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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시집 이야기

김정수 시인의 <하늘로 가는 혀>

작성자처음처럼|작성시간15.04.21|조회수121 목록 댓글 1

 

 

 

김선배. 안녕?

 

정말 오랜만에 선배 호칭을 불러보네. 그동안 잘 지냈지?

 

하기야 잘 지냈겠지. 여기저기에 올라오는 염장 지르는(?) 글들 보니까 보통 잘 지내던 게 아니더구먼.^^

 

어제 묘령의 여인과(묘령의 여인 맞아. 처음 그녀를 봤을 때 든 첫 느낌이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는 아가씬 줄 알았거든. 후훗!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근데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그녀는 내가 영락없는 독거노인인 줄 알았다는 거야. 이런 된장! ^^) 도봉산 둘레 길을 몇 시간 걸었어. 그리고는 같이 인사동으로 가서 김정수 시인을 만났어.

 

알고 있는지 모르지민 김정수 시인이 이번에 펴낸 시집이 문광부 추천도서(옛날식 명칭이야. 요즘엔 세종 어쩌고 하는 명칭으로 바뀌었더구먼)로 선정이 되었어. 그래 축하도 할 겸 미리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은 거지.

 

그 자리에 새롭게 결성하기로 해놓고서는 한 번도 모임을 못 가진 사계(四季) 동인(同人)멤버인 정명섭 시인도 합류했고. (이 친구 사회복지학과 대학 교수 한 번 해보겠다고 몸이 백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사는데, 내 협박과 공갈이 통했는지 수업까지 빼먹고 헐레벌떡 뛰어왔더라고)

 

김선배.

 

왜 남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삶이 더 고단해지는 걸까?

결코 좌절과 불운과 황폐를 꿈 꾼 적이 없는데 말이지(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다는 게 아니야. 내 주변의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다는 거지. 나라고 별 수 있겠느냐만, 나는 징징거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내 똥이 굵어서가 아닌 건 잘 알지?)

 

어제도 그랬어.

분명 축하를 하기 위해서 만났는데, 기쁨보다는 근심과 걱정스런 이야기가 더 많은 자리였어. 살아간다는 게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말이겠지만, 이제껏 잘 버텼으니 앞으로도 잘 버틸 일만 남은 건 확실해.

 

어쨌거나 등단 25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 시인의 시집을 뒤적이다가 나도 몰래 배시시 웃고 말았어.

웃은 이유? <배시시>라는 따뜻한 시 때문이었어. 김 선배도 한 번 감상해 봐. 잘 지내길. 다음에 또 연락할게.

 

 

 

배시시

 

 

  온 가족이 먹을 밥을 푼 주걱에 남아 있는 밥알을 입으로 떼어 먹다가 노모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스크림 속포장지에 묻어 있는 달달함을 혀로 핥아먹는데 어린 딸이 슬며시 옷깃을 잡아당겼

다.

 

  사과를 깎다가

  너무 두껍게 잘려 나간 속살을

  이빨로 갉아 먹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내

 

  사과 껍질처럼 둥글게 말린

  쉰 하고도

  겸연쩍은 눈빛 하나가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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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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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금숙 | 작성시간 15.05.05 2014년 우수도서로도 뽑혔지요!!
    제가 쓴 서평,시평도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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