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갇혀 있는 저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까미유는 책으로 보았다. 잘 된 책은 읽는 게 아니라 본다.
까미유 끌로델/ 하루비
해일이 밀려왔어요. 모든 것이 휩쓸렸어요.
어느 새 흐느낌이 터져 나오는 입을 가만히 틀어 막았지요.
캄캄한 눈에서 새파란 불꽃이 튀었어요.
환멸보다 더 가깝고 생생히 하아하아 숨쉬는 영혼의 갈망. 약속해요.
이따금, 내 살을 파서 내 속의 당신을 배척해 내기로.
왜 나를 참혹하고 고독하고 아름답다고 했죠?
당신이 쿨해지라는 순간 난 얼마나 추웠다구요.
마치 얼음처럼 혼자 조용히 은밀히 추웠어요.
당신은 내 우주의 블랙홀이에요. 얼마나 더 오르면 당신의 눈과 마주칠 수 있었을까요?
확보된 존재의 자리가 너무나 위태로워요.
내 살 깊은 곳에서 투명하게 떠오르는 미물질적인 반점들이 보여요.
나는 영원히 생성 중인 무정형의 원초적인 덩어리. 나는 똥이에요. 나는 꽃이에요.
세계와 다른 세계의 바람이 나를 관통하면서 지나가죠.
중심이 없는 영혼의 내장. 쓰라린 자궁. 오, 생애 전체처럼 흔들리는 빛나는 칼금.
당신은 고독한 탕자이고 썩은 오아시스예요. 신음하면서 짜내지 못하는 고름이에요.
난 비명을 지르지 않을 거예요.
내가 쥔 칼이 내 뼈와 뼈 사이를 헤집고 상처와 상처 사이에 완벽하게 맞물리면 예술이 되니까요.
그러나 예술은 사랑을 대신 할 수 없고 사랑도 예술을 대신할 수 없어요.
악으로도 더럽혀 지지 않는 순수. 선으로도 끝내 허물지 못했던 숙명.
보세요. 모든 것이 공중에 떠 있어요. 투명한 귀신들이 내 안에 들어앉아 호롱불을 밝혀요.
눈을 감고 혀를 씹어 봐. 그러나 톱니바퀴가 너무 헐거워요.
생생한 선혈이 보이지 않아요.
아, 이것을 어떻게 해요? 가여운 내 뼈들을.
정신을 버리고 모두 남김없이 땅에 묻어버릴 거에요.
당신이 빼앗아 가기 전에. 혼돈 안에서 혼돈을 정성스럽게 만져야죠.
그리고 당당해야죠. 나를 죽여야죠. 그리고 나 자신이 되어야죠?
스톱! 여기서 끝이에요. 더 이상 나를 조각하지 말아요.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 하루비에게 있습니다.>
까미유의 실물이 나와 비슷하다고 하여 한동안 멍한 적이 있다.
오이도에서 나와 부천 역곡에 있을 때 이 시를 썼고 자주 만나던 고흐님이 그 말을 했다.
"정말 닮았어...." 어쩌란 말인가.
껍데기일 뿐 그녀의 재능이나 닮았으면 그 얼마나 좋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