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랑
-나금숙
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바다는 내 안으로 왔습니다 마음보다 몸이 바다에 익숙해지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철썩이며 출렁이며 넘치는 것을 알지 못해 늘 개펄이었습니다 후에 그를 절로 알게 되어 밀면 한없이 밀릴 줄을 알게 되었지요 뒷걸음 쳐 마을까지 닿기도 했어요 내 피와 슬픔은 수국꽃처럼 푸르게 바다 쪽으로 다시 범람했습니다 출렁임과 속삭임이 모두 바다여서 어느 날 더 이상 바닷가에 가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가도 잠잠한 수평선, 그대의 해안 이 가을 깊고 고요한 바다와 나는 마음을 꺼내 씻어 바위에 널어 말렸습니다 서로 마음을 불러내는 데까지 참 많이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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