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 드라마에 대해 쓰네요.
할 말이 남은 모양입니다.
<1>
우선
어린 아들을 둔 미혼부에다가 내세울 것 없는 부모를 가진 남자 '유지호'가
예쁘고 당찬 여자, 그보다는 나은 배경을 가진 '이정인'을 향한 마음과 생각, 태도가
변해가는 모습.
처음 만난 후
이 여자, 알아보고 싶다...로 시작해
이정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자신의 은행계좌번호를 줄 수도 있었는데
문자에 답을 안해 여자가 일부러 그를 찾아오게 만들지요.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여자에게 사귀는 남자가 있음을 알고
자신은 미혼부이고
그는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네요.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여자를 위해서. 여자가 힘들까봐.
그래서 그녀를 위해 포기해야겠다.
하지만 보고 싶은 그녀.
여자에게 '네게 들키지 않고 너를 바라볼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하는군요.
참...얼마나 간절한 마음인고.
그런데 그렇게 수동적이고 멈칫거리던 그가 변합니다.
내가 너를 사랑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 안하겠다.
네가 나 때문에 힘들어지는 것도 생각 안하겠다.
그런 생각 안하겠다.
그냥 사랑하겠다...고.
좋아하는 감정,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머리로 하는 생각, 논리적으로 갖는 마음이
무너진 것.
그 사람 말고는
달리 갖는 생각도 없고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이 없어지다.
선택적 장님에 선택적 귀머거리?
흔한 말로 '사랑에 눈이 먼다'는 현상이 일어나네요.
^^
그게 사실이지요.
흠...그런데
왜
그리되는 것일까?
그것이 '그 시점에서 해야할 경험이라서'이군요.
해야할 경험이었다.
그렇게 해야할 경험이면
눈도 멀고
귀도 멀게 되지요.
다른 생각을 못하는 바보도 되구요.
신이 들려 무당이 되는 사람들의 고백을 많이 읽고, 들어봤군요.
아무리 거부하려해도
기를 써도
안돼서
죽을 것같아서
결국
그 길을 가게 되었다.
어떤 것에는
그런 정도의 힘으로 끌려듭니다. 사랑에도.
아무리
정리하려해도
되지 않는다.
죽을 것같다.
^^
세월이 흐르면 그렇게 시작한 사랑도
바래고 변해서
시들해지고
상대를
괴롭히기까지 하고
헤어지고
심지어 죽일 수도 있지만,
어떤 시점에서는 그런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의 몰아침에 휘말린다.
이런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유지호'가 잘 보여주는구나.
참...
이런 정도의 사랑을 경험해보는 것이
축복일까요?
아니면, 저주? ㅎㅎ
사실 이도 저도 아니지요.
그냥 해야할 경험을 하는 것.
그런 경험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유지호'를 통해 잘 보여주는 드라마 '봄밤'입니다.
<2>
미소 짓게하는 장면들도 참 많네요.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여자가 일하는 도서관에 와서
거리를 두고 몰래 따라다니며
책장을 돌며 책 정리를 하고 있는 여자를
책 선반 빈틈을 통해
몸을 굽히고 고개를 옆으로 뉘여
미소로 바라보는 남자!
분명히 '스토커'가 하는 짓인데도
참 예쁜 장면으로 느낍니다.ㅎㅎ
<3>
눈물 짓게 하는 장면들도 여럿이었구요.
특히
남자의 엄마와 여자의 엄마가 만나는 장면.
남자 '지호'의 엄마.
사랑했던 여자가 떠나버림으로 큰 상처를 입은 아들
혼자 갓난아이, 아들을 키우는 아들
그래서 손자 '은우'를 맡아키우는 남자의 엄마.
그 아들과 손자 때문에
그들이 갖고 있는 외로움과 슬픔, 아픔을 같이 느끼며
억장이 무너졌겠지요.
여자 '정인'의 엄마는?
예쁘고 똑똑한 딸이
이미 사귀고 있던 무난한 남자와 결혼해서 편안하게 살면 좋을텐데
아들까지 딸린 새남자에게 끌려 고생길에 들어서겠다니
또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구요.
이렇게 무너진 가슴을 가진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는군요.
여자의 엄마
도대체 딸이 빠진 새남자가 어떤 사람인가 보려고 찾아간 약국,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맴돕니다.
그러다가 들어간 커피숍.
그곳에서 남자의 엄마가 다른 사람과 울먹이며 하는 대화를
등 뒤로 듣게 되네요.
아들과 손자를 안쓰러워하고
아들이 만나는 여자에게 미안해하며 눈물 짓는 남자의 엄마.
그 남자의 엄마가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습니다.
또 눈물 지으며.
그 주변을 맴도는 여자의 엄마.
그들은 서로를
발견하고
알게되고
나란히 앉습니다.
말이 없어도
그 마음을 아는 두 사람.
미안한 마음에 손도 내밀지 못하는 남자의 엄마의 손을
여자의 엄마가 잡네요.
말없이
함께 눈물 짓는 두 여인...
사실 언어는 얼마나 제한적인지 모릅니다.
그것으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정말 많으니 말이지요.
이렇게 두 여인이 만나는 이 장면에서
비록 그들이 아무말 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들의
눈으로
몸짓으로
전달되는 것들
느껴지는 것들이 있어
그것들 때문에 저는 눈물을 금치 못했군요.
<4>
이 대목을 쓰면서 다시 눈물을 찔끔 흘리다가...
ㅎㅎㅎ
갑자기 웃음이 납니다.
지금 쓰려고 하는 내용 때문에 말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웬 '먹고 마시는 장면'이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커피숍에, 술집에,
소박한 식당에,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배달음식에
밖에서도 먹고, 마시고
집에서도 먹고, 마시고
배우들은 계속 음식을 먹으면서 연기를 하는구만요.ㅎㅎ
연기를 하는 도중에 배가 고플 일은 없어 좋겠지만
특히 여자들은 분명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을텐데
어떻게 그 칼로리 많은 것들을 먹는 연기를 했을까요?
아니, 이렇게 먹는 장면 아니면 안되는가?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드라마들, 특히 서구드라마들은 어떻더라?
그렇지는 않은 것같은데...?
그렇게 우리 삶이 지극히 단순하던가?
그냥 먹고, 마시고, 자고?
겨우 산책하고 농구하는 장면 말고는
온통 먹고 마시는 장면같아 보이니...?
참 이렇게 폭 좁게 사나?
이 작가는 늘 이렇게 내용을 진행해가나?
ㅎㅎ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무는 겁니다.
그래, 아무튼 배우들이 배고플 일 없이 촬영을 했겠구나.
그것으로 다행스럽다고 생각해야할까요? ^^
<5>
다른 이야기 전개에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도 생각해보았구만요.
이야기를 더 꼬려면 다른 여러 드라마처럼
두 주인공 '유지호'와 '이정인'이 힘든 과정을 겪으며 사랑하고 있는데
그래서 결혼하려하는데
갑자기 '유지호'의 이전 여자, 아이의 엄마가 '유지호'에게 다시 나타난다든지
그래서 아이를 위해서라도 다시 재결합하자고 해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지요.
아니면
아이 엄마가 낳아놓고 떠나버린 후 그렇게 마음 들여 키워온 아들이
알고보니 내 아이가 아니었더라
사고를 당해 수혈을 하려는데 혈액형이 불가능한 종류였다, 뭐 이런 식 이야기 진행.ㅎㅎ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꼬아대는 드라마들이 무수히 많은 듯해서
해보는 생각인데
다행인 것은 작가가 그렇게 하지 않았네요.
그래서 좋구요.^^
<6>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당당함의 중요성!
어떤 상황이든
당당할 일이다.
이 드라마는 이 당당함을 보이는 인물들이 참 많지요.
얻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것을 방해할지도 모르는 진실을
용감하게 공개하는 사람들.
머리보다는 가슴을 따르는 사람들.
기 죽지 않는 사람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야 한다고.
누군들 완벽할까요?
미래의 일들은 누가 알구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당당할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존중하고
보호할 일이고.
그 당당함들이 행복을 창조해간다.
그것을 보여주는 드라마여서 좋구나.
^^
이제 이 드라마에 대해 쓸만큼 쓴 듯합니다.
그만 써도 될 듯한데...
하지만 또 어찌 알까요? ㅎㅎ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가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