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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의 기도(마로니에 백일장에 낸 것입니다.)

작성자케르시베느|작성시간04.06.27|조회수48 목록 댓글 0
<수녀님의기도> 김실화

나는 주말마다 보육원에 내 집처럼 들르곤 한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정이 많아서, 보고싶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 곳에 가면 수녀님들이 계시는데 그 중에서 나와 가까운 30대 중반인 안젤라 수녀님은 수녀님들 중의 으뜸이었고, 아이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등불이 되어주며 이야기 보따리를 가득 담아 들려주는 자상한 분이었고, 나에게는 교훈을 주는 조언자이기도 하였다. 토요일인 오늘도 보육원에 가서 아이들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안젤라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수녀님은 나를 보고 빙긋 웃으며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상냥한 인사하였다. 그 인사를 처음 수녀님께 받았던 그 때는 수녀님께서 나에게 한 인사가 다른사람에게 하는 인사와 다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아지랑이가 피고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화사한 봄기운이 내 몸을 감싸도는 것처럼…수녀님께서 먼저 입을 여셨다.
“주말에 오시는거 힘들지 않으십니까?”
“별로요. 교직생활 하기도 힘들지만, 여기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나는걸요. 그 덕분에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있었고, 사랑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김 선생님께선 이미 그것을 배우시고 실천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직도 아이들한테 배울 것도 많고, 또 수녀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해야 하니까요.”
“김 선생님께서 그런 마음을 가진건 다 주님의 은총이죠.”
수녀님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며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그 분은 아이들에게 먹일 밥을 지으시거나 먹이고, 집안일을 하는일등을 뺀 다른 일에서는 한시라도 기도하는 두 손을 놓지 않으셨다. 착실한 천주교 출신이 아닌 내가 이런 수녀님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다른 수녀님들은 예배시간과 식사시간 빼고 손을 모으지 않는데, 유독 안젤라 수녀님만 두 손을 기도하듯이 모아 놓지를 않으셨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 때문에 나는 수녀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겨우 3번 부른 뒤에야 알았지만 말이다.
“김 선생님, 무슨 생각하십니까?”
“아, 죄송해요. 안젤라 수녀님. 제가 잠시 딴 생각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김 선생님처럼 어쩌다 그런 경우도 있거든요. 잠시 명상했다고 할까요?”

그렇게 말씀하시며 웃으시는 수녀님의 모습은 내 눈으로 보고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흙 속에 들어갈 때까지…….수녀님과 나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였다. 평일에 안젤라 수녀님을 포함한 다른 수녀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성경말씀을 들려주고, 그 중 수요일에는 산에 올라가서 들꽃과 풀이 어우러진 풍경을 구경하고, 물장난 하는등의 이야기와 문학 중의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푸른 연보라빛 저녁하늘이 물들어갈 때까지…….
밤이 깊어가고 나는 아이들을 다 재우고 나서 바람쐬러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오니 밤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었고, 맑은 풀벌레 소리가 내 머릿속을 맑게 해주었다. 한두번 숨을 크게 쉬고 내뱉는 지금 내 마음은 가벼워졌다.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그 때, 누군가의 기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보았다. 솔나무 사이로 본 것은 성모 마리아 동상이 있는 앞에서 안젤라 수녀님이 기도하고 있었다.
회색 옷차람에 두 손 모으며 눈을 감고 계시는 수녀님의 모습은 그렇게 신성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푸르스름한 달빛아래서 기도하는 안젤라 수녀님의 모습은 진실로 경건하였고, 다른 누구보다도 침착하고 차분하게 보였다. 두 시간정도 있었는데, 조금 짜증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기다렸던 처음 마음으로 계속 수녀님의 모습을 보았다. 수녀님은 마음속으로 짜증을 내던 나와 다르게 그 자세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수녀님은 행동으로서 나에게 인내라는 기다림의 이름을 알려준 것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말없는 가르침을 말이다.
그렇게 한 시간이 또 지나가고 수녀님은 그 때서야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셨다. 몸을 돌려가려던 수녀님은 나를 보고는 놀라셨다. 하긴…밤에 모두 다 잠드는 줄 아셨으니까.
“김 선생님, 안 주무셨습니까? 저를 부르지 그러시지요.”
“수녀님께서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고 방해할 수는 없었어요. 그 모습이 성스러워 보여서요.”
“아닙니다. 저는 다만 한낱 수도자에 불과해요. 주님께 예배드리고 아이들을 돌보기만 하는걸요. 다른 수녀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기도를 드릴 것 입니다.”
나는 수녀님의 말씀듣고나서 자신이 한 일을 오히려 낮추어보는 수녀님의 겸손함은 나같은 모든 사람들에게는 존경할 만한 것이었다. 나는 수녀님을 보며 물었다.

“수녀님, 제가 수녀님 처음 본 이후로 부터 지금까지 수녀님께서 기도할 때처럼 두 손을 모으고 계신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수녀님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신 뒤에 입을 여셨다.
“제가 이 두 손을 모은게 벌써 엊그제 같은데…세월도 참 빠르군요. 글쎄요…저는 다만 기도할 때마다 어떤 것을 중심으로 기도를 드리죠. 또한 감사기도와 간절히 바라는 기도도 하지요. 아침에는 오늘을 새롭게 눈뜨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 아이들에게 웃음을 지을 수있도록 용기를 갖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와 또 오늘과 같이 김 선생님과 같은 분을 만나 뜻깊은 이야기를 할 수있게 해준 기도와 잠자고 있는 아이들이 꿈에서도 행복할 수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리지요. 그렇게 하다보면 다른 수녀님보다 조그만 일에도 기도하는 횟수는 많아지게 되고 남들에게 보이려는 것처럼 자만하는 듯 항상 손을 기도하는 것처럼 모으고 놓지 않게 된겁니다.”
“그러면 수녀님께서는 자신을 위한 기도는 한 번이라도 해보신적 있으십니까?”“아닙니다. 제 말이 주님께서 자만해졌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래도 제 소견을 말하렵니다. 자신을 위해 하는 기도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진실된 기도를 할 수있을까에 대한 기도를 드리죠. 그것이 제가 실천하고 싶은 기도이자 제 뜻입니다.”
“역시 수녀님은 저를 가르쳐 주시는군요. 수녀님처럼 훌륭한 수도자께서 이 곳에 계신 것이 기쁩니다.”
“글쎄요. 오히려 저보다 큰 깨달음을 얻으신 김 선생님께서 기쁘시겠지요.”
그리고 나는 수녀님이 기도하는 동안 그 모습을 보면서 기다렸다는 것과 그 동안 인내를 알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을 들으신 수녀님은 대답대신 물 속처럼 깊은 눈빛과 성모마리아와 같은 자비로운 미소를 보이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 마음은 여전히 어제 말씀하시던 수녀님의 모습이 기억이란 상자에 담겨 내일에 대한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 분에게서 받은 희망, 인내, 감사, 배려라는 네 가지 선물을 안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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