과 어울려 작은 기쁨에도 크게 웃으며 막걸리 한 사발에 황매화 한 송이 띄우며 시 한 수 읊조리고 노래 한자락 흥엉거릴 수 있는 평화의 세월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에헤라. 이쯤에서 접어두자.
내가 다 못한다면 누군가 또 하겠지.
번잡한 일 접어두고 동무들과 소풍가자.
시골 산골 낙안읍성 초가삼간 담장너머
황매화 죽단화 샛노랗게 재잘이며
자기들도 춘삼월 매화라 눈 찡그려 우기는데
구첩반상에 값 비싼 청주는 아니어도
막걸리 탁배기 한 잔하며 쉬어가라 재촉한다
몸매가 다를진데 사군자 으뜸 중에 으뜸인
홍백청매화의 기품에야 어찌 비길 수 있냐마는
설매화야 고관대작 명문자제 차지일터니
오늘 난 인심좋은 시골 마을 촌부가 되어
진달래 화전할 때 황매화도 곁들이고
입담 걸고 먹성 좋은 동무들과 어울려
죽단화 띄어 놓고 이 봄을 놀아본들 좀 어떠하리.
에헤라. 이쯤에서 접어두자.
봄이 저리 애타하며 놀자하는데.
옛날에 궁궐에 심을 나무를 임금님이 그 나무의 꽃을 보고 선택하여 심게 하였는데 임금님이 낙점한 꽃은 어류화(御留花)라 하고, 선택받지 못하고 궁궐에서 내보냈다 하여 출단화(黜壇花), 출장화(黜墻花)란 이름을 갖게 되는데 황매화, 죽단화는 후자에 속한답니다(우리 나무의 세계 1. 참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민들 초가집 뒷마당에 심는 나무가 되었지요. 그래도 꽃말만은 매화의 꽃말인 [숭고], [높은기상]입니다.
꽃샘 추위로 아침이 제법 쌀쌀합니다. 어제는 바람도 태풍급으로 불었는데요, 활짝 핀 벚꽃들이 모진 바람을 견디는 것을 보고 무척 안타까왔답니다. 수정을 한 꽃들이야 미련없이 꽃잎을 버리겠지만, 이제 막 피어 수정하지 못한 꽃들은 벌이 찾아오길 애타게 기다리는데 벌이 오기 전에 꽃샘 바람이 먼저 들이닥쳤답니다. 우리들도 감기 조심하고 춥지만 봄을 지키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