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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엽편소설] 유적

작성자체신청 특수요원 송군|작성시간05.08.13|조회수46 목록 댓글 0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두어 사람이 어울려서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밥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친구는 내게 줄 것이 있다며 지갑을 꺼냈다. 자, 이거 받아. 지갑에서 나온 것은 크기가 만 원짜리 지폐보다는 작은, 다른 나라의 돈이었다. 캄보디아 다녀왔거든. 여행 기념품이다. 근데, 이거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 정도 가치야? 속으로 이걸 환전하면 얼마가 될지를 궁리하던 내게 친구는 결정타를 날렸다. 그거 환전하면 받는 돈보다 수수료가 더 비싸게 나온다네. 지폐에는 빨간 잉크로 앙코르와트가 인쇄되어 있었다. 너 앙코르와트에도 가 봤냐? 응. 거기서 '그 분'이 오신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어. 친구가 말했다. 어떤 사진일지 짐작이 갔다. 예전에 이 곳에서 살았을 때에도 그런 사진을 많이 찍었으니까. 그런데 왜 지폐에 앙코르와트를 그려넣은 거지? 지폐에 유적같은 것만 그리라는 법이 있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밥이 나왔다. 요즘엔 몸 때문에 음식을 꽤 줄여서 먹어 왔었지만, 밥이 맛있어서 간만에 많이 먹었다.
밥을 먹고 난 뒤에 우리는 노래방에 갔다. 친구는 여전히 노래를 잘 불렀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노래 실력은 줄지 않은 채였다. 나는 요즘 푹 빠져있는 일본 가수의 노래를 몇 곡 불렀다. 노래는 은근히 음정이 높아서, 나는 계속 이상한 끽끽 소리만 내었다.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가 나 때문인 거 같아서 껄끄러웠다. 친구는 내게 말했다. 오랜만에 이박사 노래 한 번 들어보자. 나는 아주 오랜만에 '스페이스 환타지'를 불렀다. 분위기는 단번에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 뒤에는 자신있는 노래들을 선곡해서 그런지 꽤나 만족스레 노래가 나왔다.
그 뒤에 우리는 보드게임방에 가서 한 시간 정도를 놀았다. 보드게임이라니, 정말로 얼마만에 하는 건지. 나는 젠가의 블럭 하나를 빼면서 문득 생각했다. 놀고 나온 뒤에, 나는 친구와 함께 밤길을 걸었다. 친구가 문득 말했다. 나, 오래간만에 정말로 재미있게 놀았다. 그래? 다른 사람들하고 만날 때에는 아무런 재미도 없는데, 이렇게 웃어본 것도 간만이야. 아, 그래. 친구와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예전에 우리가 놀았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논 모양새는 다른 게 없는데. 나는 지금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외로운 것이지만, 친구는 다른 사람들과도 우리가 돈 것과 거의 비슷한 코스를 다니며 놀았을텐데. 아주 살짝 비가 내려서, 우리는 걸음을 빨리 옮겼다.
집으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지갑 안의 캄보디아 지폐를 꺼내 보았다. 빨간 잉크의 앙코르와트를 보며, 나는 잠깐 생각했다. 앙코르와트는 몇천년 전의 유적인데도 아직까지 그 거대한 모습을 지키고 남아 있다. 세상은 시간을 따라 흘러가고, 흐르는 세상 위에 서 있던 것들은 차츰 제 모습을 버리고 사라진다. 하지만 그 흐름을 버텨내고 오랜 세월을 남은 것이 유적이겠지. 나는 지폐를 지갑 안에 다시 집어넣었다. 기차는 잠시 후 내가 내릴 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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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얼마만에 쓰는 엽편인지...
여전히 글 쓰는 건 어렵습니다.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자주 엽편 쓸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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