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이제 어디 가냐고 물어봅니다. 계획표를 봐라 오늘 오후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입니다. 계획표에는 구경해볼 shop들도 다 있습니다. 호놀루루 커피 컴패니나 판야 비스트로에서 간식, 레고, 재니앤잭, 짐보리, 갭 정도 아이들 옷집, 장난감 가게입니다. 아이들은 골아 떨어졌고 알로하타워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금새 도착했습니다. 주차하고 나서 더 무거운 영하를 유모차에 눕히고 영현이는 안고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남편 표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별로 여기 온 걸 좋아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그럼 어디 다른데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됐다고 그냥 가자고 합니다. 어디 가냐고 해서 일단 2~3층에 커피숍에 가서 애들 깰 때까지 조금 쉬자고 하고 걸었습니다. 물론 가다가 몰 너무 크니깐 방향감각 없어서 엘리베이터 찾느라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저를 열받게 하더군요. “도대체 어디 가는건데? 그래 이건 너를 위한 여행이니까. 너 맘대로 해. 너가 좋은 것만 하면 되지. 너 쇼핑하면 되니까. 애들 더운데 꼭 이렇게 다녀야 돼? 에어컨 나오는 곳 가도 되잖아. ” 뭐 요지는 대충 그런 거 였습니다. 그래서 완전 뚜껑 열렸습니다. “나를 위한 여행? 웃기고 있네. 나는 그냥 호텔 가서 쉴 테니까. 너가 혼자서 애 2명 데리고 다녀. 어디 한번 데리고 다녀보시지. 내가 애들이랑 비행기타고 오느라 무슨 고생을 했는데,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건 그냥 호텔에서 잠이나 푹 자고 쉬는 거야 아니면 그냥 한국에서 쉬는거야. 너가 애들 데리고 다해. 내가 여행계획 준비하느라고 얼마나 수고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는데 너는 내가 준 거 한번 읽어보지도 않고 무슨 소리냐. 대안도 없으면서” 그리고 나서 차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막 개XX 욕도 했습니다. ㅎㅎ 결혼하고 나서 애 낳고 나서 직장생활 6년차 되다보니 입이 진짜 거칠어졌습니다. 남편은 근데 저의 이런 tough한 면을 좋아하십니다. 크크.
요 싸움 얘기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아, 차로 돌아가는 길 멉니다. 맨날 나보고 남편이 길치라고 놀리거든요. 남편이 앞장서서 가더니 자기가 더 헤맵니다. 차를 Sears근처에 대놨거든요. 남편이 Sears 통해서 나가겠다고 해서 따라가보았더니 잘못된 출구입니다. Sears는 쇼핑센터에 붙은 4개의 백화점? 중 가장 수준이 낮습니다. 별로 시원하지도 않고 물건 구경하는 재미 진짜 없습니다. 고를거면 니만 마르쿠스를 고르지. ㅎㅎ 속으로 고소합니다. 다시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들어왔던 길로 돌아가서 출구를 찾아갔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완전 100m 앞에서 앞장섰습니다. 어딘지 알기야 알죠. 왔던 길로 그래도 돌아가면 되니깐. 그러다가 막 박수치고 공연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보니 동네 performing art center 애들이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재밌네요. 잠깐 그것을 보고 있었더니 남편이 “미안하다”면서 함께 앉았습니다. “나는 호텔 가서 쉬기만 할 테니까 잘난 너가 혼자서 애들 데리고 다 놀아줘라.” 했습니다. “나를 위한 여행? 웃기고 있네. 너가 내가 보낸 계획표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하냐. 너야말로 내가 2주일 전에 보내줬는데 위치 검색이나 한번 해봤냐? 나는 google 검색 다하면서 동선마다 걸리는 시간까지 다 check해 두었다. 그럼 너가 계획 다짜서 너 맘대로 해라. 너가 하고 싶은게 뭔데? 비치 가서 노는 거? 지금 당장 가자. 가면 된다. 호텔에 가서 바로 앞에 나가면 와이키키비치다. 너는 비치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카일루아가 노스쇼어가 샌디비치가 어디있는지 아냐? 그리고, 내가 쇼핑센터 와서 티파니를 갔냐 샤넬을 갔냐 여기 와서 커피나 한잔 마시고 레고 가서 영하 좋아하는 거나 사주는 게 다다. 오늘 둘째 날이다. 그나마 어제 오늘이 널럴하게 계획 짠거다. 아이들 무리하지 말라고. 일단 호놀루루 시내 몇군데 구경만 하고 끝나고 내일부터는 계속 비치 돌아다닌다. 계획을 좀 보고 얘기해라. 쇼핑? 너가 그럼 다른 남편들처럼 나한테 샤넬백이나 티파니 보석을 사줄거냐? 그런 능력도 없는 놈이 나를 위한 쇼핑? 웃기고 있네 하면서 자존심을 팍팍 긁어주었습니다. 아싸~ 속으로 통쾌합니다. 그리고 어쩜 이렇게 appreciation이 없는지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애들 공연이 재미 있습니다. 쇼핑센터 분위기도 좋구요. 막 내뱉고 나니 속 시원합니다. 그래도 아직 억울한 마음이 좀 있습니다. 남편이 미안하다고 하네요. 자기가 공부하느라 너무 바빠서 볼 시간이 없었고 계획표를 봐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번 내가 briefing 해주는 게 필요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기는 여기 쇼핑센터가 이렇게 야외 공간인 줄 몰랐다면서 한국이나, 다른 미국 동부나 중서부 대형 쇼핑센터들처럼 실내인줄 알았다면서 더워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그것도 너가 한번 들여다보질 않아서 그런거다. 내가 홈페이지 주소까지 엑셀에 다 링크해놨다. 클릭해서만 봐도 쇼핑센터 환경이 어떤지 다 알았을거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싸우면서 시간이 가던 중 화해도 하고, 결국 영현, 영하가 깨어났습니다. 아빠가 레고 갈까? 하면서 영하를 업고 레고로 갑니다.
레고간 영하 좋아합니다. 영현이도 레고 왕관도 써보고 아이들이 많으니깐 좋아합니다. 영하는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고르고 또 고릅니다. 결국 영하는 스타워즈 레고 한 개를 골라서 아빠가 사주었습니다. 레고는 정말 어른이나 아이에게 모두 좋은 놀이감입니다. 그리고 좋은 회사이죠. 숍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회전목마세트는 $270 정도 하네요. 레고의 노란 봉투 예쁘지요? 영하 뿌듯한 표정입니다. 내내 자기가 들고 다니더군요.
시간도 많이 지나고 피곤하기도 하고, 싸우고 나니 기분도 그렇고 힘도 빠지고 이제 다시 쇼핑센터를 나갑니다. 커피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그조차도 나에게는 과욕인가 싶습니다. 나오다가 푸드코트에서 호놀루루 쿠키 컴패니 발견하고 일단 시식을 종류별로 충분히 해본 후에 영하 유치원에 줄 선물로 1박스, 작은 박스 한 개를 샀습니다. 쿠키모양도 예쁘고 하와이 풍입니다.
주차장으로 나오는 길에 찍은 예쁜 숍들의 모습입니다. Roxy는 수영복도 많이 팔고 빌라봉이나 퀵실버의 여성판? 인 옷집입니다. Lupicia는 차 전문점인가 봅니다. As seen on TV는 홈쇼핑 상품 파는 샵인가 봅니다. 이름이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