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一篇 烏魯克之王與未馴之心
제1편 우루크의 왕과 길들여지지 않은 마음
【題詩】
城高如山壓人間 성은 산처럼 높아 인간을 누르고
王勢如火無邊沿 왕의 권세는 불처럼 끝이 없네
非善非惡非可測 선도 악도 예측도 아닌데
人間之力自成顛 인간의 힘이 스스로 기울어지네
誰知築城亦築牢 성을 쌓는 것이 곧 감옥임을 누가 알리오
不見王心亦不眠 왕의 마음도 잠들지 못하고
一身既極生孤影 한 몸이 극에 이르면 외로운 그림자가 생기고
一步之內入原源 한 걸음 안에서 근원 속으로 들어가네
【本文】
우루크는 위대한 도시였다.
광야의 바람이 수천 년 동안 모래를 쓸어가도 그 이름만은 지워지지 않을 만큼 위대한 도시였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성벽은 돌과 흙으로만 쌓아 올린 구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처음으로 자연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하겠다고 선언한 거대한 의지의 탑이었다.
성벽 밖에는 끝없는 들판이 있었고, 들판 너머에는 이름 없는 숲과 짐승들이 있었다.
그러나 성벽 안에는 법이 있었고, 언어가 있었으며, 기억이 있었고, 미래를 꿈꾸는 인간들의 불빛이 있었다.
우루크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종족이 혼돈 속에서 건져 올린 최초의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의 중심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길가메시.
왕들의 왕.
우루크의 주인.
인간의 힘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그러나 그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혈관에는 신들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의 눈빛에는 폭풍이 잠들어 있었으며, 그의 걸음은 대지를 울렸다.
사람들은 그를 바라볼 때마다 경외와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마치 태양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태양은 세상을 밝히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길가메시 또한 그러했다.
그는 도시를 지탱하는 기둥이었으나, 동시에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산과도 같았다.
그의 힘은 질서가 아니었다.
그의 힘은 폭정조차 아니었다.
그것은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힘, 인간이라는 존재가 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한 몸 안에서 들끓고 있는 상태였다.
창조와 파괴.
사랑과 분노.
자비와 오만.
그 모든 것이 그의 심장 속에서 용광로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우루크의 백성들은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필요로 했다.
그가 없다면 도시는 무너질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존재하기에 그들은 자유롭지 못했다.
그들의 입술에는 찬양이 있었지만, 가슴 깊은 곳에는 말 못 할 탄식이 숨어 있었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성벽 위로 올라가 별들이 흐르는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물었다.
“이 거대한 성벽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우리를 가두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성벽은 침묵했고, 별들도 침묵했다.
오직 사막의 바람만이 오래된 신들의 언어로 울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그 질문을 듣지 않았다.
아니,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곳에 서 있었다.
자신의 힘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고, 세상이 자신을 거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에게 세계란 정복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세계는 언제나 균형을 원한다.
너무 높이 솟은 산에는 반드시 그것을 깎아내릴 바람이 찾아온다.
너무 거세게 흐르는 강에는 반드시 그 물길을 바꾸는 돌이 나타난다.
그리고 너무 강대한 인간에게는 반드시 그를 비추는 거울이 주어진다.
신들은 침묵 속에서 그 거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루크의 성벽 너머, 아직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황야에서.
사자의 울음과 늑대의 숨결, 야생마의 질주와 바람의 자유를 품은 존재.
문명 이전의 순수한 생명.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마지막 질문.
아직 이름조차 없는 한 존재가 대지의 품속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그는 왕이 아니었다.
그는 도시를 알지 못했다.
법도, 권력도, 성벽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길가메시와 맞먹는 생명의 힘이 잠들어 있었다.
두 강이 결국 하나의 바다에서 만나듯, 두 운명은 이미 서로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우루크는 아직 알지 못했다.
백성들도 알지 못했다.
길가메시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조용히 돌기 시작했고, 신들의 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을 당기고 있었다.
머지않아 인간의 왕과 대지의 아들이 만나게 되리라.
그 만남은 우정을 낳고, 우정은 영광을 낳으며, 영광은 상실을 낳고,
상실은 마침내 한 인간을 죽음과 불멸의 비밀 앞으로 이끌게 되리라.
그리고 그때 비로소 길가메시의 진정한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었다.
【篇末評】
이 편에서 중요한 것은 왕의 위대함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위대함이 이미 균형의 붕괴 신호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길가메시〉는 영웅 찬가가 아니라 “과잉 인간성의 구조적 긴장”이다.
길가메시는 완성된 인간이 아니라 “아직 인간으로 정리되지 않은 힘”이다.
그리고 세계는 항상 그런 힘에 대해 하나의 답을 준비한다.
균형.