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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싶은 詩

울며 사과 먹기 / 오명선

작성자호월|작성시간10.04.04|조회수19 목록 댓글 0

 

 

                    울며 사과 먹기   

                    

                                          오명선


  윗집에서 일방적으로 보내온 사과상자

  이건 사과가 아니다

  밤마다 내 잠 속을 콩콩 뛰어다니는 어린 캥거루의 발목 

  쿵쿵쿵 주방으로 욕실로 돌아다니는 하마의 엉덩이  

  사과도 아닌 것이 사과 이름표를 달고 사과 흉내를 내며 사과인 척 공손하다    


  입만 열면 뻔한 변명, 뻣뻣한 반성, 꺾이지 않는 일방통행

  고집불통의 이 상자 

  사과를 내 입에 물리고 밤낮없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 

  결국, 내 숨통을 틀어막을 

  

  의뭉스런 빨간 속내를 알면서도 뜯고 

  이렇게 흉보는 나를 들키지 않으려고 마지못해 억지춘향으로 뜯는다  

  

  캥거루가 하마가 훨훨 새가 되어 날아갈 때까지 

  내 입과 귀는 진공포장 된다

 

 

       -2009년 학산문학 가을호-

       -2009년 시향 겨울호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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