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분법에 대한 일상의 소견> -조하혜-
햇볕에 빨래를 내다 건다
햇살에 걸린 빨래들,
너무 오만하게 지쳐 섰던 영혼이
햇살에 오징어처럼
타 없어질 때까지
일광욕중이다
몸과는 사이가 나쁜 영혼에게
영혼이라는 말에 갇혀 영영 우울한 영혼에게
가을 하늘, 햇살에 걸린 빨래들에 섞이어
제 순수를 잃어버릴까,
잔뜩 겁먹은 영혼에게
개살궂은 사내처럼
간지럼 태운다
깔깔,
영혼도 웃다가 배를 움켜쥐고 자지러진다
웃다가 오줌도 새는 줄 모르고
눈물이 쏙 빠지고
혼이 달아난다
영혼에 영혼의 얼룩이 빠지고
영혼은 비로소 다른 것들과 구별되지 않고
평범해졌다, 깨끗해졌다
햇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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