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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연가

작성자윤행원|작성시간19.12.24|조회수10 목록 댓글 0



[충남일보 연재] 대흥동 연가
 
제8장 대륙으로 (125) 짐짝
김우영 작가 http://cafe,daum.net/siin7004
등록일: 2007-08-26 오후 6:25:21
 
 
 중국 하얼빈공항에서 밤 12시경 목단강시를 향하여 출발한지 8시간을 넘기면서 지친 버스는 중간휴게소에서 멈춘다.

 쉬는 동안 잠시 눈을 붙인 한족 운전기사는 기지개를 펴더니 다시 버스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시속 80-9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는 버스는 거칠게 운전을 하고 있었다. 도로 중간중간에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 같으면 공사지점 표지를 보통 200미터 전방에 설치를 하건만 이곳은 바로 앞에 막대기로 막아놓거나 소나무가지로 덮어놓았다.

 운전수가 잘 모르고 공사지점을 통과 하면 곧장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면 우리나라 교통행정당국은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탄 버스 운전수는 이런 원시적인 공사안내 표지판에 익숙한 듯 잘 피하며 달리고 있었다.
앞에서 안내를 하는 구호준 작가가 일어나 말을 한다.

 “여러분 먼 거리를 오시느라고 고생했어요. 잠시 후이면 목단강시에 도착합니다. 9시간을 달린 셈입니다. 당초에 하얼빈공항 근처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목단강으로 출발할까 했는데 어차피 가야할 목단강이라면 고생스럽더라고 밤에 달리고 낮에 유익한 행사를 더 많이 가지려고 했어요. 어르신네들 원로에 피곤하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그러자 뒤쪽에 앉아있던 김영순 국악인이 말한다.
 “그래도 그렇지. 나이든 어르신들을 무려 9시간 버스를 태우는 것은 무리였어요”
그니가 옆에서 위로를 한다.
“그러니 지금 어쩌겠어요. 좀 고생스럽다해도 행사를 주관하는 분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따라줘야 할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이 행사를 기획 연출한 그류가 일어나 사과를 한다.
 “어찌되었건 먼 길 여행하도록 하여 죄송합니다. 행사 내용이나 알차고 짜임새있게 풀어갈께요. 이해하세요”

아까부터 앞좌석의 윤행원 수필가가 뭔가 메모를 하고 있었다. 은희태 시인이 궁금하여 다가가 힐끗보며 물었다.
 “석계 선생님 무얼 자꾸 쓰세요?”
윤행원 수필가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지금 우리 신세가 마치 짐짝 신세입니다. 20개의 짐짝이 되어 저 한족 운전수한테 목숨을 맡긴체 달리고 있잖아요”
그류는 버스안에서 쓴 시를 보며 웃었다.
“예…… ? 짐짝요 …… ?”
“그럼요 짐짝이지요. 이런 짐짝. 하하하---”
그류는 윤행원 수필가가 쓴 짐짝이란 시를 보며 공감을 느끼며 역시 순발력있는 작가라서 다른가 보다 하고 감탄을 하고 흠모를 했다.

 ‘밤새도록 달린다/ 짐짝이 되어 달린다/ 뭉치가 된 사람이 / 뜬 눈으로 멀뚱거린다//
야간버스는 눈을 부라리고 / 사람을 짐짝으로 몰아 부친다// 가도가도 중국의 길/
동지섣달 보다 긴 밤이 지나고 / 목단강 중천엔 / 뜨거운 여름해가 걸려 있다// 하얼빈과 목단강의 사이는/ 千里보다 긴 忍苦의 거리다/ 피로와 땀으로 온 몸을 씻어내고 / 희미한 웃음은 체념으로 바뀐다 // 아홉 시간의 어둠은 저만치 가고/ 낯선 땅에 돋아 난 새로운 호기심은 / 산통으로 구겨진 초라한 얼굴들을 / 빠알간 모란꽃으로 피운다//


윤행원  07-08-28 07:09
짐짝

밤새도록 달린다
짐짝이 되어 달린다
뭉치가 된 사람이 뜬 눈으로 멀뚱거린다

야간버스는 눈을 부라리고
사람을 짐짝으로 몰아 부친다

가도가도 중국의 길
동지섣달 보다 긴 밤이 지나고
목단강 중천엔
뜨거운 여름해가 걸려 있다

하얼빈과 목단강의 사이는
千里보다 긴 忍苦의 거리다
피로와 땀으로 온 몸을 씻어내고
희미한 웃음은 체념으로 바뀐다

아홉 시간의 어둠은 저만치 가고
낯선 땅에 돋아 난 새로운 호기심은
산통으로 구겨진 초라한 얼굴들을
빠알간 모란꽃으로 피운다.

석계
***********************************
메모:
밤 12시 하얼빈에서 내려 호텔에서 여장을 풀 줄로 알았는데, 서울에서 부산보다 더 긴 거리를 마치 유격훈련을 하듯이 밤새워 달린 게 생생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그때에는 그리도 괴로운 야간 여행이었지만 지금 생각을 하니 더없이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임재문  07-08-29 06:38
아침 일찍 로긴합니다. 짐짝같은 우리 인생살이가 고달플 때도 있지만 지나면 아스라한 추억이 될겁니다. 삶에 지친 모습이 파아란 모란꽃 되어 흔들거리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윤행원  07-12-03 12:45
임재문 선생님, 늦게사 답글을 드립니다.. 까맣게 모르고 지내다가 오늘에사 임 선생님의 소중한 댓글이 있는줄 알고 부랴부랴 고맙다는 인사말 부터 합니다. 그리고 늦게야 답신을 한 미안한 마음을 곁들여 보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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